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새로운 사진 플랫폼, 291 Photographs [문화 공간]

사진의 모든곳, 이구일 포토그랩스
글 입력 2019.07.16 00:09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291 Photographs 



백화점이나 쇼핑몰에서 전시를 개최하는 일은 흔하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유명작가의 작품이 걸린 작은 전시회가 여기저기서 열린다. 그런 경우 대개 관람은 아이쇼핑과 비슷하게 이루어진다. 걸려있는 걸 슥 보고 지나간다. 아무래도 작품이 적다보니 미술관이나 갤러리보다 집중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3.jpg


롯데월드타워 에비뉴엘에 5층 위치한 291 Photographs는 다양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탁 트인 공간에 전시공간이 제일 눈에 먼저 들어오고 그 뒤로 판매용 사진들 수백점이 늘어서있다.


사진을 보다가 옆으로 빠지면 사진 서적 판매 공간이, 깊이 들어가면 포토 스튜디오가 있다. 전시를 보고, 굿즈를 사고, 사진을 구경하다가 사진을 살 수 있다.



1.jpg

 


지난 달에는 에릭 요한슨의 프롤로그 전이었고, 지금은 백승우 작가 초대전이 열리고 있다.


스튜디오에서는 세 개의 스튜디오가 번갈아 가면서 촬영을 하고 요일별로 사진의 기초부터 인문학까지 여러 종류의 강의가 열린다. 그리고 일주일의 몇 번, 사진 팝업 카드 만들기나 사진책 만들기와 같은 클래스가 진행된다.



5.jpg



내가 이 공간에서 제일 주목하는 것은 이름을 숨긴 판매 사진들이다. 작가의 이름도 작품명도 모르고 나열된 숫자를 따라 빙 돈다.


그러다 보면 눈에 들어오는 사진이 나타난다. 500장의 사진 중에 다른 데로 발걸음 했다가도 다시 돌아오게 만드는 사진 한 장이 등장한다. 내 앞에 있는 사진이 프로의 작품인지 아마추어의 작품인지 갓 데뷔한 신인의 작품인지 알 수 없다.


누구의 어떤 작품인지 알기 위해선 서랍을 열어야 한다. 서랍을 열면 작가의 이름과 작품명이 찍힌, 비닐 포장된 사진이 나온다. 내가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는 이상 사진의 상세를 알 수 없다. 아무런 정보 없이 그저 원하는 대로 보고 받아들이면 된다.



6.jpg



이구일 포토그랩스에서 매력을 느낀 부분 중 하나는 가격 책정이다. A4 사이즈 사진이 1장 1만원, 3장 2만원, 5장 3만원, 10장 5만원이라는 상술(?)을 보여준다. 한 장만 살 수 없게 만든다.

그래서 괜히 500장의 사진을 스치듯 봤다가 300장정도 어쩌다 더 보다가 100장은 서너번 정도 보고 마음에 든 사진 몇 장을 들고 같이 붙여둬도 어울릴지 고민한다.

하나가 제일 쉬울 것 같은데 가격이 발을 붙든다. A2 크기의 사진과 액자 가격을 보면 이보다 더 합리적인 소비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사진을 돈 주고 사는 행위가 이렇게 캐주얼하고 가볍게 진행되다니.



p1.jpg



사진 구매의 즐거움은 계산과 포장 과정까지 이어진다. 카메라를 모티브로 디자인된 빳빳한 종이 홀더 안쪽에 사진을 넣고 스티커로 봉한다. 포장된 사진은 얄쌍하고 빳빳한 종이가방에 들어간다. 좋은 서비스를 받으며 좋은 소비라는 판단을 내린다.

   


4.jpg



전시를 보고 아트샵에서 굿즈를 사는 건 전시 관람의 연장선에 있다. 내가 실제로 본 것이 엽서나 공책 등으로 축소된다. 291 Photographs의 사진 구매는 무엇의 연장선도 아니다. 내가 본 것이 곧 내가 사는 것이다.



*

사진 출처

291 포토그랩스 인스타그램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