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영화에 대한 사랑을 알고 싶다면, "필로 FILO" [도서]

FILO 8호를 읽고 난 후
글 입력 2019.06.22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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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본래 다른 사람의 주관적인 해석이 깃든 영화 평론을 찾아 읽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왜,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그들의 글을 읽고 나면 나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그들의 생각으로 대체되는 기분이 들어서이다. '그건 그냥 줏대가 없어서 그런거 아니냐',라고 반론한다면 글쎄, 그 점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러한 내 생각이 바뀐 것은 어떤 작은 일 때문이다. 몇 년 전 한 영화를 보고 난 후, 영화 속 주인공이 가진 자기 비하와 자책으로 결집된 생각과 결국 그가 내린 극단적인 결정이 나에게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그러니까 너무나도 충격적인 것으로 다가왔다. 내가 머릿속으로 했던 온갖 부정적인 생각들을 진짜로 행동으로 옮긴 주인공의 모습을 보니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어쩌면 나도 애초에 저 주인공이 마지막으로 선택한 비극적인 결말처럼 일찍이 삶을 끝냈어야 하는 건 아닐까 하고.

실제로 그 영화를 보고 난 후에 제대로 일상생활을 할 수도 없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얼마간 시간이 지난 후에 큰 용기를 가지고 같은 영화를 봤던 한 친구에게 이 영화를 보고 난 내 생각과 느낌을 말했는데, 그 친구가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생각을 말해주었다. 지금은 그 말이 무엇이었는지 아예 기억도 안 나지만, 그 생각을 들었던 당시의 내게는 그 말 한마디가 굉장히 신선한 충격이었다.

같은 영화를 보았는데도 이렇게나 생각이 다를 수 있구나! 그리고 그 말을 듣자마자 며칠 밤을 새워 나를 심적으로 매우 괴롭게 만들었던 문제의 그 영화가 머릿속에서 말끔하게 싹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바로 그 영화에 대한 견해의 차이 그것 하나 때문에. 그리고 나서 내가 느낀 점은, 타인의 생각을 알아가는 것은 언제나 흥미롭다는 것.

더구나 그 생각이 내가 좋아하는 주제에 관한 것이라면 더더욱. 그래서 그 뒤로는 흥미가 가는 영화 평론을 거리낌 없이 잘 읽을 수 있게 되었고 적절히 내가 가진 생각과 비교해가면서 읽는 법을 길렀다. 그렇기에 더더욱 FILO 잡지에 관심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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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언어와 사랑의 탐색지인 필로(FILO)는 영화를 뜻하는 film과 어떤 것을 좋아하는이라는 뜻의 philo-를 결합한 말로, 영화에 대한 사랑과 애정을 글로 옮기려는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진 격월간 잡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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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적극적으로 활동 중인 5명의 영화평론가 남다은, 이후경, 정성일, 정한석, 허문영이 국내 고정 필진으로 참여한다. 덧붙여 <카이에 뒤 시네마>의 편집장을 지낸 프랑스 영화평론가 장미셸 프로동, 일본 영화배우 카세 료,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의 감독 테리 길리엄, 문학평론가 정홍수가 함께 했다.

FILO의 이번 호에서는 2019 전주국제영화제 리뷰, 故 아녜스 바르다 감독의 추모 기사,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를 제작하는 데 영감을 준 대상들에 관한 글, <왕좌의 게임>, <퍼스트 리폼드>, <아사코>,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 <라스트 미션>, <유레카>의 작품론, 그리고 배우 기주봉에 대한 글을 일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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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테리 길리엄 감독의 작품들을 몹시 좋아한 터라, 이번 FILO 잡지에서 길리엄 감독의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를 제작하는 데 영감을 준 것들에 대한 글을 읽을 수 있어 특히 더 흥미 있게 읽었던 것 같다. 이 영화를 실제로 보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그의 기이하고도 요상한 시선으로 그려낸 신작이 눈앞에 보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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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흥미 있게 읽은 글은 허문영 평론가의 '퍼스트 리폼드'이다. 역시나 안 본 영화이긴 하지만, 평소 좋아하는 배우인 에단 호크가 주연으로 나오고, 이 영화를 만든 감독 역시 마틴 스콜세지의 대표작 중 하나인 영화 '택시 드라이버'의 각본가라니 안 봐도 명작일 것임이 틀림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부끄럽지만 FILO에 실린 이 글을 읽기 전까지는 이 영화에 대해서는 아예 몰랐던 터라 더욱 진귀한 발견이었다. 언젠가 꼭 봐야 할 영화 리스트에 또 하나가 오른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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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좌의 게임'을 다룬 크리틱 섹션은 아쉽게도 내가 '왕좌의 게임'을 전혀 보지 않은 상태인 터라 글을 제대로 이해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평소 '왕좌의 게임'의 굉장한 팬이거나 이 시리즈를 재미있게 본 사람들이라면 분명히 이 평론을 읽는데 푹 빠져들 것임이 틀림없다.

잡지를 다 읽고 난 후 내 개인적인 생각이기는 하지만, 잡지 컨텐츠 구성물로 영화 관련 이미지들이나 감각적인 일러스트레이션 등이 조금 더 많이 들어가도 상당히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양질의 영화 평론을 읽는 것도 참 의미 있었지만, 계속해서 기나긴 줄글을 읽다 보니 눈이 피곤하고 약간 지치기도 해서 텍스트 중간중간에 작은 이미지라도 삽입하면 시각적으로도 즐거울 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그냥, 영화를 좋아한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읽을 가치가 충분한 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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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소개

<키노>가 씨네필 문화를 이끌고, <씨네21> <필름2.0> <무비위크>라는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영화주간지 전성시대였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함에 따라 긴 호흡과 깊은 통찰이 담긴 글보다 포털사이트 별점, SNS상 정보, TV 프로그램, 시네토크, 팟캐스트로 영화 감상을 정리하는 일이 흔해지지면서 여전히 이런저런 원칙과 논리에 의해 외면당하는 영화마저 끌어안으려는 영화비평은 설 곳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 그래서 <FILO>는 '영화비평'을 중심으로, 어딘가에서 영화비평의 지속을 기다리고 응원하고 있을 독자와의 만남을 기대하며 탄생되었다. '영화와 언어와 사랑의 탐색지'라는 슬로건을 걸고, 우리 시대의 좋은 영화, 중요한 영화, 특별한 영화에 글과 사랑을 아끼지 않는 잡지가 되고자 한다.


필로 FILO NO.8
- 2019.05/06 -

펴낸곳 : 매거진 필로 편집부
분야

잡지 > 예술/대중문화/영화

규격
170 * 240 mm

쪽 수 : 144쪽

발행일
2019년 05월 10일

정가 : 16,000원

ISBN
979-11-96378-26-4


[김초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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