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책들의 잔치, 서울국제도서전 [문화 전반]

글 입력 2019.06.2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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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도서전 2019

(Seoul International Book Fair 2019)


기간 : 2019.6.19~23


장소 : 코엑스 Hall A&B



지난 19일 수요일부터 23일 일요일까지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렸다. 서울국제도서전은 1954년 서울도서전으로 시작해 1995년부터 국제도서전이 되었다. 한국 출판의 세계화, 출판산업의 경쟁력 강화, 독서하는 사회 분위기 정착, 국민 문화 향유 기회의 확대라는 목표 아래 대한출판문화협회 주최로 매년 봄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다.




책을 전시한다고?



나는 사실 도서전이 처음이었다. 책 읽는 것에 관심이 있다고는 하지만 ‘도서전’이라는 게 다소 생소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책은 글자가 적힌 종이의 모음집인데, 그 수많은 종이를 전시한다는 것인지, 아니면 책장에 책이 꽂혀 있는 채로 책을 전시한다는 것인지 도무지 상상되지 않았다.


사전등록을 하면 무료로 전시전을 즐길 수 있지만, 나는 사전등록 기간을 놓쳤기에 현장에서 6000원이라는 금액을 내고 입장했다. 청소년은 좀 더 저렴했던 것 같다. 사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6000원에 책 전시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하다는 생각을 하던 터였다. 심지어 국내 도서만이 아닌, 국제 도서전이니 그 가치가 더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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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방문한 도서전은 정적인 전시회일 것이란 나의 예상과 달리 굉장히 활발했다. 조용히 책을 고르는 서점 내의 풍경과는 사뭇 달랐다. 코엑스 전시장 내는 A홀과 B홀로 나누어져 있었고, 인파가 상당했다. 책들의 잔치를 즐기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았나 싶었다. A홀 전시장 안으로 들어가니 수많은 출판사의 부스가 늘어서 있었다.




쉽게 만나기 힘든 다양한 출판사들까지 한자리에



내가 알고 있던 출판사보다 훨씬 출판사가 많은 것을 보고 놀랐다. 많은 출판사들은 책갈피나 엽서같은 도서 관련 굿즈나 도서목록 등을 제공하고 있었다. 나의 발걸음이 처음 닿았던 부스는 바로 출판사 ‘창비’였다. 창비 유튜브 채널을 팔로우하면 책들의 글귀가 적힌 스티커를 증정하고 있었고, 책 글귀가 적힌 스탬프를 찍어 직접 책갈피를 만들 수도 있었다. 책을 얼마 이상 구입하면 그 외 관련 굿즈를 가져갈 수 있다기에 잠시 망설였지만, 다른 출판사에서 사고 싶은 책이 있어 다음으로 아껴두었다.


원래대로라면 국내의 대형 출판사들부터 돌아볼 생각이었으나, 막상 도서전을 가보니 생각이 조금 바뀌어 다소 규모가 작은 독립출판사들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대형 출판사의 책들은 전국의 교보문고, 영풍문고 등 어디를 가도 쉽게 찾을 수 있지만, 독립 출판사의 경우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었다. 도서전에 온 만큼 평소에 찾기 더 힘든 책들과 출판사에 좀 더 관심이 갔다. 구석구석을 거닐며 사람이 올 때마다 반겨주시는 모습에 마음 한구석이 따스해졌다. ‘책과 출판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공통점만으로 자연스레 긴장이 허물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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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출판사 부스 앞에서 내가 기웃대고 있자 관계자분께서 내게 먼저 ‘이쪽 일하시냐’며 말을 걸어주셨다. 아마도 출판 일을 말하는 것이겠다 싶었기에 나는 그저 학생이라고 답해드렸다. 그러자 ‘출판 일 힘드니까 하지 마라’며 농담을 건네셨다.


그만큼 출판업계 상황이 좋지 않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시면서도 나중에 쓸 일이 있을지 모르니 가져가라며 뭔가를 하나 챙겨주셨다. 출판인쇄물, 즉 책을 만들 때 쓰이는 종이 샘플을 모아놓은 책자였다. 말씀은 그렇게 하셨어도 출판과 책을 사랑하는 마음이 언뜻 느껴졌다. 그 책자는 그날 받아온 물건 중 가장 소중한 물건이 되었다.


거의 마지막에 들른 민음사와 문학동네 부스는 국내 정상을 다투는 출판사들답게 인테리어부터 시선을 사로잡았다. 멀리서부터 눈에 띄는 넓은 공간과 천장까지 빼곡한 설치물들, 다양한 굿즈까지 잘 갖춰놓았다. 대신 사람이 많았고, 따라서 관계자와 책이나 출판에 관련된 대화를 나눈다거나 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했다. 그런 점이 좀 아쉬웠지만, 이벤트나 가입한 북클럽을 통해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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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종이를 넘어서다



책을 떠올리면 흔히들 종이책을 떠올린다. 그러나 E 북이 활성화되고, 오디오북이 활성화된 지 오래다. 책이 단순히 종이책이던 시절은 지났다. 2019 국제도서전에선 오디오북 코너와 부스가 여럿 보였다. 작년엔 전자책 리더기에 대한 부스가 있었다고 한다.


배우 이솜이 녹음한 최은영 작가의 ‘쇼코의 미소’ 오디오북 부스가 있어 잠시 들어봤다. 책을 읽을 때 내가 느꼈던 특유의 담담한 말투 그대로였다. 같은 책임에도 내가 스스로 읽을 때 내 안에서 맴돌던 나의 목소리와 다른 이의 목소리가 다르기에 같은 책임에도 묘하게 새롭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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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국제도서전에서 가장 신선했던 부분은 바로 카카오브런치의 등장이었다. 전시장 B홀은 도서와 출판에 관한 다양한 강연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바로 이곳에 카카오 브런치 부스가 있었다. ‘브런치’는 다음카카오에서 내놓은 글쓰기 플랫폼이다.


블로그와 흡사하지만 다른 점은 작가 신청을 하고 승인이 나야 글을 작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어느 정도 퀄리티 있고 정돈된 글들이 올라오게 된다. 또한 광고 및 홍보성 게시글로 도배된 블로그를 막을 수 있다. 이 점이 바로 브런치만의 매력으로 작용했다.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브런치는 ‘작가의 서랍전’이라는 부스로 자리하고 있었다. 다른 부스들과 달리 줄을 서서 잠시 대기한 후 한 번에 몇 명씩만 입장이 가능했다. 부스 안으로 들어서자 고풍스럽게 꾸며놓은 책장 인테리어가 보였다.


10개의 주제 중 하나를 골라 전시된 책 중 하나를 선택하면 모바일로 바로 읽을 수 있는 브런치 게시글 QR코드가 배정된다. 부스 한 켠에는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다 유명세를 타 실제 출판으로 이어진 책들이 놓여 있었다. 굳이 종이책으로 출간되지 않아도 인터넷 플랫폼 자체가 책이 되는 시대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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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전을 전부 둘러보니 3시간이 훌쩍 지난 후였다. 나름대로 구석구석 꼼꼼히 본다고 했는데도 못 들른 곳이 있었을 텐데도 그만큼의 시간이 흘렀다. 왜 여태까지 한 번도 오지 않았나 싶어 과거의 나 자신에게 속으로 한 소리 하기도 했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서 정작 책들의 잔치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양손 가득히 가져온 책들과 도서목록, 굿즈들도 사랑스럽지만, 가장 좋았던 건 그게 아니었다. 오로지 책이 주인공이 되는 그 공간, 그 순간의 분위기가 가슴 벅찼다. 1년 중 가장 책이 주목받는 단 5일, 서울국제도서전. 아는 만큼 더 많이 보인다는 말을 믿기에 내년엔 더 다양한 출판사에서 많은 책을 읽어보고 방문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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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하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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