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컨셉진(conceptzine): 당신의 일상은 무슨 색깔인가요? [잡지]

조금 더 행복한 일상을 만드는 작은 마법
글 입력 2019.06.22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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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함께하는 동안 당신의 일상이 조금 더 아름다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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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가슴이 따뜻해지는 한 문장. 라이프 매거진 컨셉진(conceptzine)의 약속이다.

‘컨셉진’은 일상 속에서 즐거움과 가치를 재발견하는 라이프 매거진으로, 벌써 7년차에 들어섰다. 대기업에서 만드는 잡지조차 금세 사라지고 마는 불경기에, 아무 자본도 없이 시작한 이 작은 잡지가 꿋꿋하게 책꽂이 한 칸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괜히 기특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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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일상은 무슨 색깔인가요?



매일 반복되는 차가운 일상 속, 무엇이 우리를 위로해 줄 수 있을까? 백마 탄 멋진 왕자님도, 눈이 부실 정도로 황홀한 영화 속 풍경도, 설레는 마음으로 산 복권 한 장의 기적도 퍽퍽한 현실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럼에도 우리는 텅 빈 눈동자로 멀게만 느껴지는 행운을 좇아 걷고 또 걷는다.


여기서 물음표를 하나 던져보자. 꼭 거창하고 커다란 행운이 필요할까?


프랑스의 마르셀 프루스트는 이렇게 말했다. "여행의 발견이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얻는 것이다." 우리의 하루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면 어떨까? 별 거 없다고 생각했던 나의 일상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보고, 그 안에서 작은 노력으로 조금 더 아름다운 하루를 보내는 방법. 컨셉진은 이러한 '새로운 눈'을 제시해 주는 역할을 한다.


진부한 이야기지만 사실 네잎클로버를 둘러싼 수많은 세잎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이니까. 우리의 일상은 반짝반짝 빛나는 행복으로 가득 차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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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이야기를 담은 잡지



내가 컨셉진과 처음 만난 곳은 수원의 작은 헌책방이었다. 퀴퀴한 먼지와 함께 아무렇게나 쌓여 있는 책 더미를 파헤치다, 자신의 두 배쯤 되는 책들 사이에서 잔뜩 웅크린 컨셉진 다섯 권이 눈에 들어왔다. 이렇게 작은 책이 다 있네 하는 호기심과, 다섯 권 각각 품고 있는 따뜻한 색감에 이끌려 자연스럽게 책을 들었다. 그리고 표지 가운데에 박힌 알송달쏭한 물건 하나에 책장을 넘길 수밖에 없었다.


컨셉진은 매달 새로운 키워드를 제시한다. 아침, 아지트, 부엌, 음악, 친구와 같은 일상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매달 다른 이야기를 하지만 내부는 똑같은 순서에 따라 이야기를 풀어놓기 때문에, 새롭지만 익숙한 느낌으로 읽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인테리어, 나들이 장소, 맛있는 음식, 인터뷰, 에세이 등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따뜻한 이야기들은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흥미를 끈다. 무엇보다도 독자 사연과 인터뷰를 담은 글이 많아서, 다양한 사람들의 삶과 생각을 엿보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이 마지막 장에 도달한 순간, 나는 선뜻 다음 장으로 넘길 수가 없었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이번 키워드와 관련된 두어 가지 질문이 담겨 있다. 이를테면 나만의 아지트는 무엇인가요? 부엌에 담긴 나만의 추억이 있나요? 같은 질문들. 그리고 그 밑은 텅 비어 있다. 컨셉진은 많은 사람들의 알록달록한 이야기 끝에서 나의 이야기를 묻고, 그래서 타인의 이야기가 아닌, 책꽂이에 가득 꽂힌 책이 아닌 나만의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


컨셉진을 구독하는 수많은 독자들의 손에서, 잡지가 한 번 더 태어난다는 생각을 하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같은 이야기를 읽고도 우리는 모두 다른 생각을 할 테고 다른 글을 적을 테니까, 수백 수천 권의 책이 모두 다른 색을 띠게 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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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는 앞 페이지에 대여섯 장, 아주 잠깐 들어가 있다. 그마저도 컨셉진의 브랜딩 이미지와 꼭 들어맞는 감성적인 물건들이고, 잡지 내에 실리는 사진들과 비슷한 분위기를 내기 때문에 광고라기보다는 컨셉진스러운 물건들을 소개하는 페이지 같다.

앞뒤로, 그리고 중간중간에 광고로 가득한 기존의 잡지들과 확연하게 비교되는 특징이다. 독자 입장에서는 전체 흐름이 끊기지 않아 푹 집중하여 읽을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된다. 잡지사가 수익을 얻는 가장 기본적인 수단은 '광고'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폐간되지 않고 꾸준히 발행될까?' 하는 궁금증까지 생길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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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달라지는 나의 하루



컨셉진을 읽고 난 후 나의 인생이 손바닥 뒤집듯 변하지는 않았다. 나는 예전과 똑같은 아침을 먹고, 똑같은 버스를 타고 출근한다. 지치는 하루도 울고 싶은 날도 많다. 불꽃놀이 같은 짜릿한 행운을 기대하며 가끔 로또도 사곤 한다. 당첨되면 뭘 하지, 같은 쓸모없는 상상이나 마구 하면서.


대신 아주 사소한 변화가 생기긴 했다. 아무리 바쁜 아침에도, 호텔리어가 된 것처럼 침구를 꼼꼼하게 정리하고 나가는 것. 나 혼자 먹으려고 밥을 대충 볶아도, 꼭 예쁜 접시에 옮겨 담아 후라이 하나 정도 올리는 것. 예쁘고 소소한 일상에서 나를 소외시키지 않는 것.


그리고 컨셉진 마지막 장에 나만의 이야기를 담는다.
 

사소한 바람에도 그 순간의 공기는 아주 달라진다. 아주 작은 손길이 거친 그날의 향기는 숨이 멎을 정도로 향기롭다. 눈썹을 잔뜩 찡그리고 세잎클로버 사이를 휘적휘적 걷던 나는, 잠시 멈추어 눈을 감고 짙은 풀냄새를 느끼는 중이다.


이 긴 글을 읽은 당신에게도, 컨셉진의 마법이 깃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조그만 질문을 하나 던져 본다. 오늘 당신을 행복하게 만든 세 가지는 무엇인가?



[이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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