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어스름한 새벽엔 그의 노래를, Jakob Ogawa [음악]

마이너에 대한 고찰 16
글 입력 2019.06.19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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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라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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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우울감이 함께하는 새벽을 보낼 때가 있다. 일상 속의 우리는 우울감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멀리하려 한다.

그러나 생각이 많아지고 센티멘탈해지는 새벽이 되면 가끔 그 기분에 한껏 취하고 싶기도 하다. 어떤 기분에 깊게 빠지고 싶을 때, 혹은 어떤 느낌을 좀 더 진하게 느끼고 싶을 때, 스스로를 가장 쉽게 도울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음악을 듣는 것이다. 엄청나게 다양한 장르와 스펙트럼을 자랑하는 음악은 한순간 우리의 기분을 바꾸기도 하고 취해있는 기분에 더 빠져들게도 하기 때문이다.

밤과 새벽이 긴 스웨덴에서 겨울을 보낼 때, 오늘 소개할 아티스트의 노래를 들었다. 여담이지만, 2018년 12월에는 내가 사용하는 음원 스트리밍 앱에서 그의 노래를 3번째로 자주 들은 사람으로 랭크되기도 했었다. 무거운 새벽, 내 주변의 것들이 둥둥 떠다니는 느낌, 주위가 너무 고요해서 이 세상에 나 혼자만 있는 것 같은 기분.

그런 날이면 몽환적인 음악에 물기 어린 목소리가 더해진 그의 노래를 듣곤 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에게도 그런 새벽이 종종 찾아올 것이다. 그런 당신을 위해 여기, 노르웨이 싱어송라이터 Jakob Ogawa가 노래한다.



Velvet Light, 초여름의 새벽, 그리고 가장 ‘Ogawa스러운’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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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처음 접한 그의 노래는 <Velvet Light>였다. 시기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어김없이 찾아온 플레이리스트 권태기에 모르는 누군가의 선곡 리스트를 멍하니 듣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그 멍함을 깨어준 곡이 바로 <Velvet Light>였다.

내 취향이 어떤 것인지 말로는 설명할 수 없지만, 가끔 정말 ‘아무 거나’ 듣고 있다가 내 귀를 번쩍하고 깨워주는 아티스트들이 있는데, 그런 이들을 발견할 때마다 짜릿함을 느끼곤 한다. Ogawa는 그런 아티스트 중 한 명이었다.

첫 노래가 <Velvet Light>였기 때문이었는지 모르겠지만, 그의 모든 노래를 들어본 지금도 이 노래가 가장 ‘Ogawa스러운’ 것 같다. 나한테 있어서 그의 음악은 ‘새벽’이라는 시간대와 아주 가까운 이미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다시 말하자면 가장 ‘새벽스러운’ 곡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뿐만 아니라, 이 노래의 앨범커버 또한 내가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그의 이미지와 가장 닮아있다. 희미하게 새어 들어오는 빨간 빛을 중심에 둔 앨범커버는 ‘몽환, 희미한, 안개’와 같은 단어들을 연상시키는 그의 분위기를 그대로 이미지화한 느낌을 준다. 여름밤, 은밀하게 사랑을 나눴던 상대방에 대한 희미한 기억들과 그리움에 대해 노래하는 <Velvet Light>는 노래의 내용 그대로 초여름의 밤에 들었을 때 그 느낌이 가장 드라마틱해진다.



짧지만 사랑스러운 노래, Next to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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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에 발매한 앨범 [Bedroom Tapes]는 제이콥 오가와의 음악적 색깔을 잘 담고 있는 5개의 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Bedroom Tapes]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Next to me>이다. 제이콥 오가와의 노래 중 대부분은 2분 정도의 짧은 길이로 진행되는데, <Next to me>도 마찬가지로 2분 4초짜리로 짧은 곡이다. 글도 그렇지만 노래도 그 길이에 비례해서 설득적이지는 않다.

그의 노래는 짧음 속에 넘치는 무드가 응축되어 있어서 더 강렬하게 느껴진다. 간단히 ‘내 옆에 있어!’ 라고 말하고 있는 이 곡은 새벽 감성인 다른 곡들과 다르게, 초여름 해가 질 때쯤 붉어진 하늘을 바라보면서 듣기에 좋은 곡이다. 시원한 바다나 해맑은 미소, 바람에 살랑이는 우거진 나무들이 생각나는 <Next to me>는 기존의 물기어린 그의 곡들과 다른 분위기를 품고 있다.

I’d lend my hand to you, babe.
You understand me true, babe.
And all that was don’t matter.
It’s you I trust, your laughter.

So if you care you to follow,
follow me anywhere.
I wouldn’t mind your sorrow,
as long as you’re next to me.



결이 다른 차분함을 느낄 수 있는, Let It P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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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속 다섯 번째 곡인 <Let It Pass>는 원곡 그대로의 버전과 ‘Colors’에서 기타 소리에만 맞춰 라이브를 한 버전, 두 가지를 함께 들어볼 것을 추천한다. 나른하게 만드는 코러스와 느리게 둥둥이는 베이스와 드럼, 그리고 곡을 마치 반짝이게 만드는 것 같은 심벌의 소리까지, 원곡은 꽤나 꽉 찬 음악과 함께 끈적한 제이콥 오가와의 목소리가 어우러진다.

그런가 하면, ‘Colors’의 그는 기타와 마이크만을 들고나와선 조금은 빈 듯한 버전의 <Let It Pass>를 노래한다. 분명 같은 곡이고 둘 다 차분함을 내재하고 있지만, 그 차분함의 결이 아주 많이 다른 느낌이다. 뭐랄까, 원곡은 나른함에 사로잡힌 여럿이 각자의 생각에 빠져있는 모습이 상상된다면, ‘Colors’ 버전은 우두커니 혼자 앉아 있는 누군가의 모습이 상상된다. 각자의 취향에 따른 것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Colors’에서의 <Let It Pass>가 좀 더 나를 가라앉히는 것 같아서 좋았다.

*

나에게 생소한 배경을 가진 아티스트의 작품에 감정적인 이끌림을 갖는 것은 드문 일이면서도 그만큼 더 매력적인 일이기도 하다. 우연히 알게 된 그의 노래가 지금까지도 생각 많은 나의 새벽에 함께 하듯이, 이 글을 읽은 누군가의 새벽도 지켜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이다.


[김윤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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