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역사에 상상 더하기, ‘원시인이었다가 세일즈맨이었다가 로봇이 된 남자’ [도서]

모든 인간의 아침을 엮은 인류의 역사
글 입력 2019.07.18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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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로 입체.jpg

 


 

Prologue. 상상력의 힘



역사책을 펼쳐볼 때마다 가장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들어왔던 말은 그 시대를 깊고 자세하게 상상해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고, 들리지 않던 것이 들리게 된다며 역사 선생님들은 그런 비슷한 말들을 나를 포함한 학생들에게 자주 들려주셨다.


당장 시험 문제 몇 개를 더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몇 년도에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보다 국가와 혁명이 어떠한 흐름 속에서 왜 일어나게 되었는지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그것들이 살아가는 데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며 힘을 주어 말씀하셨다.

 

대학에 진학해 그 말의 의미를 어렴풋이 알아갈 때쯤 ‘사회학적 상상력’이란 것에 대해 알게 되었다. 전공이 이쪽이기 때문인지, 책을 읽으며 이 단어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사회학적 상상력은 사회학에서 사용되는 핵심적인 용어로, 거시적인 사회와 그에 속한 개인의 행위로부터 형성되는 관계를 인지해 내는 능력을 말한다.


여기에는 사회 내 개개인의 특성과 역사적 변천 사이의 관계를 인지하는 능력과 더불어 사회 내 인과관계가 해당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파악하는 능력이 모두 포함된다고 한다. 저자는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필자로 하여금 이 사회학적 상상력을 열심히 발휘하여 책을 읽게 했고 그 결과, 나는 저자의 말처럼 모든 인간의 아침에서 깨어나 어떤 하루의 순간들을 경험하게 되었다.

 

친숙하다고 생각했던 역사적 사실과 지식들도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대에 도착해보니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 전과 같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과거와 현재, 미래의 사람들이 모두 남처럼 느껴지지 않았다고 하면 너무 거짓말 같이 들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이 분명 다른 역사서들과는 다르게 쓰였고, 때로는 역사를 공부할 때 지식보다도 더 중요한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더없이 잘 쓰인 책이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책 소개


 


70개의 아침을 상상하면

270만 년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다!

쉽고 재미있게 읽는 지식과 공감의 인류사



“첫 번째 아침을 깨울 시간이 왔다. 창문을 두어 번 톡, 톡, 팬케이크에 떨어지는 꿀처럼 부드럽게 두드린다. 그러면 이내 드르륵 창문이 열린다. 고개를 내미는 이는 뉴커먼 씨다. 덥수룩한 수염, 빨간 코에 부은 얼굴을 보아하니 어젯밤 한잔한 게 분명하다. 나는 손을 흔들며 미소를 지어 보였고, 그는 천천히 내려와 2펜스를 건네준다. 나는 노커업이다.”


- 본문 중에서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런던의 흔한 아침 풍경이다. 아침잠과의 사투는 당시 노동자들의 커다란 고민 중 하나였고, 시대의 요구에 따라 인간 알람시계 ‘노커업’의 활약은 필연적이었다. 이 책에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살아가는 70명의 인간이 등장한다. 현생 인류의 조상 오스트랄로피테쿠스를 시작으로 중세의 검투사와 궁정 극장의 촛불관리인, 현대의 세일즈맨을 거쳐 우주 행성의 분양권을 파는 행성중개인까지.


그리고 여기 그들의 몸속으로 들어간 한 남자가 있다. 이 책은 인류의 발달이나 노동의 역사를 파헤치는 딱딱한 이론서가 아니다. 270만 년간 이어진 밥벌이의 고뇌를 한 권으로 묶은 상상의 자서전이다. 천일야화처럼 이어지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읽다 보면 시대를 관통하는 역사적·과학적 지식은 저절로 따라온다. 보다 깊은 인류사를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몸풀기 교양서. 전 인류가 함께한 이 책을 집어든 순간, 당신은 인간을 이해하는 첫 번째 걸음을 내딛게 된다. 

 


인간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인간이 되어 보는 것이다. 인류의 흔적을 찾아 타인의 몸속으로 들어가는 재미있는 상상.


      

여기, ‘인간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인간이 되어 보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한 남자가 있다. 그는 불가해한 사회 현상과 복잡다단한 인류사를 이해하기 위해 직접 모든 인간의 몸속으로 들어가기로 한다. 먼 과거의 유인원부터 미래 사회의 로봇까지. 상상을 통해 역사 속 개인의 하루를 산다.


이 책은 270만 년 이상의 방대한 인류사를 다루지만 기존의 역사책과는 성격이 다르다. 인류사를 거시적으로 구획하기보다는, 시대를 대변하는 각각의 직업을 1인칭으로 서술하며 이야기를 풀고 그에 따른 알짜배기 지식을 이어주는 식이다. 때문에 이 책에는 역사에 족적을 남긴 위인은 등장하지 않는다. 이름 없는 삶을 살아간 모든 이들이 책의 주인공이자 공동 저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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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유럽의 인기직업이었던 이동변소꾼

 


 

나의 좌표를 찾아서



앞서 말한 ‘사회학적 상상력’이라는 거창한 표현이 아니더라도, 우리 인간의 현재에 대해 더 잘 알기 위해서는 과거를 인지하고 있어야 하며 미래에 대해 상상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만이 나의 위치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좀 더 긴 세월의 흐름 속에서 상황을 예측하며 거취를 결정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모든 인간의 아침에 대해 쓰인 책이나, 결국 수많은 개인을 통해 현대사회를 관망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면, 나의 위치는 현대 사회에서 어느 한 점을 차지해 딛고 서 있는지 모두 한번쯤 의문을 품게 될 것이다.

 

하지만 곧 나의 좌표점을 찾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될 것이다. 태풍의 눈 속에서는 태풍의 존재를 인식하기 어렵듯이, 자신의 위치를 기나긴 역사 속에서 명확하게 파악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인간들의 하루를 돌아보며 한번쯤 이런 생각을 해보는 것도 스스로를 객관화하여 바라볼 때 꽤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 세상이 몇몇 사람들에 의해서만 이루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모두는 저마다의 역할이 있고, 나름의 삶을 완성하고, 세상에 기여한다. 이 세계는 자신만의 목적의식을 가지고 나아간 수억 명의 발자취로 이루어져 있다. 당신이 그들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 자신과 타인, 우리 종을 이해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그 속에서 자기 자신을 보았으면 한다.”


- ‘들어가며’ 중에서


 

 

 

인간만이, 인간이므로



난 이 책의 컨셉이 처음부터 무척 마음에 들었다. 인문교양서치고는 보기 드물게, 공상영화 같은 컨셉으로 모든 인간의 아침에서 깨어날 수 있다고 말해주어 반가웠다. 나는 한번도 해보지 못해 때로는 동경하고 궁금해 했던 일들을, 그 사람이 되어 직접 해보고 느껴볼 수 있었다.


그라면 매일 마주할 일상의 작은 조각이라도 관찰자가 아닌 1인칭이 되어 가깝게 마주한 느낌이 생소하면서도 나쁘지 않았다. 오랜 역사에 걸쳐 열심히도 노동해온 인간들에게 공감했고 그들의 외로움 깃든 내면을 가까이서 들여다보았다.

 


이터널선샤인.jpg

연인과의 잊기 힘든 기억을

지운다는 내용의 영화 '이터널 선샤인'

 


책을 읽고 난 나의 결론은 인간이라는 존재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외양은 어떻게든 시대에 맞추어, 혹은 시대가 인간에 맞추어 변화해 왔으나, 내면의 감정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불변에 가까웠다. 결국 감정에 이끌려 결정하게 되는 일들이 빈번하고 그로 인해 또 다른 직업이 생겨나며 인간 삶의 모습도 변화할 것이라는 이 책의 미래 예측이 필자는 설득력 있게 느껴졌다.

 

사회는 변화하고 기술은 발전하지만 그 주체이자 객체는 결국 인간이다. 인간이 이 세상의 유일한 존재는 아니지만, 적어도 나는 인간이므로- 사람이 사람을 위해 벌이고 만든 일들이 서로를 해칠 수도 행복하게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오늘도 인간답게 살았는지 되돌아봐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그리고 그 인간들의 어두운 면을 떠올리며, 그들의 행복은 어디서 완성될 수 있는지도 자문해본다.


 

[차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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