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뮤지엄 사일런스 데이, 그리는 것보단 멋진 건 없어 [시각예술]

핸드폰 대신 연필과 드로잉북으로만 전시 관람하기
글 입력 2019.07.10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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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8월 디뮤지엄을 방문하고 1년이 지날 때까지 디뮤지엄을 방문하지 않았다. 미술사를 전공하고 일주일에 '1미술관' 하는 나에겐 최저의 방문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디뮤지엄을 좋아한다. 밀레니얼 세대를 저격하는 기획력, 일러스트레이션과 신진작가 활용력, 즐길 거리가 많은 참여형 전시와 이벤트까지. 대중이라는 관람객을 위한 기획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 미술관이다.

 

유일한 단점은 온전히 작품을 관람하기 어려운 미술관이라는 점이다. 관람객들은 작품을 즐기기보다 사진 찍는 데에만 열중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후로 정말 가고 싶은 전시임에도, 작품과 관람객을 같이 관람했던 우울한 경험 덕에 다른 미술관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디뮤지엄에서 뉴스레터가 왔다. 아무 생각 없이 이메일을 열어보았는데 웬걸, ‘사일런스 데이’란다. 사진 촬영 없이 온전히 작품에 집중하는 특별한 날. 미술관에서 혼자만의 감상을 즐기고 싶어 매일 붙어있는 남자친구도 떼어놓고 미술관으로 향하는 나는, 메일을 보고 앉은자리에서 박수를 쳤다.



캡처 (1).png

 

 

평소 줄 서서 입장하는 디뮤지엄이 아닌 한적한 입구를 보고 내가 진짜 사일런스 데이에 왔구나 실감할 수 있었다. 사일런스 데이에는 티켓 외에도 연필과 드로잉북을 함께 받을 수 있었다. ‘I draw’라는 전시 타이틀과 맞게 작품을 관람하며 나의 그림을 그려보라는 디뮤지엄의 선물이었다. 전시를 관람한다는 것은, 그저 그림을 보는 행위가 아닌 '관람객에게 전달되는 영감과 생각'이라는 행위임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핸드폰은 넣어둔 채 연필과 드로잉북만 들고 그렇게 입장했다.

 

사각사각 소리가 조용한 공간을 채웠다. 그림은 초등학교 나오면서 같이 졸업한 터라 드로잉북에 글만 쓰고 있었다. 옆에 있는 관람객들은 열심히 자신들의 그림 채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I draw : 그리는 것보단 멋진 건 없어>라는 전시 명과 같이.

 

전시는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I draw'라는 전시 명 하에 작가들이 자신의 기억을 복기하고 가치관을 나타내는, 수단과 매체는 다를지라도 자신의 세계를 잘 보여주는 작품들이었다. 일상과의 접점을 잘 다루는 작가들이었다. 전시 공간 활용이 좋았다. 작가들에게 온전한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도, 구성에서 세심함이 느껴졌다. 일렬종대로 배치해 두는 것이 아닌 다각도에서 작품을 관람할 수 있게 하는 배치들. 몇몇 작품은 꼭대기에 배치되기도 했다. 디뮤지엄 특유의 계단을 올라가며 관람하며 마지막에는 그 작가의 작품을 한눈에 볼 수 있는데 옥상에서 서울 풍경을 내려다보는 기분이랄까?

 

이번 전시에서는 구슬모아당구장에서 조명했던 작가들을 다시 다뤘는데, 신진작가들을 더 메인 무대인 디뮤지엄으로 끌어들이면서 더 많은 관객에게 선보였다. 신진 작가들의 발굴과 그들을 대중에게 선보이는 디뮤지엄은 대림기업의 메세나(문화 예술을 통한 사회 기여), “건설사가 미술관을 지어 젊은 작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준다”는 정신을 이어가려는 노력을 보여줬다.

 


제 그림은 일기장 같아요. 어디서 영감을 얻기보다 저와 가까운 것들을 그리는 것을 좋아하죠. 모호하게 보이지만, 그 속에 녹아있는 정서는 분명하길 바라고요.


- 디뮤지엄 중, 신모래 작가와의 인터뷰

 

 

전시의 마지막 작가는 쥘리에트 비네였다. 동화처럼 그림을 읽는 듯한 느낌을 주는 그의 공간은 <이젠 느린 그림의 일부가 되어, Silent Horizon>였다. 이젠 느린 그림의 일부가 되어 미술관에서 나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관람객에게 울림을 주는 문구와 구성이었다.

 

나오자마자 전시도록을 구매했다. 사진으로 간직하지 못한 작품들을 도록으로 보관하고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의 생각을 엿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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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는 길에 티켓 부스 직원분의 설명을 잠시 듣게 되었는데, 그는 이번 전시를 '일러스트레이션 전시'라고 설명했다. 디뮤지엄은 현대적인 매체를 이용한 작품들, 그리고 젊은이들의 감각과 선호를 반영한 일러스트레이션 전시를 하고있다. 감각적이고 유희적인, 대중이 즐기기 쉬운 전시를 표방한 미술관이라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하지만 그 속에 관람객에게 전달하고픈 메시지를 일관되게 잡고, 신진작가들을 세상에 선보이는 디뮤지엄이기에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나에게도 ‘사일런스 데이’라는 이름 아래 핸드폰을 내려놓고 연필과 드로잉북만 가지고 관람한 전시라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유승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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