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울함에서 벗어나려 애썼던 수많은 날들 [사람]

나의 우울함까지 사랑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입니다.
글 입력 2019.06.19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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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종종 우울하다. 가장 최근엔 운전면허 자격증을 따기 위해 치른 도로주행 시험에서 떨어졌을 때도 우울했다. 사고 싶었던 믹서기가 너무 비싸 우울했고, 기대했던 이와의 약속이 깨져 우울했다.

우울은 여러 형태로 찾아온다. 앞의 이야기처럼 무슨 사건에 따른 결과로 우울해지기도 하지만, 그냥 우울해질 때도 있다. 이유도 모르고, 나조차도 모르게. 물론 모든 감정에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기쁠 때는 이유가 있지만, 슬플 때는 이유조차 모를 때가 많다는 건 여전히 신기한 일이다.

난 보통 가벼운 우울을 ‘센치함’이라고 부른다. ‘sentimental’을 뜻하는 이 말의 사전적 정의는 ‘감상적이거나 감정적인 특성‘이다. 하필이면 시간대가 새벽이고, 혼자 있을 때면 더욱더 그렇다.

‘우울’이라고 말하면 보통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만, 난 내 안에 차오르는 가벼운 우울, 즉 ‘센치함’을 썩 싫어하지는 않는다. 나는 내가 센치할 때 흘려보내지 않고 종이나, 핸드폰 메모장에 기록해둘 때가 많다. 평소에는 나오기 쉽지 않은 머릿속 영감들이 그 감정을 통해 글로 표현되기 때문이다. 나처럼 글을 쓰거나, 음악을 하는 등 예술 쪽과 관련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경험쯤은 반드시 있었으리라. 실제로 대학교에서 소설 수업을 들을 때, 전공 교수님이 ‘소설을 쓰는 사람은 어느 정도 약간의 우울함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이처럼 우울은 감정을 극대화해 예술의 표현에 있어서 기폭제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우울함이 지속되면, 나쁜 영향을 준다. 약간의 우울함에 힘입어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몇 날 며칠이고 우울 속에 빠져 있다면 그 안에서 헤어나오기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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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걱정이 많은 편이다. 상상력도 풍부하다. 걱정이 많은 사람이 상상력까지 풍부하면, 최악의 시나리오를 여러 개 상상해 머릿속에서 재연하곤 한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것이 그렇게나 무서웠다. 작년의 나는 거의 학교와 집만 오가면서 살았고, 타지에 사느라 집에선 항상 혼자였다. 그래서 한 번 생각나면 그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밖에서는 생글생글 잘 웃는 사람으로 가면을 쓰고 집에 와서는 멍하니 있었다. 이유도 모른 채 울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내가 싫었다. 이 과정을 계속 반복했다.

올해, 그리고 지금의 나에게 우울하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것이다. 행복하냐는 물음에는 조금 더 신중해질 것 같지만, 적어도 괜찮은 상태다. 휴학하고 본가에 있어서인지, 애인과 감정싸움을 하지 않게 되어서인지, 그냥 내가 조금 더 단단해져서인지는 잘 모르겠다. 조금이라도 빨리 우울한 기분에서 벗어나는 여러 가지 방법을 다양하게 시도해보고 있다. 그중 내게 효과적이었던 것 몇 가지를 나누고 싶다.

물론 나는 의학적 지식이 풍부한 전문가도 아니고, 심리 상담가도 아니다. 그래서 내가 우울에서 벗어난 방법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 없다. 그러나 내겐 정답이었던 것처럼 누군가에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풀어놓는다. 우울한 기분은 언제 나를 찾아올지 모르지만, 우울을 떨쳐내는 건 나 자신이 해야 할 일이니까.



첫 번째, 더 우울해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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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데 더 우울해지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름의 효과가 있다. 자신을 자책한다거나 해치는 것이 아니다. 감정은 다 써버려야 새로운 감정이 생기기 마련이다. 슬픈 노래나 영화를 보고 울어버리면, 놀랍게도 마음이 차분해지고 평온해진다.

사람 마음이란 게 참 묘한 게, 내가 슬플 땐 남의 기쁜 일도 달갑지가 않다. 진심으로 기뻐해 주기 힘들다. 그래서 그런가, 슬픈 노래나 영화를 보면 나의 상황과 같다고 느껴져 공감된다. 우울할 때 코미디영화를 보며 기분을 나아지게 할 수도 있지만, 그게 안 된다면 나처럼 감정을 다 써버려 털어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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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하모니>


내가 본 영화 중 가장 많은 눈물을 흘렸던 영화는 하모니였다. 아직 영화를 안 본 이가 있다면, 울고 싶을 때 이 영화를 추천한다.




특히 난 우울할 때 아이유, 종현의 우울시계를 자주 듣곤 한다. 사실 우울시계는 슬픈 분위기의 노래는 아닌데, 가사가 귀엽다. 별거 아닌데 우울하다는 내용의 가사가 마치 나의 일도 사실 별거 아닌데 우울해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헤준다. ‘잊혀진다니까’하고 속삭이는 종현의 목소리에 참 많은 위안을 얻는 곡이다.



두 번째, 나만의 취미 만들기

나만의 취미를 만들어두는 것도 여러모로 좋다. 기분이 나쁠 때 가장 빠르게 쉽게 기분을 전환할 수 있는 방법이다. 나는 우울할 때 다이어리를 꾸민다거나, 욕조에 입욕제를 풀어 넣고 반신욕을 즐기거나, 맛있는 요리를 해 먹거나, 공연을 본다.

이 외에도 취미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니 더 늘어놓지는 않겠다. 그러나 가능한 한 여러 개를 만들어두면 더 좋다. 그 취미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가끔 생기는데, 그럴 때면 더더욱 우울하기 때문이다. 여러 개의 선택지가 있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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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경우 작년에 스트레스와 피로에 시달려 한동안 우울하던 상태였는데, 정말 아무 생각 없이 평소 즐겨듣던 노래의 가수가 콘서트를 한다는 소식에 덜컥 예매한 적이 있었다. 우울할 때는 기분전환 삼아 공연을 보는 게 가장 큰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었다. 그 콘서트를 보러 가기 위해 한 달을 열심히 살았다. 대망의 공연 날, 첫 오프닝 곡부터 왠지 모르게 울컥했다.

공연의 후반부에 가수가 직접 팬이 쓴 쪽지 중 하나를 뽑아 읽어주는 시간이 있었는데, 내 쪽지가 뽑혔다. 내가 썼던 글귀의 첫 문장을 듣자마자 눈물이 터졌고 그 자리에서 엉엉 울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하니 조금 부끄럽기도 하지만, 그날 이후로 후련해질 수 있었다. 힘겹게 버텨왔던 내게 완벽한 보상을 선물 받은 기분이었다.



세 번째,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우울한 나도 어쩔 수 없는 나라는 것. 그리고 그런 나를 사랑해야 할 사람도 결국 나라는 것을 의식적으로라도 열심히 떠올리고 있다. 장난삼아 애인에게 내 우울까지 사랑해달라고 말하긴 하지만, 결국엔 내 우울을 이겨낼 사람은 나 자신뿐이란 걸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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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약간의 우울은 나를 발전시키기도 하지만, 우울함이 길어질수록 나를 피폐하게 만든다. 피폐해진 나를 내가 사랑하기란 너무나 어렵다. 지금보다 더 깊은 우울함 속에 잠기기 전에 조금씩 나오려고 노력해보자. 잊지 말자. 심해에 빠져 있는 것보단 바닷가에서 발만 담그고 있을 때가 더 숨쉬기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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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하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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