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 나의 또다른 Turning Point

아트인사이트 에디터활동이 내게 주는 의미
글 입력 2019.07.03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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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순간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에

눈앞의 기회를 놓친다면,

후에 더 큰 후회가 나를 힘들게 할 것이다."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은 어떠한가? 현재 자신 앞에 놓인 기회를 위험을 감수하고도 과감히 잡을 것인가, 아니면 후회가 따르긴 하지만 이제껏 걸어왔던 안전한 길을 고수할 것인가? 기회에 관한 선택은 오롯이 자신의 몫이다.


앞서 글 도입부에 말했던 후회에 관한 문장은 약 4개월 전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지원서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에 내가 남겼던 ‘진심이 담긴 호소’였다. 당시 4학년 1학기를 앞두고 이모저모로 바빴던 나는 과연 학업과 취업준비, 에디터 활동을 병행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고, 한 번 내 머리를 강타한 이 의문은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지원서 파일을 여러번 열었다 닫았다 반복하게 하기도 했고, 한편으론 이미 에디터가 되어 공연을 본 후 리뷰를 써내려가는 나 자신을 떠올리게끔 하기도 했다. 분명 너무나 바빠질 것이 뻔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0페이지 지원서의 빈칸들을 채워나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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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가 바로 아트인사이트와 내가 처음 만나게 된 소중한 날이다. 면접이나 다른 절차 없이 지원서에 담긴 글이 에디터를 선발하는 단 하나의 기준이라는 점에서 뿜어져 나오는 당당한 패기. 그리고 웬만한 지원서들을 앞지르는 많은 질문을 통해 한 사람을 알아가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 이 두 가지가 아트인사이트에 대한 내 첫인상이었던 것 같다.


평소 너무나 좋아하는 문화예술을 부담 없이 향유하고 자유롭게 내 생각을 펼칠 수 있는 글을 기고한다는 점은 에디터가 되고 싶은 나의 갈망을 끝없이 자극해왔다. 합격 메일을 받고 벅찬 감동을 주체할 수 없었던 순간이 엊그제 같은데 16기 에디터로서의 활동 기간이 끝나는 날이 결국엔 찾아왔다. 시원섭섭한 마음이 드는 이 시점, 약 4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에 녹아있는 에디터 활동의 조각들을 다시 떠올려 볼 수 있었다.


처음 웹페이지에 나의 글을 기고할 수 있었던 수습기간, 그 글들이 포털로 송출되어 수많은 사람들이 나와 소통할 수 있다는 걸 단번에 보여주었던 조회 수, 매주 잊을만하면 찾아오는 반가운 문화초대들, 1시간이 훌쩍 넘는 거리지만 올해 단골 장소가 되어버린 예술의전당, 오피니언과 리뷰를 쓸 때의 심각한 표정의 나, 끝없는 생각들이 마침내 만들어낸 정성 듬뿍 담긴 나의 글들. 이 모든 것들이 모여 만들어진 것이 바로 에디터로서의 나 자신이다.



활동이 끝난 기념으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았다.


나는 과연 아트인사이트의 좋은 에디터였는가?



우선 ‘아니다’가 질문에 대한 대답이어야 했고 그 이유는 내가 처음의 초심을 마지막까지 잘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처음 아트인사이트 에디터로 지원할 당시 나는 크게 세 가지를 결심했다.



첫째, 시간이 허락되는한 문화초대의 기회를 최대한 많이 향유해 볼 것.


둘째, 글 기고 시간을 엄수할 것.


셋째, 나만의 글을 써나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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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시간을 잘 활용해 그것을 지배하는 사람이기보단, 그것에 쫒기는 사람 중 한명이었던 난, 에디터 활동을 하며 글 마감기한을 꼭 지켜 책임감과 시간엄수 습관을 기르고 싶었다. 하지만 이때의 초심은 활동의 막바지로 향할수록 점점 그 빛을 잃은 듯 보였다.


아트인사이트에 대한 애정은 이전보다 훨씬 커졌지만, 시간을 잘 지키겠다는 이 초심은 시험 기간과 여러 상황이 겹쳐 흐려졌기 때문이다. 비록 에디터 활동이지만 글 기고 시간은 최소한의 약속이었기에 기한 엄수는 꼭 지켜야 했을 중요사항이기도 했다. 그런 점에 있어 난 너무나 부족했기에 질문에 대해서 결코 아트인사이트의 좋은 에디터라고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동시에 좋은 에디터이기도 했다. 첫 번째 초심과 세 번째 초심을 유지하며 다양한 문화초대를 최대한 향유해왔고, 그에 대한 나의 개성이 담긴 글을 써왔기 때문이다. 연극, 뮤지컬, 클래식 공연뿐만 아니라 오페라, 전시회, 도서 등 문화예술의 다채로움과 각각의 매력에 아주 흠뻑 젖어들 수 있었고, 프리뷰와 리뷰를 쓰는 과정은 마치 예습 복습과도 같았다.


아직 학생 신분이지만 가끔 학교라는 제약된 장소를 벗어나 진정으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위해 시간과 열정을 투자할 때면, 굳이 들여다보지 않아도 내 두 눈이 반짝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그 순간들이 감사했다. 한 명의 관객으로서 공연과 전시를 준비한 분들과 소통할 수 있고 그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낼 때의 감동, 나 말고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예술에 관심과 사랑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감사함,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그때의 생생한 감정들을 한 편의 글로 남겨 언제든 추억할 수 있는 것에 대한 뿌듯함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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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사건은 늘 있기 마련이다. 내게도 그런 전환점과 같은 사건들이 여럿 있었지만, 그중 가장 따끈따끈한 사건을 고르자면 바로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활동이다. 에디터로서 활동하며 생각보다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우선 내가 정말 좋아하는 문화예술을 마음껏 향유할 수 있다는 것은 금전적인 부담으로 때론 무언가에 대한 열정을 어쩔 수 없이 식혀야 할 고통에서 나를 꺼내주었다. 좋아하는 것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때 느낄 수 있는 행복감은 위대하다.


또한, 평소 글쓰기를 좋아하는 내게 부끄럽고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의 글을 써보지 못했던 점에서도 에디터 활동은 큰 위로가 돼주었다. 학교과제가 아니면 일부러 시간을 투자해 나의 사색이 담긴 글을 쓸 엄두를 못 냈던 내게 지금까지만 해도 25편이 넘는 글이 생겼다.


나의 생각이 온전히 담긴 이 글들은 아트인사이트에 속한 여러 분들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강하고도 소중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가끔 내가 쓴 리뷰가 작가님께 닿아 책의 종이 벽을 훌쩍 뛰어넘어 소통할 수 있을 때, 보고 싶지만 보지 못했던 공연 혹은 이미 보았던 공연에 대해 즐거운 담화를 나눌 수 있을 때, 아직 한참 부족한 내 글을 열심히 읽어주고 글을 잘 쓴다는 칭찬을 지인에게 들을 때마다, 나는 당장이라도 날아갈 듯 행복한 감정을 느낀다.


평소 대화를 할 때 말하기보단 듣는 걸 좋아하는 내 성격 덕분에 지인들은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했던 적도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경험과 생각들이 모여 만들어진 글을 보고 먼저 다가와주는 분들이 많아졌다는 것은 너무나 감사한 일이기도 했다.


에디터 활동을 하면서 작은 목표이자 꿈이 하나 더 생겼다. 지금까지 쓴 글들, 앞으로 써나갈 글들을 모아 내 인생 첫 책을 출판해 보는 것이다. 이전에는 능력부족과 여러 명분을 핑계삼아 꿈도 꿔보지 못했던 작은 소망이 지금은 자신감이라는 양분으로 성장해, 멀다고 생각해왔지만 사실 가까이 있었던 꿈이 되었다.


더욱 풍부한 경험과 작문 실력을 갖추게 되었을 때 책을 내는 것도 물론 좋지만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 쓰여진 책 또한 멋진 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잘 쓰였든 그렇지 않든 최소한 더 큰 꿈을 향한 첫 출발점이 될 수도 있고, 이후 더 많은 책을 낼 수 있는 시간이 당도했을 때 초심을 돌아보며 행복한 웃음을 지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광산 속에 묻혀있는 다이아몬드’



이것은 에디터 활동을 지원할 당시 '문화예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에 대한 나의 답변이었다. 미지의 광산 어딘가에 깊숙이 파묻혀 있는 다이아몬드는 진가를 발휘하지 못하지만, 그것이 발굴되는 순간부터 비로소 엄청난 가치를 지니게 된다.


문화예술도 이 다이아몬드와도 같은 것이어서 사람들이 그저 바쁘고 여유 없다는 이유만으로 문화예술에 눈길을 주지 않는다면, 그것이 가진 무한한 잠재력과 가치는 끝내 빛을 볼 수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 었다.


예전보다 많은 사람들이 예술에 관심을 가지는 시대가 찾아오긴 했지만 아직은 더 나아가야 할 때인 것 같다. 예술가들이 표현한 작품을 아끼고, 그 작품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에 담긴 수많은 노력들 또한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사람들이 많아질 날을 오늘도 꿈꿔본다.


문화예술을 어딘지도 모를 땅속에 묻힌 다이아몬드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 이전의 내가 그랬듯 자신이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아직 깨닫지 못한, 광산 속 다이아몬드 같은 수많은 사람들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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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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