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예술가로서의 박효신에 대한 고찰 [공연예술]

글 입력 2019.07.13 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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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효신 LIVE 2019 LOVERS: WHERE IS YOUR LOVE? 콘서트의 후기로, 점잖은 말로 풀어낸 주접글(?)이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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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라는 단어는 때로는 허세를 표현할 때 사용되기도 한다.


'Music is my Life.'라는 말과 함께 눈을 감고 음악을 느끼는 듯한 포즈,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한때 유행했었던, '음악은 세상이 허락한 유일한 마약이니까.'라는 말들을 보면, 음악을 느끼는 것 = 허세의 의미로 사용되는 모습들은 우리들에게 낯설지 않다.


중학생 때부터 나는 음악을 진심으로 듣고 느끼는 사람을 이렇게 허세가 가득한 모습으로 포장하는 모습이 불편했다. 음악을 들으면서 치유되었던 많은 순간들이 한순간에 조롱거리로 전락된 것만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중학생 때부터 스스로 'BGM 없으면 우울해지는 병'에 걸렸다고 말할 정도로 음악을 즐기고 사랑했다. 얼굴에 송송 나있던 솜털을 벗고, 당당하게 치킨 집에서 '맥주 한 잔 주세요.'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을 때쯤, 나는 본격적으로 여러 가수들의 공연을 직접 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한 번 보고 절대 다시 찾게 되지 않는 가수도, 공연을 또 한다는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손가락을 풀며 미친 티켓팅을 준비하는 가수도 있었다. 지금까지 가본 10번이 넘는 콘서트와 이외의 많은 라이브 공연들 중 최고라고 할 수 있는 공연을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박효신 콘서트라고 외칠 것이다.




콘서트의 주제



티켓 예매 사이트를 가만히 보면, 일반적으로 콘서트의 주제는,


-MERRY CHRISTMAS 혹은 HAPPY VALENTINE

-00주년 기념 XXX 전국투어

-SUMMER WITH XXX


와 같이 기념일, 계절, 혹은 가수의 데뷔연차가 콘서트의 주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공연주제를 보면 대략, 크리스마스니까 캐롤을 부르겠구나, 몇 주년이 되어 감사합니다 라는 멘트를 하겠구나, 계절에 맞는 분위기의 노래를 부르겠구나 라고 아주 대략적으로 추측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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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박효신의 콘서트는 제목부터 추상적이다.


-2015년 HAPPY TOGETHER

-2016년 I AM A DREAMER

-2019년 WHERE IS YOUR LOVE?


행복, 꿈에 이어 사랑. 우리 삶 속에 가장 가까우면서도 먼 것들. 알 수 없는 뭉클함을 품고 있고, 뭐라고 딱히 정의 내릴 수 없는 것들이 박효신의 콘서트의 주제이다. 이 단어를 어떻게 콘서트에서 풀어나가지?라는 궁금증이 들곤 한다.


 


콘서트 준비과정과 구성


 

지인의 축가를 부를 때에도 녹음, 모니터링을 할 정도로 완벽주의자라고 알려진 박효신의 면모는 콘서트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박효신 콘서트를 찾은 관객은 원형으로 이루어진 공연장에 들어서자 마자 무대를 360도로 둘러싸고 있는 좌석과 함께 탁 트인 시야를 경험할 수 있다. 박효신이 지난 7일 공연에서 “완벽한 무대를 만들기 위해 감독님과 스무 번가량 무대 시안을 고쳤다”고 말한 바 있듯 그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완성도 높은 공연을 만들어 내기 위해 얼마나 세심한 공을 들였는 지 알 수 있다.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되고 피아노 앞에 앉은 박효신이 ‘戀人 (연인)’을 부르며 처음 등장하는 순간 박효신과 피아노를 상자 모양으로 감싸던 무대 장치가 서서히 올라가며 순식간에 공연의 집중도를 끌어올렸다. ... (중략) 박효신이 직접 “국내에 있는 LED는 다 들여온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자신 있게 준비한 이번 공연은 무대 구성 뿐만 아니라 돔의 천장에서 곡 분위기에 맞게 움직이는 LED 스크린까지도 관객들에게 몰입의 경험을 제공하는 중요한 장치가 됐다. 박효신의 소속사 글러브엔터테인먼트는 “완성도 높은 이번 무대만을 위해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리는 평균 공연 무대 제작비의 약 7배에 달하는 33억을 투입했다. 공연 진행을 위한 인력도 800명가량의 대규모 인원이 동원됐다”고 밝혔다.


또한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출연진으로 구성된 라이브 세션도 눈 여겨 볼 만하다. ‘대장’ 박효신을 필두로 ‘야생화’, ‘Goodbye’ 등을 함께 작업한 그의 음악적 동지인 정재일이 음악 감독으로 참여, 오케스트라를 비롯한 각종 악기와 코러스까지 아우르는 고품격 밴드 전체를 이끌었다. 정재일은 앞서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의 음악 감독으로도 활약하며 대중의 인정을 받은 음악가다. 무대 연출과 맞물려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두 사람의 음악적 시너지가 폭발하며 볼거리 뿐만 아니라 들을 거리까지 풍성한 ‘오감만족’ 공연을 책임졌다.


- MBN스타, 박효신, 33억 무대 제작비 투자…블록버스터급 콘서트 '주목



이러한 공연은 자그마치 다섯 시간이나 진행된다. 쉬는시간 없이 다섯 시간 동안 그가 준비한 아름다운 영상, 선율, 토크로 무대는 다채롭게 채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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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에게 그가 선물하는 것


 


'Werde ich zum Augenblicke sagen: Verweile doch! Du bist so schön!' ('나는 순간을 향해 외치노니, 멈추어라! 너는 정말 아름답다!')



괴테의 파우스트에 이러한 구절이 나온다. 나는 '미적 체험'과 '정지'를 함께 엮은 이 문장 의미의 반대가 문화예술과 그를 통해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문화예술은 머무르지 않고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역동적으로 이어주는 데에 의미가 있다.


박효신의 무대를 가만히 보면, 숨죽여 부유하고 있던 수많은 기억들이 되살아난다. 어렸던 나를 꾸짖으며 목놓아 우시던 어머니, 알량한 자존심에 진심을 표현하지 못했던 순간들, 이기적으로 굴었던 많은 날들, 쉽게 포기해버린 꿈들, 지나가다 보게 된 폐지를 줍는 할아버지, 짙은 눈물 자국을 가지고 애처롭게 길을 헤매던 버려진 강아지. 이렇게 꺼내진 과거의 기억들은 이제는 괜찮을 것이라고 속삭이는 박효신의 음악을 통해 따뜻하게 보듬어진다.


이는 또다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알 수 없는 믿음과 희망을 가지게 한다. 순간의 감동과 황홀을 넘어 너저분하게 널려있던 고통의 기억들을 하나의 희망으로 집약시켜주는 것이다. 그는 고통의 과거, 현재, 희망의 미래를 역동적으로 이어지게 하는 예술적 경험의 정수를 모든 관객에게 선물해준다.

 

이렇게 고귀한 예술적 경험을 가능케 하는 박효신의 공연은 그저 타고난 천재적 재능에서 비롯되는 것만이 아니다. 공연 중간중간 그가 하는 말을 들으면, 감히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예술적 사유, 삶과 세상에 대한 고찰의 깊이를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다.

 

누군가의 작품을 보면서 잘한다, 또 보고 싶다, 멋지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사람은 멋진 예술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아가 본인을 성찰하게 하고, 새로운 희망을 가지게 만든다면 그것은 멋짐을 넘어 존경받아야 하는 예술가라고 생각한다.


박효신은 진정 음악적으로 존경 받을만하고, 받아야만 하는 예술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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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예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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