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잘못은 우리 옷에 있어 - 나는 나를 입는다 [도서]

글 입력 2019.06.25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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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졸업 후, 교복을 벗어던지고 처음으로 제 스타일이라는 걸 갖추기 시작했다. 유독 독특한 옷들에 꽂혀 입고 다녔다. 사람들은 독특하다며 예쁘다며 칭찬해줬고 그때부터 이전에 몰랐던 패션에 대한 재미를 알게 됐다. 좋아하는 옷을 골라서 내 식대로 스타일링하는 게 즐거웠다. 옷은 나를 나타내는 이미지, 아이덴티티였다.

재밌었으면 뭐 굴곡도 한 번 있어야지. 나름 스타일링하는 건 재밌었다. 사람들 칭찬도 기뻤다. 그런데 칭찬받지 못하면 괜히 우울했다. 자꾸 다른 사람 시선에 기대서 옷 맞추게 됐다. 옷 사는 데, 눈치 보기 시작했다. 남들 칭찬에 일희일비하게 되고 평범한 것, 심플한 것보다 과하게 독특한 아이템에 손이 갔다.  물론 개성이라고 생각한다면, 나쁜 게 아니지만 조금 지치긴 했다. 내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한 옷이 아니라 옷이 내 이미지가 돼버린 셈이었다.

한때 머리를 핑크로 염색했었다. 한창 로즈쿼츠&세레니티가 유명했던 시기였다. 진짜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라데이션으로 그해 로즈쿼츠&세레나티 컨셉으로 해본 적 있다. 머리부터 핑크로 시작해 몸통을 경계로 신발까지 다시 세레너티. 보는 애들마다 다 놀라 하고 신기해하고 뭔가 패션 피플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문득 생각이 들었다. 스크린 도어에 비친 내 착장이 별로였다. 옷 자체도 안 예쁘고 나랑 안 맞았다. 분명 집에서 나왔을 때는 괜찮다고 생각했었는데, 결국 그건 내 만족이 아니라 호응 예상 합격점이었다. 그러니까 시선이 모두 덜어지고 혼자 스크린 도어에 오롯이 비쳐쳤을 때 이상할 수밖에 없었다. 옷을 산다는 행위만 생각했고, 내가 입는다는 생각을 접어두고 있었다는 걸 늦게 깨달았다. 옷은 한번 입고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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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tone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스타일의 전환점이랄까. 1년 동안 입었던 옷이 지난 19년 보다 많았던 것 같은데, 다시 보니 하나도 눈에 차지 않았다. 그렇게 잘 입고 좋아했던 옷 들인데 너무 튀고 이상했다. 옷을 하나하나 정리했다. 이제 옷이 아니라 진정으로 '나'를 생각하게 됐다. 나름 중요한 과도기였다. 디자인도 디자인이지만, 내 체형과 피부 톤, 분위기에 어울릴 만한 옷인지 더불어 고려하게 됐다.

지금에서야 흑역사라고 치부하고 웃어넘겼지만 그 과정이 마냥 웃기기만 한 건 아니다. 짧지만 평생 쉽게 도전할 수 없는 아이템에 도전할 수 있는 과정이었으며 지금도 독특한 아이템을 사는데 머뭇거리지 않게 만들어줬다. 결과적으로 내 이미지와 스타일을 알고 입게 된 경험이었다. 거창하지만 패션을 통해 진짜 '나'를 찾으면서 정체성 확립에도 한몫했다. 지금 추구하는 내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다고 해서 그때 들었던 칭찬이 칭찬 같지 않은 건 아니니까 즐거움도 여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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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패션과 스타일을 모르지만 나에 대해 알게 되고 찾아가는 와중에, 눈에 들어온 '나는 나를 입는다' 당연히 눈길은 가게 됐고, 다른 사람들은 옷에 대해 어떤 생각을 지녔는지, 자기 스타일을 찾아가게 된 과정이 어땠는지, 관련 업계 종사자는 어떤 생각과 가치관을 가졌는지 호기심이 생겼다.

그런데 웬걸, 가볍게 읽다가 내 경험과 비슷한 이야기가 나와서 깜짝 놀랐다. 작가님이 겪었던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주옥같았다. 옷에 빠져드는 과정이나, 예쁘다는 말보다 특이하다는 말이 더 좋다는 의견이나, 내가 심히 공감할 수밖에 없었던 일화들이었다. 거기서부터 작가님과 책에 스며들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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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부터 끝까지 작가님은 사람들에게 친절했다. 우리는 패션을 흔히 명품, 모델, 디자이너 등 쉽게 다가갈 수 없는 문화라고 생각하지만 작가님은 하여금 패션을 독자에게 스며들게 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패션 피플들이 가지는 권위와 권위에서 나오는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는 태도로 에피소드를 써내렸다.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고심해서 썼으며 진솔한 일화임을 느낄 수 있었다. 오직 사람들의 스타일링과 과정에 초점을 둔 책이라 그런지 선민의식이 없었다. 오지랖도 없었으며, 설령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한들 당사자가 도움을 청하기 전에 굳이 참견하지 않았다는 데서 작가님의 마음가짐을 알 수 있었다.

결국 옷은 사람이 입는 거니까, 궁극적으로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옷이 문제임을 책 전반에 깔고 들어간다. 당사자를 탓하지 않고 당사자 외에서 문제를 찾아 해결하려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옷이 아니라 사람 자체가 명품임을 나타낸 챕터도 그렇다. 사람은 비가시적일 뿐, 누구나 다 명품이라고 언급한 점이 멋있었다. 구태여 명품만으로 스타일링하는 게 아니라 사람 자체에 어울리는 옷을 찾을 뿐이라는 말을 들을 때부터 신뢰감이 무럭무럭 솟아났다.

작가님은 '예쁘다'의 정의를 재해석했다. 스타일링은, 절대적으로 우수한 외모를 지향하는 게 아니라고. 옷과 액세서리로 당사자 체형과 이미지에 맞게 코디해서 특유의 분위기를 이끌어내는 거라고 얘기했다. 책 전반에, 스타일링에 대한 작가님의 가치관이 드러나지만 '예쁘다'의 정의가 가장 가슴을 울렸다.

읽어보면 읽어볼수록 작가님에 대한 신뢰가 쌓여간다. 얼굴도 보지 못했는데, 이 사람이라면 내 스타일을 잘 맞춰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챕터마다 감사 인사가 꼭 나오는데, 작가님이 얼마나 대단하고 뛰어난 지가 아니라 얼마나 심사숙고해서 사람들을 도와주고 스타일링해줬는지가 드러났다. 우린 패션쇼에서 나오는 모델 같은 스타일링이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이미지, 그리고 '나'다움을 찾고 작가님이 말하는 '예뻐지고' 싶기 때문이다.




책 소개



퍼스널 스타일리스트가 전하는

자존감을 높이는 스타일링 비법



10,000번의 퍼스널 스타일링을 한 저자는 옷을 잘 입지 못해서 자괴감에 빠진 사람들에게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스타일을 자세하고도 따뜻하게 설명하였다. 스타일은 자기 자신이 보여야 하고 남의 것이 되어선 안 된다고 하는 저자는 "본연의 모습이 그대로 들어가면서 각자 태어난 대로, 살아온 대로 모든 것이 묻어나는 것, 상상을 뛰어넘는 본인의 색과 향기가 묻어나는 옷차림, 이것이 바로 진정한 패션이다"라고 한다. 실제로 여러 명의 스타일링을 해 준 이야기를 통해 자신을 찾고 삶이 변화될 수 있다는 것을 감동적으로 전하고 있다.

*

아무리 예쁘고 멋진 옷도 입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신기한 이유는 바로 가치관의 차이에 달려있다. 자신을 명품이라고 존귀하게 생각하는 만큼 스타일리시함의 정도도 비례한다. 아무리 좋은 옷이라고 해도 자신의 매력을 발견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그 옷이 명품이 될 수 없는 법이다. 수많은 브랜드와 명품만을 좇는 삶의 가치관에서 벗어나서, 자신의 매력을 하나하나 탐구할수록 당신은 아름다워질 수 있다. 자신을 과대평가해서 올바르게 옷을 입지 못하는 것, 자신을 과소평가해서 옷으로 자신을 꾸미지 않는 것, 이 두 가지에서 벗어나 적절한 균형을 이룰 때 스타일 감각은 좋아지는 법이다. - 본문 중에서




나는 나를 입는다

- 옷은 곧 자존감이다 -

저자 : 오한나

출판사

도서출판 따스한 이야기

분야 : 자기계발

규격

신국판 변형(152×225)

쪽 수 : 284쪽

발행일

2019년 5월 27일

정가 : 14,000원

ISBN

979-11-85973-54-8 (03190)




저자 소개



오한나

한국 이미지 전략 연구소 kisi 국제 이미지 컨설턴트 과정을 수석으로 졸업하고 청소년 패션 진로 멘토로 활동하고 있다.

연예인들만 스타일링 관리를 받는다는 편견을 깨고 한국인 최초 일반인이 이용할 수 있는 퍼스널 스타일링 서비스 컴퍼니 '리한 나 이미지'를 운영 중이며, 대기업 CEO부터 UN 관계자, 의사, 전문직, 영업직종, 경단녀 등 모든 직종을 아울러 한 사람의 고유의 매력을 찾아주고, 내면의 가치에 걸맞은 스타일링을 코칭 해 주고 있다. 국내 최초 일반인들이 배울 수 있는 스타일 아카데미 SIM academy를 만들어 패션과 스타일링에 대한 시각을 바꾸고 쉽게 배울 수 있는 스타일 강의를 통해 우리나라의 패알못 대상들과 매주 소통 중이다.

여성조선 등 잡지, 방송 등의 미디어 매체를 통하여 퍼스널 스타일리스트 [스타일 코치]로 활약하고 있다. 지은 저서로는 '2019 절대 취업' - 스타일링 편이 있다.



[오세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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