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매일 갑니다, 편의점 [도서]

우리 모두의 편의점
글 입력 2019.07.08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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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는 도서관에서 일을 하고 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멀리서 봐도 무거워 보이는 에코백을 들고 나타났다. 친구가 가져온 에코백을 슬쩍 보니,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이 한가득 들어있었다. 그중 나를 사로잡는 책이 한 권 있었다. <매일 갑니다, 편의점> 친구에게 이 책을 읽어도 되냐고 물어봤고, 친구는 너 생각나서 빌려왔으니 집에 가져가서 읽으라고 대답했다.




나의 이야기



이 책이 나를 사로잡은 가장 큰 이유는 제목 때문이다. 나도 매일 편의점에 가고 있다. 아마 친구도 제목을 보고 나를 떠올렸을 것이다. 물건을 사러 가는 게 아니고, 일하러 매일 가고 있다.


아침 6시에 눈을 떠서 출근 준비를 하다가 7시까지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가게로 간다. 덕분에 아침에 일어나는 것에 젬병인 나는 출근을 위해 꼬박꼬박 아침 일찍 일어나고 있다. 유니폼을 입고, 우선 가게를 쭉 돌며 빈 진열대를 채운다. 아침 8시가 폐기 시간인 물건들도 찾아내서 폐기를 찍는다.


사실 아침 시간에는 출근하는 직장인과 등교하는 학생들 말고는 그다지 손님이 없다. 손님이 뜸해지기 시작하면 나는 그날 읽을 책이나, 공부할 것을 꺼낸다. 한참 동안 내 일을 하고 있어도 손님이 잘 오지 않는다. 10시가 되면 FF(도시락, 삼각김밥 등의 신선식품)가 들어오고 검수해서 진열대에 올려둔다. 손님이 많은 점심시간이 오기 전에 매장 걸레질도 한 번 한다.


12시 즈음 되면 주변 회사 사람들이 한두 명씩 편의점을 찾는다. 점심을 편의점에서 때우려는 사람과 식사 후 담배나 아이스커피를 사러 오는 손님들로 붐비기 때문에 나는 밥을 미리 먹어두거나 점심시간이 지나고 먹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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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일기에 써놓은 문장이 있다. '여름을 앞둔 편의점 알바의 할 일은 ~야외 테이블에서 먹고 안 치우고 떠난 손님들 뒷치다꺼리~ 그게 다야.' 혹시나 편의점 알바 경험이 있는 독자가 이 글을 읽고 있다면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점심시간대 손님들은 가게에 진열된 팩 커피를 거의 다 털어간다. 팩 커피는 얼음컵에 넣어서 시원하게 마실 수 있는데 야외 테이블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하하호호 마시다가 대게 그대로 두고 간다. 혹은 옆에 놓인 화분에 뭉텅이로 쑤셔놓고 간다. 안에서 열심히 계산을 하다가 한가해졌다 싶어 테이블을 치우러 나가면 그야말로 눈물이 주룩주룩 흐르는 광경과 마주하게 된다.


얼음컵 뚜껑을 열어서 남은 음료를 버리고 한곳으로 쌓아둔다. 팩 커피 껍데기도 그 자리에 두고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재활용 쓰레기와 일반 쓰레기로 나누어 두 번 왔다 갔다 한다. 테이블에 흘린 커피나 담뱃재를 닦고 나면 대충 1시 정도 된다. 그럼 나는 다시 가게로 들어가서 빈 진열대를 채운다. 손님들이 점심 대용으로 사간 컵라면이나 텅 빈 팩 커피 재교를 채우면 1시 교대 알바가 온다. 정신없는 오전이 끝나고 나의 하루가 시작된다.




당신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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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남녀들이 주 평균 3.5회 편의점을 이용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있다. 평균 4회라고 통계한  결과도 있다. 대학내일 20대 연구소는 편의점 이용 실태 결과를 발표하면서, 편의점을 자주 방문하는 이들을 '편의점 증후군'에 걸렸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편의점 증후군'은 편의점이 보이면 뭐라도 살게 있나 싶어 들어가 진열대와 냉장고를 어슬렁거리는 증상을 뜻한다. 편의점은 우리의 일상 속에 이만큼이나 친근한 존재가 되었다.


편의점에서 일하기 전에는 나도 편의점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자주 오는데, 왜 맥주를 사려는 나에게 신분증을 요구하는지. 편의점 아이스크림은 유독 왜 이리 비싼지. 이따금 만나는 지저분한 편의점은 왜 청소를 안 하는지 등.


물론 일을 하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불만이 있다. 반말을 하는 손님은 왜 이리 많은지, 돈은 왜 그렇게들 던지는지, 왜 서로 결제를 하겠다며 나에게 여러 장의 카드를 들이미는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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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걸린 작품도 자기 나름의 해석을 하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어떤 작품들은 아무리 뜯어봐도 아무 생각이 들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는 도슨트나 오디오 음성의 도움을 받는다. 해설을 들으면 비로소 작품의 숨겨진 이야기나 의도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작가에 대한 이해도가 더 깊어진다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는 편의점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항상 소비자의 입장에서만 이용하는 편의점을 다른 시각으로도 보게 된다면 편의점이 더 재미있어지지 않을까?




매일 갑니다, 편의점




편의점에는 계절이 살아 있다.
상품은 계절을 좇아 밀려오고 쓸려 나간다.
나는 계절의 파도에 몸을 싣는다.

나는 편의점이다.


(p.7)



<매일 갑니다, 편의점>은 6년 차 편의점 점장이 하루 14시간씩 편의점에서 일하며 카운터 너머에서 관찰해온 손님과의 일상을 기록한 에세이다. 또한 편의점은 얼마나 버는지, 1+1 혹은 2+1 행사를 하는 상품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폐기해야 할 시간이 된 신선식품들은 어디로 가는지 등 궁금하지만 알바생을 붙잡고 물어보기에는 다소 민망한 호기심에 대한 해답도 에피소드 사이사이 깨알같이 숨어있다.


챕터는 계절의 흐름에 따라 4부로 나뉜다. 편의점에는 계절이 살아있다는 작가의 말처럼,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풍경이 편의점에 펼쳐진다.


대략 300페이지 정도 되지만, 편의점이 우리에게 그렇듯 이 책도 이틀 정도 마음 편하게 읽힌다. 당신에게도 새로운 관점의 편의점을 소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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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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