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복세편살, 아니 복세복살? [사람]

글 입력 2019.07.19 22:3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편하게 살자는 것이 제일이라는 외침 속에서 나만 복잡하게 사는 것 같을 때



누군가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바쁜 순간은 언제였냐고 묻는다면 필자는 아무 망설임 없이 바로 지금이라고 말할 것이다.


첫 수능을 준비하던 때도 아니고, 다시 수능을 준비하던 때도 아닌, 대학생으로서 보냈던 날들도 아닌 바로 2019년 지금 말이다.


필자가 도전해보고 싶었던 분야의 직무로 올해 봄 이직한 후, 전 직장과 너무나도 달랐던 분위기와 업무량에 이제 겨우 적응하고 있으며 작년부터 해온 봉사활동, 그리고 앞으로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활동까지, 정말 하루하루 시간 관리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고민이 많은 날들이다.


그리고 요근래 필자는 퇴근할 때 매일 가족에게 전화해 되뇐다. "코알라로 태어날 걸 그랬어, 괜히 사람으로 태어나서 왜 이러고 살까.."



[크기변환]Nature-Animal-Cute-Koala-Wildlife-Australia-Bear-2471173.jpg
 


굳이 코알라를 계속 말하는 이유는 물론 지구상에 가장 귀엽고 사랑스러운 생명체 중 하나이기도 하지만, 코알라는 4시간 동안 밥을 먹고 20시간을 잔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부터이다.


코알라의 주식인 유칼립투스 잎이 독성이 있어 해독을 하기 위해 오랜 수면이 필요한 것이지만, 찬찬히 잎을 뜯으며 식사를 하고, 태어나서 새끼 시절을 엄마 품에 안겼다가 등에 매달리면서 보내다가 어른이 되면 나무를 끌어안고 다시 먹고 잠을 이루고 하는 걱정이라고는 하나 없는 모습이란 스스로 철없다고 인지하면서도 필자의 마음에는 진심으로 부러움이 조금 자리하기도 했다.


그리고 코알라에 대해 부러움을 잠시 늘어놓은 후 필자가 매일 하는 말이 또있다. "복세편살이라는데 나는 어째 복세복살이야, 복잡한 세상 진짜 복잡하게 사는 거 같다니까."



[크기변환]11111.jpg

 


복세편살(複世便─)

: 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의 줄임말



복세편살, 정말 수천년간 전해져온 사자성어 중 하나인 줄 알았던 이 말의 의미를 알게 된 후, 필자는 왜인지 조금 민망하면서도 동시에 도대체 어느 똑똑한 사람이 세상살이 고됨을 저렇게 지적인 말로 표현했는지 감탄이 들기도 했었다. 정치, 경제, 사회 여러 분야에서 터지는 이런저런 커다란 논란들로 가득한 세상에서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은 접고 편하게 살자는 말은 정말 최고의 진리일지도 모른다.


각자의 컴포트 존에서 벗어나 해보지 않은, 익숙하지 않은 것에 도전하고 새로운 길을 가려는 일은 성공의 보장 없이 돈과 시간이 들어가고, 더 나은 내일을 찾아 발걸음을 계속 내딛어도 짙은 안개로 앞이 보이지 않는 길에서 무력하게 서 있을 수 밖에 없는 듯한 상실감을 주기도 하기에 말이다.



[크기변환]3333.jpg
 


그래서 필자는 매일 똑같이 한탄한다. 안 그래도 충분히 복잡한 세상을 나는 더 복잡하게 살려고 하는 것 같아. 사는 게 힘들다, 힘들어. 그리고 가족들은 필자에게 항상 똑같은 위로를 건넨다. 다들 그래, 뭐든 열심히 사는 거는 좋은 거야.


통화를 마무리한 후, 다시 길을 걸으며 가만히 생각해본다. 내 옆에 사람들, 내가 부러워하는 생명체들, 그들도 속으로 함께 복세편살이라더니 왜 나는 그렇게 살지 못하나 중얼거리고 있을지 모른다고. 아마 이 모든 것이 복잡한 세상에서 복잡하게 살면서 편하게 생각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강지예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7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