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경계를 넘어, 너에게로 - 연극 '너에게'

연극 '너에게' 프리뷰
글 입력 2019.06.22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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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제2회 페미니즘 연극제.jpg
 


자유를 추구하고 편견을 깨기 위해 존재하는 예술조차도 남성중심사회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연극도 마찬가지다. 아주 최근까지 주인공도, 주인공을 방해하는 인물도 남성이고 그러한 이야기를 만드는 이도 남성, 평가하는 이도 남성이었다. 연극 관객층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기묘한 현상이다. 하지만 이는 오랫동안 큰 문제로 여겨지지 않았다. 불평등이 익숙한 세상에서 무언가 이상하다고 말하는 목소리는 묻혀버렸을 것이다.

비로소 문제점을 인식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지금, 제 2회 페미니즘 연극제의 개최는 우리가 그래도 한 발짝을 뗐다고 말해 주는 것 같다. 이전에는 보기 힘들었던 여성 중심의 다양한 연극이 이번 연극제를 계기로 무대에 오르는 가운데, 7월 4일부터 7월 7일까지 공연하는 연극 <너에게>는 남성중심주의 연극과 완전한 대척점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우선 10대부터 40대까지 여러 연령대의 여성들이 나온다는 점부터 눈에 띈다. 연극은 더 나아가 여성만이 겪는 경험이지만, 그렇기에 좀처럼 다뤄지지 않던 유산 이야기를 무대 중앙으로 끌고 온다.


너에게_포스터.jpg
 

<시놉시스>

너네 진짜 아름답다. 완전 아름다워서, 진짜... ‘우와’야.

아기가 태어났다. 아기는 죽어있다. 이 연극은 아기의 감탄으로 시작한다. 죽은 지 이틀 된 아기가 세상을 향해 온갖 이상한 말과 질문을 던진다. 엄마의 울음소리와 심장 박동 소리를 좇아 떠돌아다니던 아기는 우연히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아기를 통해 새롭게 맺어진 관계들은 그들의 삶을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이끈다.


등장인물이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이라는 점과 이전까지 잘 다뤄지지 않았던 유산을 소재로 한다는 점을 평범하게 보이게 할 정도로 특이한 건 이 연극이 '죽은 아기'라는 독특한 존재의 관점에서 진행된다는 점이다. 갓 태어난 아이가 터뜨리는 울음은 삶의 시작을 알리는 소리다. 삶의 시작점에 선 아기는 밝고 순수하며 모두에게 소중하다.

또한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가능성 그 자체다. 그러나 아기가 가진 긍정적인 이미지는 아기가 살아있는 게 아닐 때 곤두박질친다. '죽은 아기'는 '죽은 노인', '죽은 사람'보다 훨씬 더 안 좋다. '죽은 아기'라는 단어가 주는 거부감은 우리가 아기에게 마땅히 기대하는 게 있으며 그 기대가 꺾일 때 두려움과 거부감, 찝찝함이 배가된다는 것을 말해 준다. 죽은 아기란 정상의 범주를 벗어난 불길한 존재인 것이다.

불길하고 비정상으로 여겨지는 건 죽은 아기만이 아니다. 사회가 정해놓은 틀에서 벗어난 것들은 오랫동안 없는 존재로 취급되거나 기득권에 의해 타자화되어왔다. 남성이 인간의 기본형인 세상에서는 여성이, 가정 내 출산만이 축복받는 사회에서는 미혼모가 그러했다.

서로 뭉쳐야 할 약자들의 목소리는 이들을 억압하는 기득권의 목소리에 눌려 흩어졌다. 흩어진 약자들은 심지어 서로를 증오하기도 했다. 나이 든 여성은 젊은 여성을 질투하고, 정숙한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을 경멸하듯이 말이다.
 
<너에게>에서는 나이도, 직업도 다른 여성들이 서로 관계를 맺으며 여기 저기에 흩어져 있던 약자들의 목소리를 한 데 모인다. 이는 이번 페미니즘 연극제의 테마가 '연대'인 것과도 관련이 있다. 나와 너 사이에 선을 긋는 것으로는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가는 중이다.

분리되어 있던 목소리의 주인들이 서로 마주 볼 때, 그리고 관계를 맺으며 새로운 의미를 형성할 때, 불길한 것들은 그들을 '불길한 것'으로 만든 사회를 전복할 힘을 지닌다. 연극에서 목소리를 가지고 말하는 사람은 '너'이지만 그게 '나'의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보장도 없다. 오랫동안 듣지 않았던, 또는 듣지 못하던 이야기를 들을 시간이다.

 



작가 소개

젠 실버먼은 현재 가장 촉망받는 신진 여성 극작가 중 한 명이다. 아시아, 유럽, 스칸디나비아, 미국을 오가며 성장기를 보낸 젠 실버먼은 새로운 환경에 대해 품었던 끊임없는 호기심을 바탕으로 정형화되지 않은 신선한 목소리를 선보이고 있다. Yale Drama Series Award, Lilly Award, Kennedy Center's Paula Vogel Playwriting Award, MacDowell Fellow, Helen Merrill Fund Award, PoNY Fellowship 등을 수상했으며 리얼리즘에 기반을 둔 미국의 주류 극작가와는 노선이 다른 작가로 인식되며, 사회적인 한계를 넘어서는 내용을 주로 다룬다.


극단 907

907은 주변의 상징과 은유를 찾아, 방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야기합니다. 소중한 만남과 대화의 자리가 그러하듯, 당신과 만나는 지금 이곳의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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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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