[오피니언] 나에게 맞춤옷을 입기란 기적같은 일이다. [기타]

글 입력 2019.06.16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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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하면서 살아야 할까? 뭐 먹고 사나. 이런 고민은 이제 일상이 되어버렸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불과 얼마 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취업시장에 내던져진 사람들 중에 그 전부터 꾸준히 "나는 꼭 이것을 하며 살아야겠다!"라고 생각한 사람들과 그중 그렇게 하는 사람들은 몇이나 될까?


우리나라에는 공부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그리고 그중 공부가 좋아서 하는 사람들보다 취업을 하기 위해 공부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은 것 같다. 계속 늘어가는 스터디 카페, 꽉꽉 찬 독서실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지극히 성실해서 그런 것인가? 대학교를 가기 위해 공부했고, 대학교에 들어가서 공부를 했는데, 또 다시 공부하고 있다. 아예 새로운 공부를 하는 경우도 많다. 인생은 원래 공부의 연속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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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친구들이 "요즘 뭐하며 지내니? 왜 외국에 또 놀러 안와?"라고 묻곤 하는데, 거기에 나는 "요즘 취업 준비때문에 공부하느라 갈 여유가 없어."라고 말한다. 그들은 나의 대답을 과연 당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을까?


적어도 내가 아는 그들은 원하는 전공을 위해 대학교에 왔고, 타지에 살면서까지 자기가 좋아하는 공부를 한다. 그리고 그들도 물론 취업을 위해 어느정도 심화된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그들의 상황과는 좀 다르다.


나의 고3 시절을 떠올려 봐도, 그 당시 나에게 "좋아하는 것을 하며 살아."라고 말해주시는 분들조차 그것을 대학교 이름만큼 강조하지는 않았었다. 그나마 자기가 좋아하는 전공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수능을 보는 과목들 중 경제과목을 배우다가 좋으면 경제학과로 가고, 물리가 좋으면 취업이 잘 된다는 공대로 가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 과에서 무엇을 배우는지, 전공의 난이도는 어떠하며, 내가 견뎌낼 수 있는 정도인지, 그리고 그것으로 내가 약 30년 동안 먹고 살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없이 당장의 수능점수를 걱정하기 급급했다. 대학교와 전공의 이름만 보고 선택을 하고, 가서는 전공이 나한테 맞아서 다니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전공을 맞춰가며 산다. 뻔한 말로, 우리는 대학교에 들어가는 게 좋아서 그것을 목적으로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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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나서 대학교에 들어가고 나면 잊고 지내다가 3,4학년이 되서야 전공을 살릴지 말지를 결정하고, 살리면 어떻게 살리나를 고민한다.  '전공', 오로지 전, 칠 공이라는 한자 뜻처럼, 오로지 4년 동안 학교다니며 다져 왔지만, 나는 아직 전혀 전문적이지 않다는 사실에 엄청난 괴리라고 느껴진다.


물론 아닌 사람들도 많이 있다. 평소 자기의 관심거리였던 과에 들어가는 경우도 많고, 가서 배워보니 너무 재밌어서 순탄하게 직업을 사람들도 많다. 그렇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그 비율에 비해 그렇지 않은 사람의 수가 더 많은 것은 사실인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이것과 더불어 어차피 맞지 않는 일에 맞추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들 혹은 진정 원하는 것을 찾아서 계속해서 노력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고 느끼며, 이제는 이것이 우리의,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은 것 같다.


당연히 한 가지의 일만 평생 하면서 살기 힘든 경우가 많고, 그리고 살면서 좋아하는 것이 계속 바뀌기 때문에 초반에 정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 수 있지만, 현재의 이 문화는 우리에게 뒤늦은 그리고 성급한 고민과 결정을 재촉하는 것만 같아 안타깝다.


이런 문화가 앞으로 완전한 뿌리를 박지 못하게 하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교육의 문제를 바꾸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기에 당장 수능을 없애고 좋아하는 것을 찾으라고 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하지만 내가 정말 말하고 싶은 건, 적어도 훗날의 나의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인생을 살면서 한 번은 어쩔 수 없이 스스로에게 "나는 무엇을 하면서 살까?"라는 질문을 해야만 할 것이기에, 그 질문의 답을 시간에 이끌려 와버린 대학 전공에 맞춰서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김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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