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솔트앤비니거 맛 감자칩과 피조아 - 당신의 소울푸드는 무엇인가요 [사람]

가장 확실한 행복, 소울 푸드
글 입력 2019.07.10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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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울 푸드(Soul Food)'가 가진 본래 의미는 '미국 남부 흑인들의 전통 음식'이며 영어권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추억의 음식, 영혼을 움직이는 음식을 지칭할 경우에는 Comfort Food라고 한다. 그러나 오늘 이 글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의미로 '소울 푸드'라는 단어를 쓰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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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약 16년 전, 내가 유치원에 다니고 있을 때 온 가족이 갑자기 생전 처음 들어보는 뉴질랜드라는 나라로 떠난다고 했다.

이민이 무엇인지, 공항버스를 타기 직전 이모들과 헤어지면서 눈물이 나긴 나는데 왜 나는지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그렇게 공항을 향했다. 적응하기에 최적화된 나이인 만 5세의 나는 비교적 적응을 잘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내가 가진 기억은 지극히 한정적이다. 사진으로 남겨진 기록이 없었다면 아마 뉴질랜드에 살다 온 적이 없다고 해도 믿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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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누가 상기시켜주지 않아도 생생하게 기억하는 것이 내가 좋아했던 그곳의 간식들이다. 바로 솔트 앤 비니거 맛 감자칩과 뉴질랜드에서만 맛볼 수 있는 과일인 피조아(Feijoa)다.

그렇게 상상 속에서만 그 맛을 그리워하고 있다가 2018년 여름, 아주 오랜만에 가족들과 다시 뉴질랜드를 방문할 수 있었다. 마트에 가자마자 가장 먼저 집어 든 것은 당연히 솔트 앤 비니거 감자칩이었다.

피조아는 아쉽게도 제철이 아니라 스무디로 맛볼 수 있었다. 양손에 하나씩 챙겨들고 마트를 나서는 기분은 마치 유치원에서 칭찬 스티커를 다 모은 기분과 흡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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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두 가지의 맛은 내가 기억하던 그 맛 그대로였다. 사실 생각보다 특별한 맛은 아니다. 감자칩은 이름 그대로 식초와 소금 맛이며 피조아는 생소한 과일이긴 하나 파인애플과 비슷한 맛이다. 그렇다면 나는 왜 이다지도 그리워했던 것일까?

우리 가족이 살던 동네와 집, 학교, 엄마 아빠의 일터까지 구석구석 돌아보고 이제는 완전히 정착하신 그곳의 한인 이웃 주민분들을 만나 뵈었던 2주간의 추억 여행을 마치고 나서야 나는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내게 솔트 앤 비니거 맛 감자칩은 뉴질랜드에서의 시간을 희미하게나마 떠올리게 해주는 그 자체였고, 피조아는 학교에 가져가기만 해도 "Can you help me?" 와 "Can I help you?"를 구분하지 못해 소통의 어려움을 겪던 꼬마를 친구들에게 인기 스타로 만들어 주던 고마운 매개체였던 것이다.

소울 푸드를 얘기하자면 외할머니가 해주신 음식들을 빼놓을 수가 없다. 명절날 나의 2kg 증량에 큰 책임이 있었음이 분명한 약과, 눈물 콧물 흘려가며 먹은 닭발, 동치미 국물에 말아먹는 라면, 추어탕, 마당에서의 삼겹살... 모두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지만 이제 더 이상 맛볼 수 없는 외할머니의 음식들은 손주들을 향한 사랑의 크기와 비례했을 것이다.

음식이라는 것이 참 신기해서 사람의 마음까지 위로할 뿐만 아니라 무언가 혹은 누군가를 생각나게 하고 다시 살아갈 힘이 나게 한다. 그렇기에 영화 라따뚜이에서 냉철한 음식평론가 안톤 이고가 라따뚜이 한 입에 눈이 동그래지며 어린 날의 따뜻한 순간을 떠올리는 그 장면이 결코 과장은 아니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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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삶이 너무나 지치고 모든 것에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면 당신의 미뢰와 마음이 간직하고 있는 추억을 찾아 떠나기를 살며시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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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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