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독일 미술관 여행을 마치며 [시각예술]

글 입력 2019.06.30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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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10월의 한 가을날 가족들과 독일로 여행을 간 적이 있었는데, 차를 타고 달리던 독일의 아름다웠던 가을 풍경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막연한 기억이지만 그 풍경 때문에 언젠가 독일에서 살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고, 결국 독일어를 배우고, 독일로 교환학생까지 가게 되었다.


독일에서 6개월 남짓한 시간을 보내면서, 한 장의 사진처럼 남아 있던 독일에 대한 기억 외에도 여러 가지 새로운 경험들을 할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평소 관심이 있었던 미술관을 자주 접했고, 여행을 다닐 때마다 그 지역의 미술관들을 방문해 보는 것이 하나의 여행 코스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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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미술관 여행’ 시리즈를 통해, 지금까지 총 다섯 회에 거쳐 지도에 빨간색 동그라미로 표시되어 있는 독일의 튀빙겐, 로이틀링겐, 베를린, 드레스덴과 슈투트가르트의 미술관과 갤러리를 살펴보았다. 각각의 지역적 특색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독일이라는 나라답게, 미술관 역시 건축, 구성, 전시에 이르기까지 개성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교환학생을 하며 독일에서 방문했던 여러 미술관들을 소개하고, 또 추가적인 정보를 수집하며 미술관이라는 공간 자체에 대해서 관심을 가질 수 있었다. 특히 작품을 전시하는 일 이외에도 미술관이 수행할 수 있는 다양한 역할에 대해서 여러 가지 방향성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독일 미술관 여행’을 연재하면서 얻은 독일의 미술관과 갤러리에서의 교훈들을 소개하며, 이번 시리즈를 마무리해 보고자 한다.




1.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경험을 제공한다.



독일의 많은 미술관과 갤러리에서는 노인과 아이, 청소년 등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들을 위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을 제공하고 있었다. 미술관은 특정 계층만을 위한 곳이 아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간이었다. 배리어프리(barrier-free)한 미술관 구조는 당연한 것이었으며,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동등한 미술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미술관 홈페이지부터 배리어프리 시설을 소개해 놓음으로써 미술관에서 배제되는 사람이 없도록 지원하였다.




2. 편하게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된다.



미술관은 꼭 전시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지역 주민들이 쉽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미술관 안에 카페나 레스토랑이 있기도 하고, 음악회 등 다양한 행사나 세미나가 개최되어 마치 문화센터와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미술관은 특별한 일이 아닌 언제든지 마음껏 드나들고, 이야기를 나누고 활동을 하는 자유로운 공간이었다.




3. 같은 작품도 흥미로운 시선에서 볼 수 있게 한다.



이미 알고 있는 작품이라도, 캡션, 작품 배치, 전시의 주제 등을 통해 얼마든지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낭만주의 작품을 독일에서 숲이 가지는 의미를 통해 새롭게 재구성한 캡션, Ecstasy(황홀경)의 역사적, 미술사적 의미를 통해 감상한 작품, 그림과 사진이 한 벽면에 배치됨으로써 느낄 수 있는 인물 초상의 새로움 등, 미술관은 이미 알고 있는 지식 이외의 것들을 볼 수 있게 도와주었다. 독일의 미술관과 갤러리에서는 같은 작품도 다른 시각에서 보고, 관람객이 다양한 의미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다.




4. 미술관에서 나오는 순간까지 기대하게 만든다.



독일의 미술관을 방문하면서 항상 좋았던 점은 아트샵과 서점이 잘 마련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그 중에서도 서점에서는 전시에 관한 책들과 예술 관련 서적들을 정말 저렴한 가격으로 구할 수 있었다. 중고 책들이나 할인하는 책들도 많아서, 평소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아 잘 사지 못했던 예술 책들을 찾아내는 것 또한 미술관에서 발견할 수 있는 새로운 재미였다.




5. 지역 예술가를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지역의 특색이 잘 살아 있는 독일에서는 미술관에서도 지역 예술가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었다. 미술관 안에 지역 예술가를 위한 전시 공간을 마련해 놓기도 했고, 이전 시대의 작품들이 현재 지역 예술가들의 작품과 어떤 관련성을 맺는지 연계하며 신진 예술가를 소개하기도 했다. 지역의 예술가들이 자유롭게 활동하고 전시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미술관에서는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었으며, 관람객들도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



시리즈에서 다루지 않았지만,

방문해 보면 좋을 독일의 미술관


프랑크푸르트, The Städel Museum

1815년에 설립된 슈타델 미술관은 독일의 가장 오래된 미술관 재단이다. 14세기 초기부터 현대미술까지 광범위한 미술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으며, 회화, 조각, 사진과 드로잉 등 다양한 미술 장르를 다루고 있다. 뒤러, 보티첼리, 렘브란트, 모네 등 유명한 작가의 작품들도 다수 소장하고 있다. 미술 전시 이외에도 특정 그룹들에 대한 미술 교육 역시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베를린, Berlinische Galerie

베를리니쉐 갤러리는 베를린에 새로 설립된 미술관 중 하나이지만 1870년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소장품을 전시하고 있다. 1층에는 다양한 장르의 동시대 미술이 작가별로 전시되어 있고 2층에는 1870년부터의 독일 미술을 시대별로 전시해 놓아 독일 미술의 흐름을 거대한 역사의 흐름과 연관지어 쉽게 알 수 있도록 전시해 놓았다. 회화, 조각, 영상, 사진 등 다양한 미술 작품들을 볼 수 있으며 특히 다다, 아방가르드 등의 미술들을 깊이 있게 살펴볼 수 있다.


슈투트가르트, Staatsgalerie Stuttgart

죽기 전에 봐야 할 세계 건축 1001에 소개될 정도로 독특한 외관을 자랑하는 슈투트가르트 시립미술관은, 건축 디자인을 위한 드로잉 원본이 뉴욕 모마(MoMA)의 영구 컬렉션으로 소장되어 있기도 하다. 기존의 건물에서는 17-19세기의 작품들이, 새롭게 증축된 외관에서는 여러 방에 걸쳐 20세기 미술을 전시한다. 방문했을 당시에는 뒤샹 특별전 또한 개최되고 있었다. 뒤샹에게 던진 100가지 질문이라는 컨셉으로, 뒤샹의 작품과 예술 전반에 대한 질문들과 뒤샹의 대답 내용이 담긴 카드를 하나하나 뽑아 가며 전시를 관람하는 흥미로운 특별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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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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