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다시 만난 빨강 머리 앤 [시각예술]

낭만적이고, 또 낭만적인, 앞으로도 낭만적일.
글 입력 2019.07.12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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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빨강 머리 앤


정말 오랜만이었다, 추억 속의 앤을 만난 건. 내 과거 속에 머물러있던 그 애는 그저 예뻐지길 원하는 당찬 소녀였던 것 같은데, 어린이 동화 속 그 애의 나이를 훌쩍 뛰어넘은 현재의 앤은 새삼 달라져있었다.

한화 갤러리아 포레에서 진행되는 전시 ‘내 이름은 빨강 머리 앤’은 누구 나의 가슴 한편 자리하던 앤을 다시 끄집어내 현재의 ‘나’의 시선에 맞춘다. 알록달록한 소품들과 함께 조금은 안쓰럽고 그럼에도 기특한 우리의 앤이 가득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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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렷하고 능동적인 앤



어떻게 몽고메리는 ‘앤’과 같은 인물을 그려 낸 걸까. 1908년 그 시대의 캐나다는 아동이 노동을 하는 경우가 허다했고 여성의 인권은 땅을 치고 있던 시기였다. 말 그대로, 약자들의 인권이 완전히 존중받지 못했던 때라고 할 수 있겠다. 그 시대에 ‘앤’이라는 자기주장이 뚜렷하고 능동적인 캐릭터를 그려냈다는 점에서, 그만큼 뚜렷한 작가의 신념이 직접적으로 드러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항상 사랑받지 못하던, 잘못 입양된 앤이 초록지붕 집 아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기까지 그녀는 항상 말이 많고 감성적이며, 사랑스러웠다. 자신의 이름에 반드시 낭만을 한 스푼 넣어 E가 붙은 'Anne'이라고 칭했던 만큼. 그래서 앤이 참 기특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시대 캐나다에 만연한 아동노동의 피해자였던, 여성이기도 했던 앤의 삶은 굴곡이 많았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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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머리 앤’에 솔직하게 담긴 또 하나의 인물은 ‘다이애나’였다. 우리 대부분이 알고 있듯 다이애나는 앤의 절친으로서, 그 당시 여성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능동적이기보다는 수동적인 형태를 취하며, 앤과는 사뭇 다른 행보를 보인다.


그 부분은 동화의 결말에 가장 명백히 나타나는데, 그녀는 그 당시 대부분의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졸업 후 대학 진학 등의, 보다 넓은 세계로 향하지 않고 집안에 머무른다. 이는 본인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개척해나가는 ‘앤’과 가장 상반되어 나타나며, 작가의 의도를 보다 뚜렷하게 각인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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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낭만은 필요해



앤은 말했다. '자,이제 이 방 안에다 상상의 물건을 넣어보자. 항상 상상하는 그대로 있도록 말이야.’  앤은 동화를 더욱 입체감 있게, 다채롭게 만들 만큼의 어마어마한 상상력과 낭만을 품고 산다. 이번 전시를 통해 ‘앤’이 가지고 있던 것과 같은 낭만이 현대에 조금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여러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전시된 ‘빨강 머리 앤’은 동화에서 걸어 나온 듯 그저 그대로 다채로움을 담고 있었지만, 이는 현대 사회의 또 다른 면모까지 가감없이 드러나게 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몇 가지의 알록달록한 소품들은 SNS에 최적화되어있었으며, 거의 모든 사람들은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물론 요즘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라고는 하지만 아쉽지 않다고 하기에는 마음이 불편해져온다.


다행스럽게도, 그 부분이 실망스러우리만큼 노골적이지는 않았다고 할 수 있겠다. 읽을거리도 많았고, 그로 인해 깨닫게 되는 부분들도 많았다. 챕터마다 설치된 추억의 애니메이션들도 적절했으며, 마음 놓고 향유하기 충분한 문화예술이 곳곳에 존재했다. 여러 사람들의 카메라 속, 완전히 마음 놓고 즐길 수는 없었어도 가끔씩의 낭만을 펼칠 수는 있던 전시라 할 수 있겠다.


그 낭만을 온전히 즐길 수 있도록, 앞으로의 문화예술은 카메라보다는 마음속으로 자연스레 스며들어야겠다. 카메라 안에서 즐기는 전시보다는, ‘앤’처럼 생각의 방에서 즐기는 전시가 훨씬 가슴에 남을 테니.


앤의 영원한 지지자인 ‘매튜’의 말로 글을 마무리 짓겠다.



네 모든 낭만을 포기하지는 말아라, 앤. 조금은 낭만적인 것이 좋아. 물론 너무 지나치지 않다면 말이야. 조금은 간직하도록 해라, 앤. 조금은 말이야.


- 빨강 머리 앤 中





[임보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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