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무심하게 흥얼거리게 되는 몽환적인 멜로디 – 롤러코스터 [음악]

차분하고 오묘한 2000년대 감성의 멜로디
글 입력 2019.06.24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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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를 거쳐온 한국 사람 중에 자신만의 미니홈피 한 번 가져본 적 없는 사람은 매우 드물 것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로 페이스북 이전에 버디버디, 세이클럽 등 수많은 서비스를 거쳐왔지만 그 중에서도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가장 열성적으로 운영했던 청소년 중 한 명이다.


한 차례 서비스 종료 위기를 겪은 후 지금은 방 한 켠에 놓인 액자처럼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유지되고 있는 싸이월드는 많은 사람들에게 특유의 감성과 향수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다. 그 시절의 싸이월드가 그토록 많은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이유로는 ‘미니홈피’라는 자신만의 공간을 독특한 취향과 분위기로 가꾸는 재미가 가장 컸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소위 ‘힙’하다는 미니홈피에 절대 빠질 수 없는 요소가 있는데, 그건 바로 ‘배경음악’이다.


배경음악은 단순히 미니홈피에 깔리는 음악의 의미를 넘어서 유저가 방문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이미지 메이킹을 위한 가장 중요한 연출 장치이다. 남들과는 다르고 싶고 조금은 특별하게 보이고 싶다면 방법은 간단하다. 유행에서 살짝 동떨어진 듯한 인디 밴드의 노래나 팝송을 한 곡 재생으로 설정해두고 사사로운 일촌평과 카테고리를 닫고 홈피명을 라틴어 명언으로 변경하면 된다.

물론 나도 유행에 뒤쳐지면 섭섭했던 청소년이었기 때문에 배경음악을 고르는데 심혈을 기울이곤 했다. 당시 내가 추구했던 컨셉은 ‘차분몽환시크’였고, 미니홈피 스킨이나 미니미는 무심한 척 도토리를 아끼더라도 배경음악은 늘 신중하게 선택해야 했다. 그리고 나의 지향을 105퍼센트 충족시켜주던 아티스트가 바로 오늘 내가 소개하고자하는 3인조 밴드 ‘롤러코스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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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러코스터’는 보컬 조원선, 기타리스트 이상순, 드러머 지누로 구성된 3인조 모던록 밴드이다. 1999년 ‘Roller Coaster’라는 앨범으로 데뷔했으며 2006년까지 정규앨범을 발매했고, 기타리스트 이상순의 유학과 함께 이후 밴드 ‘롤러코스터’로서의 활동은 중단되었다.

현재 드러머 지누는 작곡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기타리스트 이상순도 최근 배우자 이효리와 함께 <효리네민박>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보컬 조원선 역시 솔로가수로서 지속적으로 활동하며 오늘 23일 새로운 싱글앨범 ‘그래 그건 그렇고’를 발매했다.

롤러코스터는 보컬 조원선의 무심하고 차분하면서도 몽환적인 음색과 독특한 감수성의 멜로디로 큰 인기를 끌었다. ‘습관’, ‘숨길 수 없어요’ 등 지금 들어도 세련된 감성과 완성도의 노래로 마지막 앨범이 발매된지 1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꾸준히 사랑 받고 있다. 지금부터는 인디 음악의 스테디셀러라고 할 수 있는 롤러코스터의 음악 중 가장 인기 있고 유명한 노래 세 곡을 꼽아 가사와 함께 하나씩 소개해보고자 한다.




습관 (Bye Bye)






‘습관 (Bye Bye)’는 롤러코스터의 데뷔 앨범의 수록곡이다. 당시 해당 앨범의 타이틀곡은 ‘내게로 와 (Come Closer)’였으나 ‘습관 (Bye Bye)’가 대중에게 더 큰 호응을 얻었고, 현재는 음원 사이트에  기존 타이틀곡 대신 이 노래가 타이틀곡으로 등록되어 있을 정도로 큰 사랑을 받는 노래이다.

당시에는 흔하지 않았던 홈레코딩 방식으로 녹음된 노래이며, 올해로 발매된지 20년이 된 노래임에도 불구하고 조원선의 담담한 목소리와 애시드 재즈 풍의 멜로디로 여전히 세련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습관이란 게 무서운 거더군

아직도 너의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사랑해 오늘도 얘기해

믿을 수 없겠지만

안녕 이젠 그만 너를 보내야지

그건 너무 어려운 얘기





Last Scene






‘Last Scene’은 2002년에 발매된 롤러코스터의 3집 앨범 ‘Absolute’의 타이틀곡으로, 늘 타이틀곡보다 수록곡이 더 주목 받던 롤러코스터의 앨범과 달리 유난히 대중들의 큰 호응을 받은 타이틀곡이기도 하다.

노래에 담겨있는 롤러코스터 특유의 건조하고 덤덤하면서도 서늘한 감성은 데뷔앨범의 수록곡이었던 ‘습관 (Bye Bye)’과도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 ‘Last Scene’은 조원선의 차분하고 오묘한 음색과 세련된 멜로디, 조원선의 음색과 꼭 닮은 감성의 가사가 어우러져 롤러코스터만의 몽환적인 이별 감성을 보여주는 노래라고 할 수 있다.



다행히도 시간은 흐르고

아무렇지 않게 너의 이름을 말하고

이제는 다 지난 얘기라고

큰 소리로 웃어 보기도 하고

나 답지도 않은 말을 하고

사람들은 내가 변했다고 해




숨길 수 없어요






‘숨길 수 없어요’는 2006년에 발매한 5집 정규앨범의 타이틀곡이다. 앞서 소개한 두 곡이 롤러코스터 특유의 이별 감성을 담아낸 노래라면 ‘숨길 수 없어요’는 롤러코스터의 감성으로 사랑이 시작되는 감정을 담은 노래이다.


‘습관 (Bye Bye)’, ‘Last Scene’과 마찬가지로 조원선이 작사했으며, 역시 특유의 메마른 듯 덤덤하면서도 무심한 어투에 몽환적인 음색을 덧씌워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이 노래 속의 조원선의 목소리를 들으면 2000년대의 분위기와 감성이 떠오르기 때문에 가장 애정을 가지고 있는 곡이기도 하다.



갑자기 눈물이 나고

왜 갑자기 또 기뻐지나요

이런 모습의 나 믿을 수가 없어요

이렇게 흔들리는 나를 아아아아

이제는 더 이상 숨길 수 없어요

사랑하고 있어

당신과 나만의 비밀이 되나요 이렇게


*


롤러코스터의 노래는 스트리밍으로 듣기보다 CD나 MP3, 싸이월드에서 들었던 기억이 강하게 남아있기 때문에 전주만 듣고도 아날로그 감성이 되살아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중점적으로 소개한 세 곡 외에도 롤러코스터의 노래 중에는 수많은 명곡이 있다.


특유의 몽환적이고 글루미한 차분한 감성 뿐만 아니라 햇살이 내리쬐는 오후의 일상처럼 나른한 감성 또한 내가 사랑해 마지 않는 롤러코스터 감성이다. 최근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가수인 조원선의 새 싱글이 발매되었으니 롤러코스터 앨범부터 차근차근 그녀의 노래를 복습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이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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