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뮤지컬, 뮤지컬, 뮤지컬!: 뮤지컬 "썸씽로튼" 리뷰 [공연예술]

글 입력 2019.07.10 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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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작품의 직접적인 내용을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최근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되었던 내한 뮤지컬 <썸씽로튼> (이하 <썸씽로튼>)이 지난 6월 30일 막을 내렸다. 6월 9일 막을 올린 후 약 한 달간 공연된 <썸씽로튼>은 영국의 코미디 작가 전 오페럴과 캐리 커크패트릭, 웨인 커크패트릭 형제의 합작으로, 인류 최초의 뮤지컬이 탄생하는 순간을 기발한 상상력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썸씽로튼>은 르네상스 시대 영국을 배경으로 하여, 당대의 런던을 뮤지컬의 황금기인 브로드웨이의 30년대와 과감하게 중첩시켰다. 극중 인물인 바텀 형제가 당대 최고의 극작가 셰익스피어를 넘어서기 위해 인류 최초로 뮤지컬을 제작하는 과정을 유쾌하게 풀어낸 이 공연은, 그 자체로 ‘뮤지컬 장르’라는 거대한 세계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Funny! Funny! Funny!’ 라는 포스터 문구를 자신있게 내세운 작품인 만큼, <썸씽로튼>은 재미와 유머로 중무장한 작품이다. 실제로 <썸씽로튼>은 2015년 3월 브로드웨이에서 첫 선을 보인 후 많은 언론사와 관객들로부터 ‘재미있다’, ‘웃기다’는 평을 들어은 바 있다.


<썸씽로튼>은 제작 과정에서 의도된 바와 같이 같이 웃기고, 웃기고, 또 웃긴 뮤지컬이다. 물론 그 유머 코드가 작품을 관람하는 모든 관객에게 유효한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또한 양질의 번역에도 불구하고 작품에 수없이 등장하는 언어 유희들은 제 뉘앙스를 온전히 지켜내지 못했으며, 일부 성적인 농담들은 유쾌하게 들리지 않는다.


이는 작품 자체가 한국과는 전혀 다른 문화권에서 전혀 다른 감성과 언어로 만들어진 공연임을 감안할 때 당연한 결과일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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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썸씽로튼> 포스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썸씽로튼>은 관람객 누구나 러닝 타임 동안 적어도 한 번쯤은 실소를 터뜨리도록 촘촘히 자신의 유머 가락들을 얽어놓았다. 누군가는 이것이 얕은 물량공세일 뿐이라고 평할 수 있겠으나 꼭 그렇지만은 않다. <썸씽로튼>의 무대에서는 개별 대사들의 완결성과, 이들 총합의 유기성을 확보하기 위해 제작진이 투자한 노력이 느껴진다.


그러니 관객 중 누군가가 비평가로서의 냉철함은 잠시 접어둔 채, 제작진이 무대 위에 풀어놓은 수많은 미끼들을 순순히 물어버렸다 해도 그를 나무랄 수는 없을 것이다. <썸씽로튼>의 현란하고 정성스런 무대는 관객으로 하여금 작품의 엉성함을 너그러이 이해해 주도록 부추긴다.


그래서 <썸씽로튼>을 관람하는 동안 필자는 작품의 해학적인 요소보다도, 그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를 무대에 실현해 낸 제작진의 기운찬 실행력과 성실함에 집중하게 되었다.


작품이 비단 '웃기다'는 것은 차치해 두고, 인간 오믈릿 군단이 무대를 채우도록 한다거나, 영국 최고의 극작가 셰익스피어를 화려한 수사법과 인기에 집착하는 락스타로 설정한다거나, 바텀 형제가 극중 인물 노스트라다무스의 잘못된 예언으로 '햄릿(Hamlet)'이 아닌 '오믈릿(Omelette)'이라는 이름의 뮤지컬을 상연하게 되는 등의 아이디어가 무대 위에 실제로 구현되었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소위 'B급 감성'으로 가득찬 무대를 한국의 대극장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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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인물 닉 바텀(왼쪽)과
노스트라다무스(오른쪽)



또 한 가지 짚어둘 것은, <썸씽로튼>이 무엇보다 뮤지컬이라는 장르 자체를 소재로 하는 특별한 작품이라는 점이다. <썸씽로튼>은 예술이라는 거대한 바다 한복판에서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가지고 있는 차별적 특성, 즉 뮤지컬이 타 예술 분야와 구별되는 지점을 해학적, 자조적 시선으로 조명한다.


가령 극중 인물 음유 시인은 작품의 주제(르네상스 시대, 인류 최초의 뮤지컬 '오믈릿'이 탄생하는 과정을 극중극 형식으로 보여줌)를 설명하면서 관객으로 하여금 뮤지컬(좀 더 정확히 말하면 브로드웨이 뮤지컬) 장르의 정체성에 주목하도록 한다. 한 마디로 <썸씽로튼>은 뮤지컬의, 뮤지컬에 의한, 뮤지컬을 위한 일종의 메타극이다. 즉 관객에게 '극'을 보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 관찰자로서 극이라는 형식 자체에 주목하도록 하는 것이다.


<썸씽로튼>이 위와 같은 방법을 통해 조명하는 뮤지컬의 일차적 특성은 바로 해당 장르의 쇼적인 측면이다. <썸씽로튼>의 무대 위에서 다양한 색채가 발견되는 것, 또 행동적인 퍼포먼스가 부각되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썸씽로튼>은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무대 위 퍼포먼스의 연속으로 관객의 눈과 귀를 만족시키려 하는, 조금은 발칙한 복합 예술로서 이해했다.


적어도 <썸씽로튼>이라는 작품 안에서 뮤지컬은, 작품 내에서도 직접 언급되었듯, 쉬운 소재와 음악이라는 친숙하고도 강력한 장치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하나의 '쇼'이다. <썸씽로튼>이 포착한 뮤지컬의 겉모습은 이처럼 감각적 만족과 유희에 관계된 것이다.



[이승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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