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노래로 ‘단짠단짠’을 즐기고 싶다면, 치즈(CHEEZE)를 들어요 [음악]
글 입력 2019.07.03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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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유행 중인 신조어 중에 ‘단짠단짠’이라는 말이 있다. 원래는 음식에서 비롯된 말로, 단 것을 먹고 짠 것을 먹는 행위를 반복하면 더 맛있다는 말이다. 건강엔 나쁘겠지만, 맛으로만 봤을 땐 거의 진리의 공식이나 다름없다.이와 같은 ‘단짠단짠’ 공식은 그저 음식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나의 경우 음악을 들을 때도 ‘단짠단짠’ 공식을 지킨다. 플레이리스트에 차분한 노래와 신나는 노래를 번갈아 가며 들을 수 있게 차곡차곡 채워 넣는다. 너무 차분한 노래만 듣다 보면 기분이 우울해지고, 그렇다고 신나는 노래만 들으면 심하게 하이 텐션이 되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다. 사실 이건 거창한 이유에 불과하고, 비슷한 분위기의 노래만 들으면 질린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그렇지만 모순적이게도 나는 한 가수 노래를 쭉 듣는 걸 좋아한다. 어떤 가수의 앨범이 나왔을 때 타이틀뿐만 아닌 수록곡 전체를 플레이리스트에 담는다. 그게 그 가수에 대한 일종의 예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중성을 생각한 타이틀곡과 그 곡에 미처 담지 못한 이야기들인 수록곡까지 전부 들어야 그 앨범에 대해 무어라 이야기할 수 있다는 나만의 고집이랄까.그런데 그렇게 듣다 보면, 어떤 가수는 너무 달기만 하고, 어떤 가수는 너무 짜기만 해서 듣는 재미가 없다. 그 가수의 그런 분위기가 좋아서 노래를 듣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내겐 한 시간 넘게 제목만 바뀐 듯한 비슷한 노래들을 들고 있을 끈기가 없다. 이런 까다로운 내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는 가수가 많지 않다. 그중 하나가 오늘 소개하려는 ‘치즈(CHEEZE)’다.가수 치즈(CHEEZE)우리가 알고 있는 음식인 치즈의 스펠링은 ‘Cheese’지만, 가수 치즈의 스펠링은 ‘Cheeze’다. 스펠링이 다른 건 당연히 Z 발음이 올 줄 알았다는 착각 때문이었다고 한다. 치즈(CHEEZE)는 2010년 4인 밴드로 출발했으나 멤버 2명이 개인 사정으로 탈퇴하고, 작곡 겸 건반 담당이었던 구름과 보컬 담당인 달총 2명으로 활동하게 된다. 2인조로 활동하던 치즈는 이후 구름이 솔로로 전향하면서 달총 중심의 1인 밴드가 되었다.누군가 내게 치즈(CHEEZE)의 노래를 왜 좋아하냐 묻는다면, 색깔이 확실해서라고 대답할 것 같다. 일단 메인 보컬 달총의 목소리가 통통 튀면서도 발랄하고, 그러면서 듣기 편안하고 부드럽다. 치즈의 매력 중 8할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특히 프로듀서 구름이 치즈에 있을 때 이런 달총의 목소리가 더욱 돋보일 수 있는 노래가 많이 나왔다. 발랄하면서도 수려한, 단짠단짠의 매력을 가진 치즈(CHEEZE)의 노래 몇 개를 추천해보겠다.첫 번째 달콤함, ‘망고’치즈(CHEEZE)의 앨범 Recipe!이름부터 달콤한 ‘망고’라는 제목의 노래는 간질간질하고 달달한 사랑 노래다. 듣는 내내 발랄하고 통통 튀는 리듬과 멜로디에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치즈(CHEEZE)의 초창기를 엿볼 수 있는 노래기도 하다. 이 노래를 발매하던 당시에는 치즈에 래퍼가 있었다.발음이 정확하고 박자도 정확한, 마치 모범생이 취미로 랩을 하는 느낌이었는데, 이 랩이 은근히 달총과 잘 어울렸던 기억이 난다. 목소리 자체가 좋아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둘의 목소리의 조화 덕분에 들을 때마다 유쾌해진다.첫 번째 짭짤함, ‘Romance’치즈(CHEEZE)의 1.5집 PLAIN 수록곡 ‘Romance’는 달달해 보이는 제목과 달리 정작 재생해보면 어딘지 처연하고 우울한 느낌이 가득하다. 개인적으로는 치즈의 노래 중 가장 좋아하는 노래다. 달총의 매력 중 하나가 여기서 잘 드러나는데, 첫 소절을 들으면 이전의 달총의 목소리와는 사뭇 다르게 들린다.깨끗하고 발랄하다고만 생각했던 목소리가 저음을 낼 땐 꽤 무게감 있는 소리를 낸다. 또한 이 노래에서 고음을 낼 때는 발랄한 노래와는 다르게 어딘가 날카로운 느낌마저 든다. 한 번 들어본다면 같은 성대로도 곡 분위기에 따라 다른 목소리를 내는 매력에 푹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구름은 곡 프로듀싱 능력도 대단하지만, 무엇보다 건반 실력이 매우 출중하기로도 유명하다. 특히 Romance의 도입부와 간주 부분의 피아노 선율이 정말 좋다. ‘헤어짐 후 혼자 남아 괴로워하는 마음’을 피아노 선율로 표현한다면 바로 이 멜로디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가슴에 꽂힌다. 들을 때마다 글루미(Gloomy)한 기분이 들면서도 수백, 수천 번을 넘게 들은 이유다.치즈(CHEEZE)의 앨범 PLANE두 번째 달콤함, ‘Madeleine Love’나름 인디계의 메이저로 불리는 치즈(CHEEZE). 물론 아직 치즈(CHEEZE)를 모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치즈(CHHEEZE)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 노래를 모를 수 없다. 그만큼 ‘Madeleine Love’는 치즈의 노래 중 가장 널리 알려진 노래다.앞서 말했던 ‘Romance’와 같은 앨범에 수록되어있지만 분위기는 완전히 다르다. 날씨 좋은 날,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는 그 가벼운 발걸음, 절로 콧노래가 나오는 기분이 들 때 딱이다. 아, 이 노래도 도입부 피아노 연주가 예술이니 꼭 집중해 들어보길 바란다.두 번째 짭짤함, ‘좋아해(Bye)’치즈(CHEEZE)의 앨범 좋아해(Bye)‘좋아해(Bye)’는 오늘 소개한 곡 중 가장 짠 내가 풀풀 나는 노래다. 짝사랑에 관련된 노래인데, 너무 순수해서 더 슬프다. ‘난 너를 좋아하는데 넌 아니라서 슬프다, 나를 봐줬으면 좋겠다’는 내용이 아니라 ‘널 좋아한단 말이 나와, 널 사랑하고 있진 않을까?’라며 스스로 되묻는 정직하고 순수한 짝사랑에 마음이 아려오는 노래다.끝내 말하지 못한 그 마음에 너무도 공감이 된다. 내가 짝사랑 중인 것도 아닌데 교복을 입던 학창시절 순수하게 누군가를 짝사랑했던 그 시절로 되돌아가는 것만 같다. 이것이 바로 기억조작인가.*치즈(CHEEZE) 공연 사진구름과 달총, 2인조 밴드일 때 치즈(CHEEZE) 콘서트를 간 적이 있다. 그때 처음 라이브를 들어보는 거였는데, 음원보다 더 생동감 있는 라이브에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노래에 등장하는 건반 연주를 구름이 다 직접 연주하는 걸 보고 더 놀랐다. 그렇게 피아노를 잘 치는 건 반칙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작곡 능력도 그렇고, 타고난 천부적인 재능이란 게 저런 걸까 하는 생각도 잠시 했다. 그런 만큼 기존 치즈(CHEEZE)의 색깔, 정체성을 만드는 데 구름이 워낙 큰 일조를 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구름이 나가고 나서도 메인 보컬인 달총은 남아있고, 1인 밴드가 된 현재는 다양한 스타일의 노래를 선보이며 여러 가지 시도를 하는 중이다.오히려 가능성이 큰 보컬이라고 생각하기에 이런 시도가 반갑기도 하다. 앞으로의 치즈(CHEEZE)의 음악은 얼마나 풍미가 더욱더 깊어질지 기대가 된다.[임하나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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