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상상 속 세계를 거닐다 - 한가람미술관 에릭 요한슨 사진전

글 입력 2019.06.16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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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을 사진으로 담아내는 사진 작가 에릭 요한슨의 전시가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렸다. 오픈일 다음날 전시를 보러 갔었는데 아직 초반이라 그런지 줄이 상당히 길었다. 아무래도 예술의전당 로비에 있는 전시실에서 진행됐기 때문에, 공간 특성상 전시 면적 자체가 넓지 않아서 더 붐볐던 것 같다.


내부는 모두 사진 촬영이 가능했다.


소위 인스타그래머블한 사진으로, 또 포토존으로 넘처나는 전시인만큼 달팽이가 기어가는 속도로 줄어드는 대기 줄의 원인이 또 그런 점에 있지 않나 싶었다. 시각을 압도하는 이미지 앞에서 사람들은 재차 카메라 셔터를 눌러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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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일은 단순히 순간의 장면을 캡쳐하는 것이 아닌 '아이디어를 캡쳐하는 것'으로 설명된다. 풍선을 들고 공중을 걷거나, 하늘과 땅이 전복된 세계를 바라보는 등 우리가 상상하기 쉬운 풍경 너머에 기묘하기 이질적인 상상을 심어넣는 작품들. 엄격한 사실감으로 재현된 사진들은 탄탄한 논리력을 지녀 관람객을 설득한다. 이 장면은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라고.


무언가에 홀린 듯 작품 하나하나를 감상하다 보면 시간이 가는 줄 모른다. 시각적으로 압도적인 표현력을 자랑하기에 이를 바라보고 있는 것 만으로 풍족한 감각이 치밀어오르지만, 단순히 단편적인 아름다움만을 전하는 것은 아니다. 언뜻 보면 의미 없이 나열된 듯한 상상의 요소들은 이따금 삶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기반으로 한 강력한 메세지를 자아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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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대기줄 때문에 천천히 관람해야 했던 전시가 그다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은 중간중간 볼거리와 포토존 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에릭 요한슨이 사진 작업을 하는 과정을 텍스트와 패널로, 혹은 영상 등으로 설명한 파트가 기억에 깊게 남았다.

단순히 합성으로만 진행되는 줄 알았는데 마치 한 편의 영화를 기획하듯 굉장히 섬세한 연출 작업이 베이스로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달에 어울리는 구 조형물을 구하고, 적당한 빛을 빚어내는 시간과 장소에서 순간을 포착해, 그 위에 디테일을 끼얹는다.


포토샵을 실제로 어떤 식으로 활용하는지도 볼 수 있었는데, 수없이 길게 나열된 레이어를 보고 놀랐다. 사진의 완성도를 보면 짐작되긴 했지만, 저렇게 많은 밑작업이 필요한 일이구나. 그리고 작업이 어느 정도 완료된 초안을 홈페이지에 공개해 작품에 대한 다른 이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바탕으로 최종본을 만든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정말 이 새로운 세대에 걸맞는 사고방식과 능력을 갖춘 사진 작가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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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았던 몇 가지 장면과 전시 전경.


막상 누군가와 전시를 보게 되면 작품 하나하나를 두고 굉장히 시덥잖은 얘기를 주고받게 된다. 격식 있는 얘기를 나눠보고 싶지만, 지금껏 살아온 나의 시선으로만 이미지를 읽게 되니 별 수 없다. 특히 이 전시는 전시를 보러 간 동행인과 이미지를 하나 하나 곱씹으며 보는 재미가 컸다.


대체 이 사진은 어떤 식으로 준비해서 연출하게 됐을지, 이 기묘한 풍경에 담긴 메세지는 무엇일지, 물고기 위에 대륙이 있는거면 흙만 구워먹어도 맛있는게 아닌지, 같은 소소한 잡담까지. 그리고 워낙 세밀하게 연출된 사진들이라 사진에 숨겨진 텍스트, 조그마한 디테일을 뜯어보는 게 참 즐거웠다. 코난이 된 것 마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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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에피소드들.


그리고 단순히 사진을 전시해둔 것이 아닌, 프레임 밖으로 상상력을 유도하듯 벽 전체에 이미지 패널과 부가적인 장식을 활용해 입체적으로 연출한 점이 인상깊었다. 관람자가 사진 속에 직접 들어간 것 같은 효과를 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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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서는 에릭 요한슨의 미공개 신작을 처음으로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더욱 뜻깊었다.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최근작에 가까울수록 그의 표현력에는 감성적인 터치가 강화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구도상의 조율이나 컬러, 이펙트에 있어서 강약을 더욱 높이 주려는 듯. 한 사진이 담아내는 이야기의 총량이 더욱 넓어지는 듯했다.


전시의 마지막에 이르러 핀셋을 들고 별을 딸 수 있는 재미있는 컨셉의 포토존이 있었다. 어쩐지 웅성이는 줄이 줄어들 틈을 보이지 않더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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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실 출구와 바로 연결된 기프트샵은 관람객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장소! 특히 에릭 요한슨 작품 특성상 환상적인 컬러와 이미지, 재미있는 콘셉트의 시각적 강렬함은 굿즈의 소장 가치를 충분케 했다. 다양한 크기의 엽서부터 벽걸이 액자, 마그넷 류와 머그컵 등 생각보다 폭넓은 제품군이 자리했다. 동행인과 나는 서로 마음에 드는 작품의 굿즈를 하나씩 선물하고 기분 좋게 관람을 마무리했다.


단지 오 힙하다, 싶은 단순한 동기에 관람하게 됐지만 텁텁하고 말라비틀어진 일상에 촉촉한 상상의 단비를 내려준, 어딘가로 여행을 다녀온 것처럼 만족스러운 전시였다.



[신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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