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와 모델] 김찬미

글 입력 2019.07.01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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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런 사람도 있어?라고 느낄 때가 있다. 귀엽고 사랑스럽고 똑똑하고 재능 많은 친구들을 나는 많이 알고 있다. 이 친구도 그중 하나이다. 모두가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상큼 발랄한 이쁜 동생이다. 떡볶이 맛집 초대받아 같이 저녁을 먹었다. 내 인생 떡볶이집 중 하나이다. 맛있게 먹고 카페에 갔다. 그림 그릴 모델을 한다고 하니 긴장해서 포즈를 취하는데 너무 귀여웠다. 어떻게 할지 뻣뻣한 모습이 귀여워서 웃음이 나왔다.


찬미1.jpg
 


내가 한가지 색만을 사용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색을 사용하는 이유는, 색깔에 대한 욕심이 많아서가 아닐게 상각을 한다. 그리고 보통 내가 색을 쓰는 패턴은 무지개 스펙트럼 순서로, 유사색을 이어서 자주 쓴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상하게 달랐다. 부드럽게 이어지는 색을 많이 쓰나, 이 친구를 그릴 때에는 반대 색상을 많이 쓰게 되었다.


초록색과 자주색, 노란색과 보라색, 파란색 등 대조되는 색상이 대부분이었다. 엄청 화려했다. 실제로도 화려함이 어울리는 친구이지만, 그런 성향과 느낌도 강하게 들지만, 상대를 모른다는 가정하에 의식하지 않고 그려도 그림이 절로 나와서 신기했다.

'나 같아.'

평은 짧고 강렬했다. 웃음이 많은 소녀 같은 친구. 엄청 해맑아서 같이 기분이 좋았다.


*


본인에게 의미 있는 신체를 물으니 - 자신 있는 부위는 눈, 자신 없는 부위는 광대였다. 그럼 눈과 광대를 같이 그리자! 나는 개인적으로 광대가 조금 있는 게 정말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연예인으로 따지면 현아나 김재욱 같은 사람? 꽤나 매력적인 포인트이다.

눈을 그리려면 눈을 봐야하는데, 친구가 부끄럽고 긴장해서 나를 보다가도 자꾸 눈을 돌렸다. 그리려고 눈을 보는데 보고 있으면 눈이 저절로 옆으로 가서 엄청 웃기고 귀여웠다. 그래서 화지를 보고 그리다가 고개를 들면 나를 보고 있고, 또 다시 고개 숙여서 그리다가 고개를 들고 보면 눈이 나를 보고 있었다. '???' 그럼 대체 눈은 언제 깜빡이는 거지? 항상 또렷하게 눈을 뜨고 있는데?


물어보니, 나 그릴 때마다 몰래 눈을 깜빡이고, 그리려고 관찰할 때 다시 나를 본다고 했다. 무슨 코미디인지, 그리는 상황 조차 웃음이 나왔다. 기특하게도 처음에는 긴장을 해서 눈을 자꾸 돌리다가, 나중에는 익숙해져서 눈을 잘 보았다.



찬미2.jpg
 


눈을 그리는데 이상하게 눈꺼풀은 노란색이 보였다. 그리고 눈동자는 초록색이 느껴지기도 하고. 머리카락은 계속해서 보라색과 자주색이 보였다. 역시 화려함은 계속 보이는 구나. 한 모델을 꾸준히 그리면 그 사람만의 색상이 계속 쓰이게 된다.


광대를 그리는데, 귀여움을 표현하고 싶었다. 상기된 뺨을 표현했다. 실제로도 매력적인 눈인데 구상적으로 (현실적으로 객관적으로 똑같이) 그리지 않아서 조금 미안하기도 했다. 먼가 더 표현하려고 애쓰다 보니 선을 넣게 되고 형태가 뚜렷하게 생겨나졌다. 내가 의도한 느낌이 나서 좋기는 한데, 또 너무 똑같이 그리게 됐나 조금 아쉽기도 했다.

좋아하는 일이 너무 많아서, 하고 싶은 일이 많아서, 하나를 정하지 못해서 걱정이라고 했다. 하나 꽂히면 그것만 하다가 쉽게 질리니까.나도 그런 편이라 엄청 공감된다. 하지만 또, 나는 뭐든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림 모델과 같이, 자신을 부정하지 않고 그대로 좋아하면 좋겠다. 자연스러운 모습은 전혀 '문제'가 아닌걸.


예전에는 한 분야에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고 해서, 다방면을 좋아하는 내가 이상하게 취급이 됐다. 그런데 지금은 시대가 바뀌어서 하나만 하는 것보다 여러 가지를 하는 걸 좋게 보는 시대가 왔다. 그런데 또 동시에 '무조건 꿈이 있어야 하는 강박'도 생긴 것 같다. 없으면 뭐 어때. 그만큼 더 풍부하고 풍요롭게 즐기며 살 수 있는걸. 그리고 화려한 친구니까 친구답게 뭐라도 잘할 거 같다.

요즘 고민이다. 형태를 벗어나려고 그렇게나 애를 썼는데, 다시 형태 안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 예전에는 회화성이 강했는데 지금은 디자인 일을 해서 반영이 되는 걸까. 내가 그리니 지금 상태가 나오는 건 당연하지만 예전에 했던 노력이 헛것이 될까 걱정되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하다. 일단 계속 그려봐야지, 그럼 뭐라도 되겠지.


*

친구가 찍어준 그림 그리는 영상







[최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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