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교환학생, 그리고 날씨

글 입력 2019.06.30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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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에 도착한 첫 날



작년 9월부터 올해 1월 말까지. 네덜란드에서의 교환학생 생활은 나에게 잊지 못할, 그리고 큰 변화를 가져온 경험이다. 글쎄, 남들이 말하는 ‘의미 있는’ 변화가 구체적으로 무엇일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말하고 싶은 변화는 내가 나를 더 잘 알게 된 것, 그리고 조금은 더 단단한 ‘내’가 된 것. 이 두 가지다.

 

교환학생으로 네덜란드에서 지내며 가장 눈에 띠게 달라진 것이 있다면, 한국에서보다 훨씬 시간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여유로울 수 있었다는 것이다. 생활에 여유가 생긴다는 것은 다른 어떤 ‘일’이 아니라, 내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빡빡한 수업과 과제에, 취업 걱정에 치이며 다녔던 지난 학기와는 달리, 보다 여유로운 수업과 학점 부담에서 벗어나 온전히 나 자신에 집중할 수 있는 혼자만의 시간이 늘어났다. 굉장히 사소하지만, 그래서 더 일상에 변화를 가져왔고 일상이 모여 만드는 인생에 최소한 선 하나는 긋고 지나간 순간들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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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에서 본 하늘


하늘을 자주 쳐다보는 버릇이 생겼다. 원래는 하늘의 색깔, 구름, 노을, 별 등 하늘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관심이 없던 내가, 날씨가 좋은 날은 파란 하늘과 구름을 즐기고 날이 흐린 날은 어두운 하늘을 보며 일상에서 잠시 쉬어가는 틈을 만들고 있었다.


죽하면 엄마가 네덜란드에 갔다 온 후에 변했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니, 꽤 하늘에 관심이 많아졌다는 생각이 든다. 이는 곧 바쁘고, 지치는 삶 속에서도 내가 내 삶을 환기시킬 수 있는 방법을 어느 정도 찾아 가고 있다는 신호였다. 꼭 굳이 내 생활 반경을 벗어나 새로운 곳을 가지 않더라도 잠시 숨 돌릴 수 있는 여유를 찾는 방법 말이다.

  

다양한 계절과 날씨 그 자체를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원래 날씨에 따라 감정 기복이 심한 편이었다. 날이 너무 춥거나, 흐리고 비가 오는 날이면 우울하고 몸이 축 가라앉곤 했다. 그래서 나에게 겨울과 비 오는 날은 ‘싫은 날’, ‘없었으면 좋겠는 날’ 이었다.


기숙사 내 방의 침대 옆에는 작은 창문이 있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져 감수성이 풍부해진 나는 가만히 침대에 앉아 내리는 빗소리를 듣기도 하고, 나뭇가지에 쌓인 눈을 보기도 하면서 점점 각 계절과 날씨가 가진 고유의 냄새와 분위기를 즐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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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던 골웨이



가을 학기에 교환학생을 간 나는 계절의 특성상 항상 ‘비’를 데리고 다녀야만 했다. 아일랜드의 골웨이를 갔을 때는 태풍에 버금가는 비바람 덕에 우산이 찢어지고 패딩이 흠뻑 젖기도 했고, 연말에 혼자 독일과 체코를 여행했을 때에도 우중충한 날씨에 오락 가락 하는 가랑비를 맞으며 다녀야 했다.


하지만 전과 달라진 것은, 비 오는 날이 내게 마냥 ‘우울한 날’만은 아니게 되었다는 거다. 비 때문에 힘들었지만, 그 덕분에 친구와 두 배로 즐거운 추억을 남겼던 아일랜드와 맑은 날과는 또 다른 우중충한 매력을 느낄 수 있었던 파리, 그리고 그 때 들었던 Lauv 의 ‘Paris in the rain’은 영원히 잊지 못할, 반짝 반짝 빛나는 청춘의 기억 한 페이지를 장식했으니 말이다.

 

이렇게 교환학생을 기점으로 ‘비 오는 날’은 나에게 유럽 여행의 즐거운 추억을 불러오는 날씨로, 하늘을 보는 습관은 일상 속에서 작은 여유로움을 찾는 행동으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이런 사소한 변화와 ‘나’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은 보다 건강한 마음을 가진 ‘나’, 단단한 ‘나’를 만드는 거름이 되었다. 나에 대해 알아보고 생각하는 시간은 어른으로 성장하는 중요한 단계 중 하나이니까, 조금 감성적이면 어떻고, 조금 예민하면 어떠한가!

 


[김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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