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요가와 명상, 마음의 근육 키우기 [사람]

채우는 것만큼 비우는 것이 중요한 이유.
글 입력 2019.06.30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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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그런 날이 있다. 어제와 그저께와 다르지 않은 하루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물먹은 솜처럼 축 가라앉은 날. 머리에 온갖 갈피를 잡지못한 생각들이 뒤엉켜 몸에 비해 머리가 비대해지는 것 같은 날. 생각이 많은 나에게 이렇게 뇌의 과부화가 걸린 날이면 습관처럼 찾아 하는 것이 있다. 행동습관 같은 건데, 바로 요가와 명상이다.

 

나는 요가와 명상을 한다. 물먹은 솜처럼 무거운 마음이 찾아왔을 때, 머릿속이 과부하가 걸린 그런 날들에는 습관처럼 요가 영상을 튼다. 감정은 내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지만, 몸은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 생각을 멈추고 대신 몸을 움직인다. 유튜브에서 가장 좋아하는 요가 영상을 틀고 영상에서 나오는 음성의 안내에 따라 요가를 시작한다. 정신없고 시끄러운 것들과 멀리 떨어진 곳에 존재하는 담담하고 안정된 목소리를 듣는다. 정신은 모두 한 곳에만 집중한다. 오로지 내 몸에만. 정확하고 곧은 자세를 취하기 위해 호흡을 가다듬고 몸을 움직인다.


이렇게 시작된 마음 근육을 키우는 일이 지금은 하루의 일상 루틴이 되었다. 매일 아침 이른 기상 후에 물 한 잔을 마신 후, 영상을 틀고 요가를 시작한다. 끝을 명상으로 마무리하고 나서 나의 하루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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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와 명상이 마음의 근육을 키운다?



요가를 처음 시작한 날이 생각난다. 난생 처음보는 동작들, 영상 속 완벽한 자세와 확연히 차이나는 어설픈 내 자세. 요가가 몸과 마음에 모두 도움이 된다는 말만 믿고 따랐다. 그리고 굵직한 땀을 흘리며 보기만 해도 고통스러워지는 근력운동과는 다르게 편안하고 가벼워 보였다. 그런데 근육을 만드는 것만큼 굳어있는 근육을 늘리는 것도 만만치 않게 아프고 힘든 일이었다. 정신없이 따라만 하다 끝난 첫 날이었다. 문제는 그 다음날이었다. 하루 내내 근육통에 시달렸다. 근육통이 잦아든 날이 되어서 다시 요가를 시작했다. 조금씩 자세를 갖추어가고 나의 몸에 집중하게 되었다.

 

“두 눈을 감고 온 주위를 자신의 몸에 집중합니다.”


요가 영상 중간에 자주 나오는 말이다. 근육통을 앓고 나서 요가를 꾸준히 한 후에 뜻을 알 수 있었다. 눈을 감고 두 발로 서서 손을 모은 내 몸에 모든 정신을 쏟았다. 머릿속은 무의 상태였다. 오로지 내가 지닌 내 머리, 눈, 코, 입, 어깨, 팔꿈치, 손바닥, 가슴, 배, 척추, 골반, 엉덩이, 허벅지, 무릎, 발가락에 마음이 조각나 분산되었다. 그리고 그 조각이 하나로 연결된 느낌이었다. 몸의 근육을 키우는 것은 첫날부터 알게 되었지만, 마음의 근육을 키운다는 것은 이때부터 깨닫게 되었다. 마음이 더 이상 쉽게 다른 것에 끌려들어가지 않고 나에게 집중하고 내 스스로 비울 수 있게 되었다. 고통을 참으며 조금씩 늘어나는 근육처럼, 굳어있던 마음근육 또한 조금씩 늘어났다.


  

 


마지막 동작이 끝나면 5~10분간 명상을 시작한다. 몸을 편안한 곳에 눕히고 아무런 걸림이 없는 자세를 취한다. 몸에 힘이 빠지고 늘어났던 근육들이 밀가루 반죽처럼 좌악 펼쳐지는 느낌을 받는다. 잠에 들지 않고 눈을 감고 나의 몸을 바라본다. 감각을 통해서만. 머릿속은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고 자신있게,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것만 같은 자신감과 긍정의 감정들이 피어오른다. 그렇게 눈을 뜨고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다. 이렇듯 요가와 명상은 이런 대단한 힘이 있다. 마음은 몸을 이끈다. 또한 몸은 마음을 이끈다. 요즘 나는 전자보다는 후자의 말에 더 큰 믿음을 가진다. 결국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있다. 내가 내 마음을 어쩌지 못한다면 마음과 연결된 몸을 이용하는 것이다.

 

요가와 명상을 하는 데에는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다. 값비싼 레깅스도, 요가매트나 요가블록도 명상 전용 음원도 다 필요 없다. 오로지 내 몸뚱아리 하나만 있으면 된다. 잘 때 편하게 입는 목이 다 늘어난 잠옷을 입고 얇은 이불을 깔고 유튜브에서 맘에 드는 영상을 찾아 몸에 큰 무리가 가지 않게 천천히 따라한다. 이 정도의 준비가 되면 마음의 근육을 키우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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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by 세벽세시이십칠분
오늘도 나마스떼 - 노력



글로 적고 나니 내가 요가와 명상을 하는 이유가 뚜렷해졌다. 생각이 많은 나에게, 쉽게 정보를 습득하고 채울 수 있는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요가와 명상은 ‘비우기’이다. 답답하고 오래 쌓인 공기를 환기시키는 것, 마음에 남아있는 미련을 깨끗이 없애고 새로운 것을 위해서 자리를 비워두는 것. 그리고 더 나은 것을 받아들이는 것. 채움과 비움, 바로 그런 것이다. 몸의 호흡과 순환이 중요한 만큼 정신, 마음의 순환 또한 중요하다.

 

내가 평생 의지하고 이끌어 가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그것은 ‘나’이다. 내가 믿고 내가 책임지고 가져가야 하는 것. 그렇다면 그것이 되도록이면 나에게 좋은 역할을, 영향을 끼쳤으면 좋겠다. 오늘도 나를 위해서 나의 몸과 마음을 가다듬는다. 눈을 감고 폐가 가득 들어차도록 숨을 들이마쉰다. 옆으로 곧게 뻗은 팔, 손 끝에 힘이 들어간다. 누군가가 내 팔을 끌어당기는 것처럼, 그러나 스스로 뻗는다. 구십도로 무릎을 굽힌 허벅지에 힘이 들어간다. 몸을 지탱하는 발 끝에 힘을 준다. 자세를 유지한다. 조금씩 몸이 떨린다. 그 떨림을 느껴본다.


"전사자세"


한계가 다다랐을 때, 내 온 몸을 돌았던 숨을 깊게 내쉰다. 몸을 편안한 곳에 눕히고 숨을 내쉰다. 아무런 걸림이 없는 자세를 취한다. 몸에 힘이 빠지고 늘어났던 근육들이 밀가루 반죽처럼 좌악 펼쳐지는 느낌을 받는다. 고생한 내 몸과 마음을 위한 명상의 시간을 갖는다.


"사바아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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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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