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내 삶을 위한 영어 - 단단한 영어공부 [도서]

삶을 위한 영어공부
글 입력 2019.06.27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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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영어라면 어릴 적부터 나를 괴롭혀왔다. 처음 영어를 배울 때는 남들이 배우는 거니까, 남들 따라서 배운 것이고, 중고등학교 때는 오직 시험을 위해 공부했기 때문에 가장 큰 스트레스였다. 지금은 영어가 풀리지 않는 퍼즐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영어를 어떻게 공부해야 자유롭게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있을지, 지금 영어 공부 방법이 맞는 건지, 실력이 쌓이고 있는지 알 길이 없기에 영어를 공부하면 할수록 더 복잡해지는 게 영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영어를 생각한다면 한다면 겁부터 난다. 이 책 <단단한 영어공부>를 읽으면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책을 펼쳤다.


*


이 책을 읽으면 갑자기 영어 실력이 올라가지는 않는다. 그런 기대를 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며, 과감히 이 책을 덮고 영어 학습서를 펼치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이다. 아무튼, 이 책을 읽고 영어에 대한 생각이 조금 바뀌게 되었다. 영어를 대하는 나의 태도를 말이다.


내 목표는 단순히 ‘영어로 자유롭게 말하기’ 였다. 여행을 위해서 영어가 필요하다 거나, 높은 시험점수를 받기 위해서 등등의 목적 없이 정한 목표다. 그렇기에 내 목표는 추상적일 수밖에 없었고, 영어 공부는 꾸준히 지속될 수 없었다. 올해 영어 공부하기 계획을 세웠지만, 여름 방학을 맞아 다시 영어 공부하기를 목표에 적었다. 지금까지의 행적을 돌이켜 본다면, 아마도 겨울방학, 내년에도 똑같이 ‘영어로 자유롭게 말하기’를 적고 있지 않을까.



[크기변환]단단한영어공부표지.jpg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작은 판형의 책표지에 글씨가 빽빽하게 적혀있다. 영어와 한국어가 초록색과 검은색으로 대비된다. 한국인, 한국어가 모국어인 사람에게는 초록색으로 써진 영어가 언어라기보다는 하나의 그림처럼 보이고, 그 사이로 검은색으로 써진 ‘단단한 영어공부 / 내 삶을 위한 외국어 학습의 기본 / 김성우 / 유유’라는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책 제목처럼 영어실용서와 다르게 영어를 배우는 책이 아니라, 영어를 하나의 외국어로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책이다. 따라서 이 책을 읽고 나서 영어에 대한 맹목적인 신화만을 바라보는 한국인들의 생각을 바꿔준다. 영어를 그저 한 가지의 ‘외국어’로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무작정 시험을 위한 공부를 하자고 말하지 않고, ‘영어’라는 언어의 특징, 문화 등을 설명하면서, 영어 원어민이 아닌 사람들이 영어를 배우기 전 알면 좋을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한국 사람들에게 영어를 배우는 이유를 환기시키고, 한국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영어에 대한 신화(원어민, 발음)가 있었음을 주장한다. 나도 모르게 깨달음(?)을 얻은 기분이다. 그렇다면, 어떤 내용이 있을까 궁금하지 않는가?


 


당신의 영어는 안녕하십니까?




“언젠가 “당신의 스피킹은 안녕하십니까?”라는 광고를 본 적이 있습니다.  ‘안녕한 스피킹’이 있다면 ‘안녕하지 못한 스피킹’이 있을 것입니다. 말하기가 안녕하다는 말이 무슨 뜻일까요? …(중략) … 원어민처럼 이야기하지 못하고 원어민이 못 알아듣는 영어는 ‘안녕하지 못한 영어’가 되고 맙니다.”


(p56-57)



본격적으로 영어 학습에 대해 논하기 전에 먼저, 한국 사회가 영어와 맺는 관계를 바꿔야 한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우리가 막연하게 가진 ‘네이티브’의 환상을 갖고 있다면서 조금은 과감하게 말하고 있다. “The native speaker is dead.”라고 말이다. 이 문장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네이티브 스피커’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책 제목이기도 하다.


무슨 뜻이냐면, 영어 공부를 하면서 듣는 영어 목소리의 성우들, 방송에서 나오는 명쾌한 발음 등은 보통 ‘교육을 잘 받은 미국 중산층 백인 엘리트’와 상응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 발음이 절대적인 기준이라고 정해놓고, 이 발음 이외의 것들은 틀린 것이라 정한다.


다름을 틀림으로 인식함으로 언어에 위계를 부여하고, 특정한 발음이 우위에 있다고 은연중에 생각하기도 한다. 물론, 방송 등에서는 표준어를 기준을 둘 수밖에 없지만, 표준어를 기준으로 하다 보니 표준어가 ‘더 나은 말’이라는 잘못된 믿음을 갖게 된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네이티브 이데올로기’는 허구의 믿음이었다. 즉, ‘언어의 기준은 원어민’이라는 생각은 공격적인 마케팅 등, 우리의 불안을 자극하기 위해서 만들어낸 이데올로기라는 것을 상기시킨다.


 


영어, 더 나은 삶을 위한 도구




“새로운 언어를 통해 더 나은 나를 만들어 가기. 외국어를 공부하는 여러 이유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일입니다. …(중략)… 하지만 많은 영어교육 프로그램이 학습자들을 획일화하려 합니다. 특정 프로그램을 선택한 사람들은 엇비슷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같은 주제, 같은 관점, 같은 공부 순서, 같은 학습법을 ‘강요당하는’ 상황을 맞이하죠. 이는 프로그램 제작자들의 의도라기 보다는 많은 사람들에게 같은 내용을 제시하는 데서 오는 한계입니다.”


(102-103p)



영어 공부를 하면서 거짓말을 수없이 해왔다. ‘I’를 주어로 한 문장들을 읽으면서 나는 허구가 되었고, 입 밖으로 나온 말은 허공에 사라져버렸다. 나와는 상관없는 의미 없는 말을 중얼거린 것이라 내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나에게 맞지 않는, 정해진 모범 답안을 외우며 거짓말하는 모습이 비극적이기도 하다. 이 모습은 마치 영어를 통해서 개인의 삶을 획일화하는 것이며, 새로운 세계로의 진입을 막는 것과 같다.


책에서는 주어진 문장을 외우는 것보다는, 영어 공부를 더 나은 삶을 위한 공부로 바꾸는 원칙을 제시한다. 먼저, 공부 대상 및 과정을 구체화하기다. 나에게 맞는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는 것으로, 추상적인 것을 구체화하는 과정이다. 다른 사람이 정해준 일반적인 목표가 아닌, 지금 내 삶에서 영어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을 구체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나 같은 경우에는 추상적으로 ‘영어로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공부하기’라는 정말로 막연한 목표로영어 공부를 한 것이다. 사실, 책을 읽기 전까지는 내가 왜 영어를 공부하는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저, 영어를 자유롭게 말하는 사람이 부러워서 이 목표로 영어 공부를 시작한 것일 뿐, 내 삶을 위해 영어를 공부하는 것은 아니었다.


중고등학교 때는 시험 점수를 잘 받으려고 공부한 것이고, 현재는 시험 점수를 잘 받으려는 생각도 없고, (물론, 취업에는 필요하겠지만,) 영어로 뭘 하겠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현재는 ‘왜’ 라는 질문에 자신 있게 답을 하지 못한다. 이 부분을 읽고 남들 따라서 영어 공부를 한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두 번째는 영어 레퍼토리 수집하기다.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에 덕질하는 것처럼 (1)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2)조금씩 꾸준히 모으는 데서 뿌듯함을 느끼지만 (3)정말 아끼는 대상이라면 집요한 노력을 통해 손에 넣는 특징을 가지는 것이다.


<스타워즈> 팬이라면 그들의 대사를 최대한 수집하고 낭독, 녹음하면서 재미를 찾을 수 있고, 좋아하는 분야의 유튜브 동영상을 꾸준하게 보면서 표현을 익히는 등, 덕질을 목적으로 하거나, 이용해서 영어공부를 한다면 내공도 쌓으면서 깊이도 깊어질 수 있다.


그다음 마지막 세 번째로는 나의 말로 바꾸기다. 이것은 ‘끊임없이 나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개인화 전략’이다. 단어와 친해지면서 나와 관계를 맺는다면 좀 더 오래, 그리고 깊게 기억에 남는다.


 


마무리하며



위의 방법들 이외에도, 이 책에서는 말하기, 쓰기, 어휘, 문법 등 다양한 영역에서 참신하고,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다. 독자들에게 삶을 위한 영어공부를 하라고 설득하는데, 저자의 근거가 합리적이라 생각한다. 영어 공부로 고민하거나, 방황하는 사람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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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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