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영화와 언어와 사랑의 탐색지 ‘필로 FILO’, 상반기 영화 흐름에 대해 알고 싶다면.

글 입력 2019.07.09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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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의 첫 장은 영화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시키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이후 학교 생활을 핑계로 무심했던 올 해 상반기 영화들과 영화제에 대한 아쉬움을 더 배가시키는 글을 만났다. 바로 ‘불운과 행운: 2019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보물찾기’ 코너의 전주국제영화제와 아사코에 대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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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서는 영화 ‘아사코’에 대해 미학적인 도전, 주인공들의 현재를 지탱하는 세계의 구조로 사용된 삼각형 구도, 통념과 도덕적 관점에서 벗어난 무언가, 기이한 동선 정도의 단어로 압축하여 설명하고 있다. 또 비슷한 결을 지닌 최근 영화로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가 함께 언급되고 있다.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에서 청춘 영화로써 빛나는 지점은 세 주인공의 관계가 규정되는 순간을 미루는 것, 그리고 밤에 셋이서 모여 노는 장면들이라고 언급한다. 그러자 머릿속에 많은 영화들이 스쳐 지나갔다. 청춘의 불안함, 혹은 열정 등 그들을 다루는 대부분의 영화들은 주로 세 주인공을 중심으로 한다.


‘몽상가들’이 그러했고 ‘월플라워’ 또한 그러했다. 둘 다 한 명의 여자주인공과 두 명의 남자주인공으로 이루어져 있다. 글쓴이는 영화 ‘아사코’에 대한 설명을 위해 중간에 이러한 말을 한다.



이 영화에서 아름다운 장면들은 낮의 피로한 일상이 지나고 셋이 모여 노는 밤의 시간에서 주로 나온다. 그들이 우산 하나를 쓰고 빗속을 걷거나 작은 방에서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거나 클럽에서 마치 내일이 오지 않을 것처럼 춤을 출 때, 취하고 웃고 떠드는 소모의 행위 속에서 영화는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려는 듯, 그들 각각에 독립적인 숏을 배분하면서도 그 숏들이 서로를 위협하지 않고 마주보며 한 시공간을 뜨겁게 호흡하고 있다는 사실을 금세 환기시킨다.



그러자 영화 ‘몽상가들’에서 매튜와 테오, 그리고 이자벨 그들 셋이 어울리며 지내던 일상이 떠올랐다. 낮에도 셋은 함께지만 밤이 되면 이전과 다르게 그들간의 관계성은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로 둘러싸여 더욱 견고해지는 듯하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그렇다면 영화 ‘아사코’에서는 세 주인공을 어떻게 그려냈을까. 호기심이 배가 되었다. 조만간 봐야 할 영화 리스트에 하나가 더 추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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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청춘을 이야기하는 영화 속 주인공들이 이런 비슷한 형태의 관계성을 띄게 되는 이유는 뭘까 궁금해졌다. ‘불운과 행운: 2019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보물찾기’ 코너에서는 이러한 특성에 대해 심도 있게 다루는 듯 하다.


근래에 개봉한 최신 일본 영화들의 공통적인 흐름을 통해 청춘 영화들의 프레임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 개인적인 흥미를 지속시키는 중요한 관건이었다. 그리고 최근 개봉한 일본의 청춘 영화들은 이전과 어떻게 다른지, 기존의 클리셰와 프레임을 어떻게 깨고 새롭게 접근하는지 알 수 있어 좋았다.


이후에도 이 코너에서는 2019 전주국제영화제의 상영작들에 대한 설명 그리고 그들을 통해 사회의 화두를 함께 이야기한다. 나처럼 개인적인 이유로 전주국제영화제에 가지 못했던 독자들이 이 글을 통해 전체적인 영화들의 흐름을 읽고 최신 영화들에 대한 흥미와 설렘을 다시 찾아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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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번 잡지 ‘필로’ 8호 덕분에 새로운 감독에 대해 알게 되었다. ‘폴 슈레이더’ 감독의 신작 ‘퍼스트 리폼드’를 다루는 글의 서두에서는 먼저 그의 작품 주인공들에 대해 공통적으로 이렇게 언급한다.



자신이 존재한다는 느낌을 갖지 못하는 기이한 무능력에 직면한 인물. 바로 이것이 슈레이더의 작품에 등장해온 주인공을 적절히 요약하는 문구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기이한 무능력에 직면한 인물은 과연 어떤 사람으로 어떻게 표현되는 걸까. 개인적으로 알 수 없는 설렘을 일으켰던 부분이다.


이어 아래와 같이 이야기한다.



슈레이더의 영화는 결국 극복되지 못하는 그 무능력과 자기파괴에 이르는 충동의 기록, 어떤 실패의 기록이다



다들 그렇겠지만 모순적이고 우울하며 고뇌하는 주인공들을 보면 항상 생각이 많아진다. 그러한 점에서 나는 개인적으로 그런 주인공들이 나오는 영화들을 즐겨 보는 편인데, 굳이 이유를 밝히자면 현실에 치여 생각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생각할 시간을 스스로에게 마련해주고 합리화하고 싶어서다. 그러니까 다시 말해, 이왕 생각을 많이 할거면 영화를 보고 겸사겸사 생각을 많이 하는 것이 적어도 시간 낭비를 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다소 합리화하는 게 맞지만- 기분이 들어서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 글의 서두 속 두 문장 덕분에 또 봐야 할 영화의 목록이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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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화제의 영화들을 다루는 다양한 코너가 이어진다.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 ’아사코’ 부터 거장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라스트 미션’, 그리고 개인적으로 굉장히 사랑하는 ‘아녜스 바르다’ 감독에 대한 이야기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알차서 정독하는 데에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엔 봐야 할 영화들의 목록이 5개정도는 더 늘어나 있었다.


영화와 관련된 배우, 감독, a 부터 z까지 다루지 않는 게 없는 것들로 꽉 찬 잡지 FILO 8호 덕분에 올해 상반기 영화들의 흐름을 잘 파악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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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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