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진부함'은 위대하다. [시각예술]

글 입력 2019.07.13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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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에 풍물시장을 구경하다가 무심코 구매했다.


읽은 기억이 있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의 저자인 신영복 선생의 글과 이름이 적혀있고, 무엇보다 수용할 만한 가격인 만원이었기 때문이다. 사장님께 그릇과 함께 받은 받침대를 세워 책장 한 켠에 세워 놓으니 꽤 그럴 듯 하다.


형식을 갖추었으니 내용을 본다. 삽화는 산이다. 어리석은 노인이 한 삽 한 삽 쌓은 산을 표현한 듯 하다. 그렇게 책을 많이 쓴 선생이, 굳이 속담 한 구절을 인용해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 그릇을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하고 생각해본다.


자신의 책 한 구절을 드러내어 네 문장 내지는 다섯 문장을 멋드러지게 썼어도 좋았을 것이다. 독자들에게 더 잘 알려졌기에 판매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선택된 것은 우공이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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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공이산. 초등학교 때 배우는 사자성어다.

우직한 노력은 결국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룬다는 뜻이다. 속담은 진부하다. 어른들의 잔소리는 진부하다.

‘진부한 이야기’는 현대 시대에 피해야 할 그 무엇 중 하나이다. 그러나 나는 신영복 선생의 그릇을 통해 진부함 속에 놓인 보석을 느낀다. 인생의 크고 작은 쓴 것들을 맛보며 진부한 것은 ‘내용’이 아니라 ‘표현’일 뿐임을 느낀다.


진부함의 본질은 ‘반복’이기 때문이다. 그 옛날부터, 할머니의 할머니, 그 할머니의 할머니 때부터 되풀이 되어 말해졌던 사실들, 세월이 지나고 산과 강이 바뀌어도 공감되고, 진리라고 여겨지는 말인 것이다. 우리는 이 ‘반복’에 지쳐 삶의 진리를 단 몇 음절로 함축하고 있는 말들을 회피하곤 한다.


최근의 ‘유행어’라고 치부되는 몇몇 단어는 삶의 소중한 가치를 잊게 한다. 가령 ‘선비’는 진지한 사람에 대한 거부감을 심었고, ‘오글거린다’는 감정에 충실하는 사람을 이상하게 만든다. 필자는 ‘진부함’이라는 단어도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진부함’이라는 프레임 아래에 함축된 인생의 진리와 가치가 묵살되는 것이다.


글을 마무리하며 이 글을 읽는 독자는 이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세상이 덧씌우는 선의의, 또는 악의의 프레임을 꿰뚫어보는 명민함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가져야 할 덕목이 아닐까.



[황혜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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