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연극 '비너스 인 퍼' : 오디션장에서 벌어진 일 [공연]

글 입력 2019.07.16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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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제작사 달 컴퍼니가 제작하는 연극 <비너스 인 퍼(Venus in Fur)>가 7월 24일(수)부터 8월 18일(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재연을 올린다.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섹시하고,
가장 재미있으며,
가장 신선한 연극

한국에는 아직 낯설지만 브로드웨이에선 이미 핫한 작품으로 인정받은 연극 <비너스 인 퍼>는 권력이 갖는 힘을 에로틱하면서도 코믹하게 풀어낸 2인극이다, 이는 오스트리아 작가 자허마조흐의 동명 소설을 연극으로 각색한 것이다. 이 소설은 육체적 또는 정신적으로 고통받음으로써 성적 만족을 느끼는 심리상태를 일컫는 ‘마조히즘’이라는 말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고전 희곡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작품을 많이 쓰는 것으로 유명한 작가 데이빗 아이브스가 각색하고, 뮤지컬 ‘시카고 리바이벌’ 공연으로 토니 어워즈에서 최우수 감독상을 받은 연출 겸 안무가 월터 바비가 참여한 이 작품은 2010년 오프 브로드웨이 초연 개막과 동시에 관객을 사로잡았다. 이후 브로드웨이 무대에 진출, 2012년 토니 어워즈 최우수 연극상에 노미네이트되고, ‘벤다’ 역의 니나 아리안다가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받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지배자와 피지배자 사이,
그 아슬아슬한 거리에서 벌어지는 쇼

마조히즘이라니, 굉장히 흥미로운 소재이다. 한국에서 성을 다루는 방식 중 SM에 관한 것이 있었던가? 변태성욕, 이상성욕이라고 치부되는 SM이지만, 이는 극단적 분출을 제외하고 보면 의외로 일상적인 현상이다. 관계우위의 줄다리기는 언제나 긴장감을 낳는다. 이런 감정은 일상적 관계에서는 희미하게 보이지만 권력이 명확하게 작동하는 곳에서는 선명하게 나타난다.

연극 <비너스 인 퍼>는 오디션장이라는 합/불합의 권력이 작동하는 곳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뽑는 자와 뽑히고 싶은 자는 명확하게 우위가 나뉘고 일반적으로 후자의 존재가 약하다. 그러나 ‘마조히즘’이 모티브인 연극 오디션에서 벌어지는 연기는 현실의 공간을 완벽하게 뒤집는다. 약자가 강자로, 강자가 약자로.


시놉시스

자허마조흐의 소설을 각색하여 새로운 연극을 쓴 작가 겸 연출, 토마스
비굴함과 강인함을 동시에 가진 미스터리한 배우, 벤다

마조히즘을 모티브로 쓰인 소설을 각색하여 만든 새로운 연극의 여주인공을 찾는 오디션장. 오디션이 종료된 후, 참가한 모든 배우의 부적절성에 대한 불만을 전화로 이야기하고 있는 토마스 앞에 난데없이 오디션을 보겠다고 벤다가 나타나지만, 토마스는 자신이 싫어하는 ‘배우의 습성’을 모두 가진 것으로 보이는 벤다를 보고 오디션장을 그냥 떠나려고 한다.

어떻게든 오디션이 보고싶었던 벤다는 토마스를 어르고 달래고 유혹하지만 토마스가 꿈적하지도 않자 비굴한 모습까지 보이며 그를 붙잡는다. 그렇게 막무가내로 시작된 그들만의 오디션. 오디션이 시작되는 순간, 완벽하게 여주인공의 모습으로 변하는 벤다를 보며 토마스는 그녀에게 장악 당하고, 그들 사이의 힘의 균형은 그의 소설처럼 완전히 뒤바뀐다.


2019 연극 비너스 인 퍼 페어컷_로고X 이경미&김대종.jpg
이경미x김대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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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강희 x 김태한




무대 위 유혹의 게임


연극 <비너스 인 퍼>는 이 긴장감을 ‘연기’라는 소재로 연기하며 보여준다. 이는 연극 외에도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에서 자주 쓰이는 방식으로 마치 우리 현실인 것처럼 능청스럽게 재현하는 것이다. 극에서 권력을 갖고 있는 연출가와 그에게 매달릴 수밖에 없는 배우지망생의 관계는 현실에서 어둑하게 나타나지만, 이 연극 속에서는 어딘지 비틀린 방식으로 드러난다.

‘오디션장’이라는 권력의 장소에서 지배력이 약했던 배우지망생 벤다는 연출가 토마스에게 매달린다. 일방적 힘의 관계에서 벤다는 당연히 열위에 있지만, 그녀가 연극 속으로 연출가를 끌어들이는 순간 이는 역전된다. 여전히 현실은 연출가가 배우지망생의 우위지만 그들의 연극 속에서는 벤다가 토마스보다 우위에 있다.

비굴하게 매달리던 약자가 순식간에 유혹자가 되어버리고, 권력을 갖고 있던 자가 유혹에 흔들려 갈구하는 자로 변할 때 우리는 어떤 카타르시스, 전율을 느낀다. '마조히즘'의 본질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강한 성적 뉘앙스보다 권력의 역전이기 때문이 아닐까?

극 속 현실은 현대지만, 극 중 극은 근대시대 캐릭터 ‘쿠솀스키와 두나예브’와 고대 그리스 신화 속 인물인 ‘비너스’를 절묘하게 뒤섞이며 <비너스 인 퍼>는 시대를 넘나든다. 배우들은 마치 우리 현실인 것처럼 연기하지만 무대 위는 모호한 환상처럼 무대 위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공존한다. 이런 겹겹이 쌓인 재미가 브로드웨이의 주목을 이끌어낸 또다른 매력 포인트였을 것이다.

힘의 전복을 다룬 무수한 정치, 전쟁 드라마가 많지만 성적 전복은 터부시되며 잘 다뤄지지 못했다. 이번에 재연으로 돌아온 <비너스 인 퍼>가 한국에서 아주 낯선 성의 방식으로, 어떻게 이를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

2019년 7월 24일(수) ~ 8월 18일(일)

평일 8시
토요일 3시, 7시
일요일 및 공휴일 2시, 6시
(월 공연 없음)

100분

R석 55,000원 / S석 45,000원

만 15세 이상 관람 가능

‘토마스’ 疫 김태한, 김대종
‘벤  다’ 疫 임강희, 이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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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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