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변방의 연극을 만나다 [공연예술]

제19회 서울변방연극제를 함께하며
글 입력 2019.07.14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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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을 전공하고, 관련 진로를 고민하면서 주로 신문을 통해 세상을 바라봐왔다. 정치, 경제, 사회, 국제, 문화면에 실린 새로운 사건사고들. 매일 그 소식을 접하면서 느끼는 감정 중 하나가 무력감이었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 다음을 위해 우리는 과연 무엇을 이야기하고, 무엇을 모색해야 하는 걸까 하는 고민이 계속됐다.

 

그럴 때마다 하나의 출구가 되어준 것이 연극이었다. 전혀 다른 이야기 속에서 내가 고민하던 것을 발견하기도 하고, 말과 글 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지점을 포착할 때도 있었다. 이후 연극을 공부하면서 가장 흥미를 느낀 부분도 연극의 정치사회적 발언과 관련된 부분이었다. 나에게 연극은 막연히 동시대적 문제에 질문을 던지는 작업이었기에, 어떤 새로운 생각을 얻고자, 고민에 대한 답을 구하고자 극장을 찾았다.

 

올해 열린 제19회 서울변방연극제는 연극에 대해 다시금 질문하도록 했다. 연극이란 무엇인가, 관객이란 무엇인가, 극장이란 어떤 공간을 의미하나, 연극은 어떤 방식으로 사회 안에 존재하나. 그리고 관객으로서 가졌던 나의 단정적 태도가 연극의 의미를 제한하고 있지는 않은가, 연극은 꼭 어떤 답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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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회 서울변방연극제 포스터



관객의 상상력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


 

‘변방’은 중심지에서 멀리 떨어진 가장자리 지역을 의미하는 단어다. 이 말에서 알 수 있듯 변방연극제는 우리에게 친숙한 고전적 개념의 연극과는 조금 다른 작품들을 무대화한다. 반 이상의 작품이 '이머시브 씨어터(immersive theater)’ 즉 관객참여형 연극의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에서 연극제의 성격이 확연히 드러난다.


각각의 작품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공연 내부 영역에 관객들을 끌어들인다. 작품의 구조를 완결하는 역할을 부여받은 관객들은 의식적으로 혹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 작품 안에 참여한다. 그렇게 객석과 무대의 경계가 사라진 극장에서 관객은 그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새로운 상황에 직면했을 때의 심리적-신체적 반응, 극장 내 관객으로서 갖는 존재적 의미, 그리고 이 사회 안에서 갖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보통 우리는 자주 접해보지 못했던 형식의 작품을 만나면 '난해하다', ‘어렵다’는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변방의 연극은 애초부터 정해진 모양이 없기에 관객이 그 의미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관객의 영역을 남겨두는 연극이었다.


난해하고 어려운 것이라기보다는 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것, 그래서 낯선 것이었다. 그와 동시에 그것은 분명 우리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고, 사람들의 원초적 감각을 깨우는 것이었으며, 아티스트는 그 어떤 공연보다도 관객 가까이에 위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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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제의 처음과 마지막을 함께한 선돌극장




또 다른 '변방'을 만나러



변방연극제를 함께하는 동안 마음이 바빴다. 하루 또는 이틀에 한 편 꼴로 새로운 작품을 관람하면서 (혹은 참여하면서) 바로 바로 이 ‘새로움’을 소화해내기가 어려웠다. 그런 와중에 그것에 이름 붙이고 말과 글로 풀어내는 것이 가능한지, 오히려 간신히 손에 닿은 감각을 다 놓쳐버리지는 않을지 우려되기도 했다. 아티스트들이 무너뜨려 놓은 경계와 관념을 내가 다시금 단일한 무엇으로 규정해버리는 것 같아 메모의 끝은 항상 질문이 되었다.

 

7월 13일, 연극제의 토크 프로그램과 마지막 공연 관람을 마쳤다. 그리고 아직 연극제 전체 작품에 대한 생각은 어떤 정리된 형태로 남지 못했다. 그리고 나는 그냥 기다리기로 했다. 극장에서, 거리에서 변방의 연극을 더 많이 만나고 그것이 어느 정도 자연스럽게 내 것으로 소화될 수 있을 때까지. 그 기약 없는 기다림의 과정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김주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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