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무대 위의 뱀파이어 [공연예술]

글 입력 2019.06.18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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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봄이 순식간에 지나가고 여름이 성큼 다가왔다. 말 그대로 살갗이 타는 듯했던 작년 여름을 떠올리자니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그런 여름날, 잠깐이나마 등골을 서늘하게 해 주는 장르가 있다면 바로 공포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니 분명 그 시작은 공포였던 것도 같은데, 이제 한 발은 로맨스에 담그고 있는 장르가 하나있다. 여름이 아니어도, 공포가 아니어도 언제나 우리에게 익숙하고 인기 있는 뱀파이어물이다.


뱀파이어와 인간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트와일라잇 시리즈와 십대 시절을 함께한 나에게 뱀파이어는 언제나 공포보다는 로맨스에 가까운 존재였다. 굳이 로맨스가 주된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뱀파이어를 공포의 대상이라기 보단 인간적이고 매력적인 존재로 그린 작품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무대 위에 등장하는 뱀파이어들은 어떨까? 뮤지컬<드라큘라>, <마마 돈 크라이>, <뱀파이어 아더>, <배니싱>. 매력적인 뱀파이어가 등장하는 네 작품을 골라 소개해본다.



*

해당 작품들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매력적 뱀파이어의 정석

_ 뮤지컬 <드라큘라>



드라큘라라는 이름은 아마 가장 유명한 뱀파이어의 이름이 아닐까. 뮤지컬 드라큘라는 동명의 소설을 뮤지컬로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브로드웨이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입맞춤이라는 카피처럼 뮤지컬 드라큘라에는 아름다운 노래들과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가 있다.


영원의 시간을 살아오면서도 잊지 않았던 수백 년 전 사랑의 환생인 미나를 만나고 과거 그녀와 자신의 사랑이야기를 알려줌과 동시에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는 곡인 ‘She'와 ’Loving you keeps me alive'는 선율과 가삿말로 절절한 사랑의 감동을 전한다.
 
 

뮤지컬 드라큘라 Loving you keeps me alive



극 중의 드라큘라는 단순히 피를 빨아 마실 뿐 아니라 다양한 능력을 선보인다. 안개처럼 나타나 말을 전하기도 하고, 자신이 흡혈한 인간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며 수족으로 부리기도 하며, 마법 같은 액션도 선보인다. 또한 피를 빨아 마시면 순식간에 젊은 모습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마늘과 십자가, 성수 등에는 위협을 느끼는 듯도 하지만 햇빛에는 끄떡없으며 부름이 있는, 초대받은 공간에 순식간에 방문하는 모습을 보인다.


후반부에 등장하는 사랑에 대한 드라큘라의 고뇌도 캐릭터의 매력을 더한다. 끝나지 않는, 죽음이 없는 사랑을 노래했지만, 영원이라는 저주에 미나를 끌여들여도 되는 것인지 고민하던 그는 미나가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함에도 불구하고 결국 자신을 찌르고 그녀를 보내준다. 뮤지컬 <드라큘라>는 특별하지는 않지만 언제 생각해도 매력적인 뱀파이어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매력적 뱀파이어의 정석 같은 극이다.




이게 뭐지? 싶다가도 순식간에 빠져드는

_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



여기 치명적 매력의 드라큘라 백작이 또 있다.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는 줄거리만 들으면 다소 황당할 수도 있지만, 막상 무대 위의 드라큘라 백작을 바라보면 순식간에 그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엄청난 천재이지만 사람을 대하는 일이 서툰 주인공 프로페서 V는 인기가 많아지고픈 마음에 직접 만든 타임머신을 타고 1459년 루마니아로 떠나 드라큘라 백작을 만난다. 백작에 의해 뱀파이어가 되고, 마찬가지로 매력적인 사람이 된 V는 현재로 돌아오고, 오랫동안 짝사랑하던 여인 메텔과 만나는 것으로 이야기는 진행되며, 백작 역시 현대에서 다른 이름으로 존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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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연 스모그 연기 속에서 짙은 스모키 화장을 한 채 음산하고 유혹적인 선율에 맞춰 에코 가득한 목소리로 노래하는 드라큘라 백작은 매력적이고, 사랑을 얻고 싶다면 사랑하지 말라는 가삿말도 어느 순간 납득하게 된다. 영생이 끝나길 꿈꾸는 백작과 흡혈의 욕구 탓에 사랑하는 사람과 언제나 함께할 수 없는 V의 갈등도 뱀파이어라는 소재를 흥미롭게 그려낸 부분이다.


<마마 돈 크라이>의 드라큘라 백작 역시 <드라큘라>의 백작이 그랬던 것처럼 자신이 흡혈한 상대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며 아마 햇빛에 역시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 것 같다. 단, 보름달이 뜨는 밤에는 뱀파이어의 욕구가 강해진다는 설정이 있다.


신나고 중독성 강한 넘버들도 <마마 돈 크라이>의 매력이다. 그 중 프로페서 V가 시간 여행을 노래하는 ‘기차가 어둠을 헤치고’와 전 세계를 떠돌며 인간의 삶과 흡혈귀의 삶을 오가는 V와 백작의 곡 ‘롤러코스터’는 관객들도 노래에 맞춰 박수를 치며 함께 즐기는 유쾌한 곡이다.




뱀파이어가 등장하지는 않지만

_ 뮤지컬 <뱀파이어 아더>



극 중에 뱀파이어가 등장하지는 않지만, 제목에 뱀파이어라고 쓰여 있으니 뱀파이어에 관한 뮤지컬이라고 불러도 되는 것이 아닐까? 뮤지컬 <뱀파이어 아더>는 평생을 자신이 뱀파이어라고 확신하고 살아온 아더와 우연히 아더의 성에 들어온 엠마의 유쾌하고 귀여운 로맨스를 그린다.



뮤지컬 뱀파이어 아더 용감한 뱀파이어

/ 어두운 방안에 저것과 나



초반부 엠마와 아더의 귀여운 모습에 웃으며 보다가, 존이 왜 아더를 뱀파이어라고 속여 키웠는지 밝혀지는 대목 부터는 미처 마음의 준비를 하지 못했던 비극 탓에 놀라기도 했다. 뱀파이어는 아니지만, 매력적이고 용감한 아더는 인간이기에 뱀파이어의 특별한 특징을 가지지는 못한다.


그러나 곧 자라날 송곳니에 대한 믿음과 보름달이 뜨는 밤에 힘이 최고조에 오르며 망토를 입고 하늘을 날 수 있을 거란 믿음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의 침대는 관이기도 하니, 이 정도면 뱀파이어에 대한 뮤지컬이라고 이야기해도 되지 않을까?



  

한국의 흡혈귀

_ 뮤지컬 <배니싱>



뱀파이어라고 하면 어딘가 서양의 고성이 떠오르지만, 한국에 존재하는 흡혈귀가 나오는 뮤지컬이 있다. 바로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흡혈귀와 그를 도우려 했던 인간의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 <배니싱>이다.


극 중의 K는 흡혈귀가 되어 영생을 살게 된 후 사람 사이에서 고립된 채 폐가에서 깊은 잠에 빠져있다가 시체를 해부하기 위해 폐가에 들른 의학도 명렬과 의신을 만난다. 햇빛을 보면 화상을 입는 K를 병에 걸린 것이라 생각한 의신은 그를 치료해 주겠다고 약속하고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지만, K가 흡혈귀임을 알자 K를 밀어낸다.


의신이 자신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K는 그에 배신감을 느껴 같은 존재가 되어야만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하며 의신을 물어 흡혈귀로 만든다. 한편 명렬은 흡혈귀의 강한 신체 능력과 회복력, 쉬이 죽지 않는 특성을 이익을 위해 이용하고자 한다.




뮤지컬 배니싱 햇빛 속으로



흡혈귀를 발견했을 때 죽이거나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것은 정말 인간다운 생각이 아닐까? 뮤지컬 <배니싱>의 K는 앞서 말했 듯 강한 신체 능력과 회복력을 가진다. 지금껏 언급했던 뱀파이어 중 유일하게 햇빛에 약한 존재이기도 하다. 또한 인간의 것보다 월등하게 예민한 감각을 지닌 것으로 표현된다.


*


평생을 죽지 않고 다른 존재들과 떨어진 채 살아야 하는 삶은 어떤 삶일까? <드라큘라>도, <마마 돈 크라이>에서도 영생은 어떤면에서는 저주라 말하며 K 역시도 영원히 산다는 것에 회의적이다. 불멸은 인간들이 꿈꾸는 것인 한편, 인간이 만든 상상 속 불멸의 존재들은 사라짐을 꿈꾸는 것이 흥미롭다. 그리고 그 이유의 많은 부분은 소외나, 외로움, 권태 등이 차지한다.


특히 앞서 이야기한 작품들이 모두 그렇듯, 인간들 사이의 뱀파이어라는 점에서 비슷한 외로움을 가지는 듯하다.
 


[김민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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