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뉴필로소퍼 7호

글 입력 2019.07.16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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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필로소퍼 7호
- 일상을 철학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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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이 삶을 지배하는 사회






<기획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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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으로 철학하기


《뉴필로소퍼》 7호는 '부동산'이라는, 어찌 보면 철학 잡지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주제를 다룬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부동산이 현대인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라는 점에서 '철학하기'의 적절한 주제라고 할 수 있다. 《뉴필로소퍼》 7호 '부동산이 삶을 지배하는 사회'는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든다. 자본주의가 낳은 양극화, 그에 따른 불평등은 이제 한 지역, 한 국가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이미 전 세계적인 현상이며, 그 강도는 더욱 세질 것이다. 경제적 혹은 정치적 문제로만 한정될 일도 아니다. 《뉴필로소퍼》 7호의 필자로 기술철학자, 정신과 전문의, 과학전문 작가 등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들이 나선 것이 그 반증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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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이 집주인인 세상


한국인의 내 집 마련을 위한 고군분투는 한국뿐 아니라 서구 여러 나라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정신과 전문의 롭 셀저는 <당신은 집주인이 아니다>에서 "현대인은 자신의 집을 소유하지 못한다"면서 그들의 집은 "은행 소유"일 뿐이라고 일갈한다. 대출이자를 내라는 고지서에 그들 이름이 적혀 있는 이유는 "잠시나마 위안을 주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기술철학자 톰 챗필드는 <현대인이 삶을 지배하는 부동산>에서 "귀족들이 이미 영국 국토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을 고발한다. 그는 "국토의 70퍼센트를 전체 인구의 1퍼센트도 안 되는 사람들이 소유하고 있는 셈"이라면 이대로 가면 "전 세계 인구 중 가장 부유한 1퍼센트가 나머지 99퍼센트보다 부동산을 더 많이 소유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장삼이사(張三李四)의 월급은 꽁꽁 묶여 있음에도 하루가 멀다 하고 오르는 부동산 가격이 이런 일들을 배태했는데, 이는 전 세계 공통 현상이 되었다.


집 없는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적 시선도 세계적인 현상이다. 철학자 데이먼 영은 <철학자의 개집>에서 집을 소유한 자신의 할머니 사례를 들어 집 없는 사람들에 대한 가진 자들의 편협한 시선을 고발한다. 작가의 할머니는 자수성가한 사람으로 "집 확보전에서 패한 사람"들이 주로 거주하는 "소규모 주택이나 임대 주택"을 "개집"이라고 부른다. "꾸준히 일하고 아껴 쓰면" 자산을 불릴 수 있는데, 게으르고 진득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렇게 사는 게 마땅하다고 여긴다. 임대 아파트와 자신들이 사는 곳을 구분하기 위해 철조망을 치는 대한민국의 현실과 다소 차이만 있을 뿐, 편견과 차별은 똑같다. 부동산이 철학의 주요 관심사여야 하는 이유는 이외에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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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값을 매길 수 있을까


물론 현대 사회라고 내 집 마련이 절대 불가능하다는 말은 아니다. 문제는 내 집을 갖기 위해서 더 많은 시간과 돈을 써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을 노동에 내주어야 한다. 개인의 건강은 물론 가족을 희생시켜야만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보금자리를 마련했지만, 그곳에서 행복한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작가 플로라 S. 마이클스는 <집에 값을 매길 수 있을까>에서 이 문제를 정면으로 응시한다. 과거의 집은 가족의 기쁨과 행복이 머무는 공간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곳은 추억을 재생시켜주는 중요한 공간이 된다. 그런가 하면 이웃은 물론 지인들과 교류하며 새로운 관계를 쌓아가는 원천이 바로 집이다. 하지만 이제 "부동산을 사고파는 일은 이런 감정들을 고려하지 않는다." 단지 토지와 건물의 가격만을 흥정할 뿐이다. 현대인의 주거 방식이 변한 탓도 크다. 학교, 직장 등을 따라 집을 옮기는 일이 흔해졌고, 집보다 직장에서 더 오랜 시간을 보내는 게 현대인의 삶의 패턴이다. 이제 집은 "퇴근 후 잠시 쉬는 장소 혹은 잠을 자고 옷을 갈아입은 후 다음 날 출근하기를 반복하는 장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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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권은 영속적이어서는 안 된다


《뉴필로소퍼》 7호에서 가장 주목할 대목은 세계적인 경제학자이자 베스트셀러 《21세기 자본》의 저자인 토마 피케티 인터뷰이다. 토마 피케티는 <조용한 혁명이 필요하다>라는 제목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적인 불평등 상황과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 그는 젊은 세대가 쉽게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룰 수 없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물론 오늘날 평균소득과 총소득은 엄청나게 증가했는데, 그렇기 때문에 50년 동안 한 국가의 최저임금과 근로소득의 실질구매력이 크게 하락했다는 사실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이는 다양한 과정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연방정부의 최저임금 기준과 노동조합의 쇠퇴를 포함해서 노동시장을 지배하는 규칙이나 제도와 관련이 있다. 또 하나는 교육과 훈련을 받을 기회가 공평하지 않은 것과 연관이 있다. 이는 교육과 훈련을 마칠 무렵에 주택을 포함해서 수많은 기본적인 재화와 권리를 얻을 때 발생하는 불평등에 영향을 미친다. 이 같은 현상은 전반적으로 저소득층보다 고소득층에 유리하도록 조세제도가 바뀌고 누진세율이 줄어듦에 따라 악화되었다."


토마 피케티는 인터뷰 말미에 "사유재산과 공공재산, 그 두 가지를 조화롭게 다룰 필요"를 역설하면서 "누진적 부유세의 기본 생각은 재산권이 영속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는 "일정 수준을 넘는 재산은 사실상 임시적 권리"가 되어야 한다면서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한다.


"만약 당신이 굉장한 부자라면, 당신은 (원하는 누진세율에 따라) 매년 2, 5, 10퍼센트의 세율을 적용받을 것이다. 이는 매년 당신이 재산의 2, 5, 10퍼센트를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의미다. 재산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그 재산을 평생 유지하는 일은 사회에 별로 유익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당신은 안다. 그러므로 매년 재산의 일부를 환원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영구적 토지개혁과 같다. 그것은 일종의 영구적인 혁명이다. 하지만 법의 틀 안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조용한 혁명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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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필로소퍼》 7호는 부동산에서 '소유'로 관점을 확대하며, 그 철학적 사유를 넓혀간다. 또한 레프 톨스토이의 단편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를 통해 '소유'에 집착하는 옛 사람의 우화를, 그러나 오늘을 사는 우리의 모습임을 절감할 수 있도록 돕는다. 《뉴필로소퍼》 7호의 맥락을 따라가다 보면, '철학하기'에는 낯선 주제처럼 보이지만 '부동산'만큼 일상을 철학하기에 좋은 주제도 없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뉴필로소퍼 7호
- 일상을 철학하다 -


엮음 : 뉴필로소퍼 편집부

출간 : 바다출판사

분야
인문/철학
문예지

규격
180*245mm

쪽 수 : 164쪽

발행일
2019년 07월 05일

정가 : 15,000원

ISBN
977-2586-4760-05-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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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필로소퍼》는
1월, 4월, 7월, 10월
연 4회 발행되는 계간지이며
광고가 없습니다.





뉴필로소퍼


《뉴필로소퍼》는 인류가 축적한 웅숭깊은 철학적 사상을 탐구하여 "보다 충실한 삶"의 원형을 찾고자 2013년 호주에서 처음 창간된 계간지다. 《뉴필로소퍼》의 창간 목표는 독자들로 하여금 "보다 행복하고 자유로운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도록 돕는 것"으로, 소비주의와 기술만능주의가 지배하는 현대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제공한다.

《뉴필로소퍼》가 천착하는 주제는 '지금, 여기'의 삶이다. 인간의 삶과 그 삶을 지지하는 정체성은 물론 문학, 철학, 역사, 예술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인문적 관점을 선보인다. 인문학과 철학적 관점을 삶으로 살아내기 위한 방법론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독립성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2013년 창간 당시부터 광고 없는 잡지로 발간되고 있다. 《뉴필로소퍼》 한국판 역시 이러한 정신을 발전시키기 위해 일체의 광고 없이 잡지를 발간한다.

옮긴이 - 서유라, 성소희, 이시은, 최이현, 송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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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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