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부기와는 다른 부기 [음악]

우주소녀(WJSN), 《For the Summer》
글 입력 2019.07.1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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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one's for
This one's for the summer

<눈부셔> 코러스 가사 중에서





여름이 돌아왔고, 걸그룹의 여름도 돌아왔다.

5월 말부터 여름스러운 날씨처럼 걸그룹의 여름의 첫 단추도 빨리 채워졌다. 6월 초 그 첫 단추를 열었던 그룹은 우주소녀(WJSN)였다. '여름'이라는 느낌은 모든 걸그룹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 분야에서 개성과 높은 성적을 보여준 레드벨벳은 물론이고 청량한 사운드로 대표되는 청하, 여자친구(GFriends)까지 올해 역시 여름을 위한 노래를 만들고 있다는 점은 작년과 별 차이가 없다. 이미 4월에 컴백한 트와이스가 일본 싱글과 월드투어 스케줄 때문에 한국에 없다는 점을 빼면 말이다.

우주소녀는 2019년 1월《WJ PLEASE?》로 올해 활동의 시작을 알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성적이 올라가는 부러운 곡선을 자랑했던 그룹은 이 앨범에서도 자체적으로 기록을 갱신했다. 중국 멤버들이 빠진 상황에서 만들어진 두 번째 앨범임에도 불구하고, 불리함을 정면으로 돌파했다. 다수의 걸그룹에서 나타나는 음원 성적에서 빠른 차트 아웃은 아쉬웠지만, 아쉬움은 팬(우정)들의 구매력으로 해결되었다. 중요한 초동 판매량과 전체 판매량이 그룹 최고 기록을 기록했다.

1월에 컴백을 했기 때문에 여름 컴백은 예정된 방향이기도 했다. 보통 아이돌들의 앨범의 제작 주기를 짧게는 5개월에서 길게는 8개월까지 보는데, 우주소녀는 6월에서 8월까지가 적당한 컴백 기간이었다. 예상보다 짧은 기간을 선택했지만, 비슷하게 6월초《For the Summer》라는 앨범으로 돌아왔다. 전작과 동일하게 10인 체제로 중국 멤버들이 빠진 상태로 앨범은 제작되었다. 전 앨범의 <그때 우리>라는 곡에서 전 멤버가 참여한 곡이라도 있었으나 이번 앨범에서 모든 곡은 10인 체제로 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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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컨셉의 앨범이기 때문에 청량함을 느끼기 손쉬운 파란색과 일렉트로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운다. 앨범은 발라드 트랙을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 아무리 컨셉에 충실하다고 해도 미니앨범의 마지막 트랙이나 그 비슷한 위치에는 꼭 들어가는 감미로운 트랙을 만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것은 타이틀곡에만 사용되었던 컨셉을 앨범 전체에 위치시키는 노력으로 보인다. 여름이라는 컨셉이 가지는 느낌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그 컨셉을 일관적으로 유지시키는 노력은 나쁘게 보이지 않는다.

타이틀곡 <Boogie Up>는 이름부터 레트로가 생각난다. 실제로 '부기'라는 음악적 형식과는 별개라고 할 수 있으나, '부기'라는 단어가 지닌 이미지를 차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부기우기로 상징되는 신나고, 경쾌한 분위기를 따온 것으로 보인다. 곡이 지니는 형식은 어렵지 않다. 바로 빠른 템포의 EDM이라고 할 수 있는 익숙하고 친숙한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쁘고 좋고의 중간지점의 흘러가기 좋은 지점의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전자음으로 시작되는 인트로, "부기부기 업"하는 포스트 코러스의 승부는 벌스와 코러스의 힘없는 전개에 별다른 힘을 갖지 못한다. 포스트 코러스를 제외하면 남는 게 없는 다소 아쉬운 형태가 된 것이다. 브릿지 역시 코러스를 따르기에 이러한 점은 더 두드러진다. 순전히 여름의 이미지를 그리겠다는 열정은 음악에서는 잘 느껴지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뮤직비디오와 함께 볼 경우 살아나는 노래가 있는데 이 곡의 경우가 그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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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분위기를 이어나갔던 <눈부셔>는 싱거웠던 <Boogie Up>의 느낌을 레트로적인 방향으로 바다를 묘사하는데 성공한다. 이번 앨범의 부제인 'For the Summer'가 코러스 가사에서 등장하는데 타이틀곡과 형식적인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타이틀곡으로 될 뻔했던 곡 아닐까 예상해 볼 수 있다. <Boogie Up>이 짧고 경쾌하고 속도감이 느껴진다는 점과 <눈부셔>는 코러스-프리코러스의  반복되는 구간이 길고, 늘어지는 경향이 있기에 타이틀곡이 <Boogie Up>이 우위를 점했을 것이다. 아무튼 비슷한 이 두 곡은 서로를 보완하고 있기에 이 앨범을 싱글이 아닌 앨범 전체로 보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My Type>는 다시 템포를 올려서 경쾌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여름에 많이 사용되었던 느낌으로 만들었기에 익숙하며, 사운드의 특징보다 보컬의 집중도를 높였다. 그래서 앞의 두 곡보다 집중되는 느낌이 강하다. <우리끼리>는 다시 타이틀곡과 비슷한 느낌으로 돌아온다. 이 곡 역시 드롭을 보장하는 EDM 스타일로 새로운 느낌보다는 수록곡에 알맞은 느낌이다. 특징이라면 드롭의 관악기(색소폰) 사운드를 꼽을 수 있다.

앨범의 마지막은 <Sugar Pop>이 담당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잔잔한 곡으로 제목과 비슷하게 톡톡 튀어나가는 느낌을 살렸다. 벌스와 프리 코러스에서 자세히 들어보면 다양한 장치들이 있음을 알 수 있는데 곡의 튀는 느낌을 살리는데 충분한 역할을 해내고 있다. 아쉬운 점은 코러스에서 이 분위기를 튀기보다는 안정적인 스타일로 이어갔다는 점다. 한 번쯤은 다르게 만들었어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그런 종류의 아쉬움이었다.

어쨌든 우주소녀의 일렉트로닉 부기는 기분 좋은 출발로 그룹의 인기를 증명했다. 여름이라는 컨셉과 음악적인 통일성은 초동 4만 장과 별 관계는 없지만 그룹 자체에는 기분 좋은 소식이 되었다. 통일성에 비해 음악적인 밋밋함은 곡의 매력을 떨어트렸다. 반복된 드롭(포스트 코러스)의 가사를 너무 믿어버렸고 음악은 단조로다. 보컬은 심심해지고 음악만 들었을 때 그 느낌을 살리기 어려워진 것이다. 전 타이틀 <La La Love>가 지녔던 느낌을 유지하려고 했지만 오히려 올드 해지고 심심해졌다. 기억에 남지 못하는 노래는 우주소녀가 새로운 팬층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고 싶다. 느낌과 컨셉만 있는 작곡에서 벗어나 그 퀄리티를 높이는데 집중할 필요가 느껴진 앨범이었다.


[노예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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