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지금, 여기의 독립예술 -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19

글 입력 2019.07.20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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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의 독립예술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19

참가작품을 통해 읽는 경향 분석



글 - 프린지페스티벌 사무국



독립예술은 예술가들의 자발적인 목소리를 통해 대안적 환경을 만드는 것으로부터 시작했다. 독립의 뜻에서도 말하듯이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하고, 다양한 주체적 활동이 있음을 암시한다. 이는 예술환경의 기초를 되는 발판이자 신진예술가들의 진입을 의미한다. 따라서 지금의 독립예술 작품을 읽어내는 것은 이 시대를 들여다보는 일이자, 내일의 예술계를 넘겨보는 의미가 될 것이다.


1998년 독립예술제를 모태로 올해 22번째 축제를 맞이하는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은 작품의 선별이 없는 자유참가를 가장 큰 특징으로 하고 있다. 자유참가원칙은 예술가들의 자발성을 담보로 새로운 시도를 장려하는 힘이 된다. 이는 곧 지금의 독립예술가들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가장 잘 보여주는 플랫폼으로 기능하게 해왔다. 오는 8월 15일부터 24일까지 10일간 진행되는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19(이하 프린지)의 자유참가작을 살펴보면 현재의 독립예술 환경을 읽어보는 자리를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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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프린지페스티벌2018 공연사진




홍대 앞 클럽의 쇠락과 버스킹, 유튜브의 시대



동교동의 복합문화공간 살롱 바다비에는 꽤 오랫동안 '바다비네버다이'라는 문구가 붙어있었다. 이는 역설적으로 살롱 바다비라는 공간이 위기에 처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보증금은 2배, 월세는 3배가 오르며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말이 한창 오르내릴 때였다. 살롱바다비는 결국 2015년 문을 닫았으며, 씨클라우드, 클럽 롸일락, 오뙤르에 이어 최근에 문을 닫은 복합문화공간 '한잔의 룰루랄라'까지 인디뮤지션들의 등용문 역할을 하던 공간들은 사라져왔다. 클럽과의 제휴를 통해 '고성방가' 섹션을 운영하던 서울프린지페스티벌 역시 상암동으로 장소를 옮겼다. 홍대 앞이 상업화되고 거대화되는 사이, 그 많던 밴드맨들은 어디로 갔을까?


결성 9년 차 밴드인 '프렌치프라이'는 모던펑크 밴드지만 어쿠스틱 버스킹용 장비와 이에 맞는 편곡을 갖췄다. 클럽에서 '주말 밴드'가 되어도 더는 새로운 관객을 만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나름의 돌파구였다. 이러한 흐름은 낙원상가에서 더욱 크게 느껴진다. 대부분의 악기점에서 롤랜드 사의 큐브스트릿을 필두로 출시된 버스킹용 앰프를 매대의 가장 앞자리에 비치하고 있다. 음악가들이 무대를 찾아다니는 대신 스스로 무대를 만드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음악계 전반의 구조에서도 기인한다. 음반 판매와 공연이 주요 수익 모델이 되지 못하는 대신 '행사 섭외'가 주 수입원이 된 시장에서, 버스킹과 유튜브 채널은 인디 뮤지션들의 필수 사항이 되었다. 버스킹은 공연을 보여주고 새로운 관객을 만날 수 있는 창구가 되며, 이 라이브 영상을 아카이빙하는 유튜브 채널이 행사로 연결되어 밴드의 생존과 직결되는 것이다.


<쉬고 싶어서 하는 공연>을 올리는 싱어송라이터 '유애포'는 대구에 직접 유튜브/팟캐스트 스튜디오를 차렸다. 작업실의 확장이자 지역의 후배들을 지원하는 그만의 방법이다. 올해 처음 프린지에 참여한 팝페라 가수 '오션' 역시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브이로그를 연재하는 중이며, 밴드 '바이널프리저베이션' 역시 음반을 발매하는 대신 데모 음원을 유튜브에 업로드하고 있다.




더 일상적이고 다양해지는 페미니즘



페미니즘과 젠더 이슈는 몇 년째 예술계의 가장 주요한 주제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미투 운동 이후 연극계의 반성적 목소리인 동시에, 사회 전반의 성차별적 문화에 대한 고발의 형태를 띄어왔다. 올해 프린지 참가작 중 가장 많이 호명된 주제 역시 페미니즘이다. 특히 보다 세분화된 소재들이 눈에 띄는데, 일상적이고 개인적인 사건들을 사회적 맥락에서 읽는 시선은 여성주의 내에서 래디컬 페미니즘의 강세를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프로젝트그룹 원다원'과 '토파앤다아'는 연애라는 사적 영역에서의 폭력을 사회적 맥락에서 읽어낸다. 작품의 주의사항으로 "가스라이팅, 자해에 대한 언급, 협박, 사이버불링, 동의받지 않은 스킨쉽 등 연애 과정에서 가능한 모든 종류의 폭력이 등장합니다."라는 글을 남기기도 하였다. 여성으로서 맞닥뜨리는 소문을 모아 스탠드업코미디의 형식으로 비트는 '씨베리안 탠저린' 역시 일상 속 다양한 층위의 젠더 기반 폭력을 세세하게 명명함으로써 드러내는 작품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남성 서사를 여성 서사로 새롭게 읽는 작업 역시 활발하다. '창작집단 지친사람들'은 남성 영화 속 여성 피해자로 소비되던 장면을 다르게 조명하여 여성의 목소리로 풀어낸다. '샥티댄스 무브먼트'는 까딱, 플라멩고 등의 무용을 통해, 인도 전통 신화인 <라마야나> 속 남성의 영웅 서사를 여성의 수난 서사로 재해석한다.


다양한 생애주기 속 여성 목소리를 볼 수 있는 것 역시 주요한 특징 중 하나다. '이한솔'의 <아기라는 생명체>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 속에서 육아에 대해 다룬다. '극단 현'은 4~50대 여성들이 자신의 몸을 탐구하는 움직임극을 통해 중년 여성들이 자신의 몸을 탐구하고 긍정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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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프린지페스티벌2018 공연사진




공동창작 혹은 1인 창작의 강세



참여 계기, 작품 주제에 이어 창작 방식에서의 가장 큰 경향은 공동창작과 1인 창작 작품의 확대를 꼽을 수 있다. 이는 90년대부터 이어온, 희곡의 문학성 중심에서 무대에서의 연극성 중심으로의 변화에 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포스트드라마 작업에서 배우는 연출가의 매개로 기능하기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행위하는 창작자로 재역할한다. 뉴다큐멘터리 연극의 강세 역시 이러한 경향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배우가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표현하는 작업은 공동창작의 기반이 되기도, 그 자체로 1인 창작의 형식이 되기도 한다. 작고(作故) 작가와의 공동 창작을 표방하는 '매머드머메이드'는 수년째 프린지를 통해 관객들과 만나고 있으며, 내향적 관심종자로서의 삶을 고백하는 '안유선', 낭독 중심의 공연을 펼치는 '박혜랑' 역시 자기 서사에 기반을 둔 1인 창작 형태라고 할 수 있다. '토파앤다아' 역시 이런 형태의 1인극 2개와 설치작업을 엮어 공연을 만드는데, 공동창작과 1인 창작의 경계에 있는 작품으로서 그 경계가 묘하게 연결되어있음을 보여준다.


'자유표현집단 20도씨'와 '공동창작집단 툭치다'는 팀명에서부터 공동창작의 방법을 강조한다. 연출과 배우의 역할 구분이 옅은 구조를 통해 수년째 서울프린지페스티벌과 함께하고 있는 팀들이다. '프로젝트 오늘내일'은 보다 새로운 방식의 팀으로, 작품의 장르적 형태보다 주제에 대한 공감을 우선으로 모인 작가들의 콜렉티브 형식으로 작업을 펼친다. 연출이 준 역할을 수행하는 것 넘어 예술가 개인의 즉흥적 해석에 집중하는 '아해프로젝트', 23명의 예술가와 기획자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 '서클리안23'역시 이러한 연극적 방법론의 다원적 확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팀 내의 합의 과정은 공동창작을 추구하는 예술단체에게 중요한 지점이 된다. 연출의 권위와 추진력으로 조직이 구성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것은 기존의 창작환경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지점으로, 실제로 프린지 참여팀 가운데 자치 규약을 만들어서 배포하고 운영하는 팀이 늘어난 것을 볼 수 있었다. 또한 관습적인 역할 바깥으로 달리는 창작과정을 거치는 만큼 작업별로 크레딧을 창작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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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프린지페스티벌2018 공연사진




공간을 다시 읽고, 공간으로 다시 읽히기



작품을 보여주는 방법에서의 도드라지는 특징은 공간에 대한 실험이다. 프린지는 5년 동안 머물러온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문화비축기지로 옮겨오면서, 기존의 방식과는 다른 새로운 방법으로 공간을 읽어내는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장소가 가지고 있는 맥락을 빌어 작품의 내용을 전달하는 예술계의 흐름과도 맞닿아있다. 프로시니엄 무대에 연극적인 장치를 설치하는 방법에서 벗어나, 어떤 공간이 가지고 있던 배경, 기억, 기능을 작품 안으로 끌어들여 메시지를 더욱 강화하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 각 지자체에서 거리예술축제를 신설하여 공공공간에서의 예술이 떠올라 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플랫폼이 늘어난 것 역시 이러한 흐름 가운데에 있다.


극단 파랑곰의 대표에서 1인 창작자로 참여한 '박웅'은 실제 대기실 공간에서 공연을 펼친다. 무대를 앞둔 햄릿이 대기실에서 고뇌하는 장면을 위해 장소의 맥락을 빌려 보여주는 것이다. '극단 52Hz'는 정돈되지 않은 옥상 공간을 옥탑방으로 만들어 <옥탑무덤>이라는 작품을 올릴 예정이다. '공연집단 우주콜라주'의 경우 객석과 무대의 경계가 없는 이머시브 시어터(immersive theatre)를 표방하며, 문화비축기지의 탱크 공간과 기존 콘크리트 옹벽 사이의 길을 적극적으로 공연에 활용한다. '창작집단 강패밀리'는 원테이블 레스토랑 컨셉의 구현을 위해 실제 영업 중인 카페에서 공연을 펼쳐 그 장소적 맥락을 그대로 가져오고, '디탄츠'는 카페에서 벌어지는 대화 속 루머에 대해 다루기 위해 카페의 통유리창 옆 공간을 선택했다.


공간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제작된 공연 역시 주목할 만하다. '콜렉티브 뒹굴'은 화장실 앞 공터에서 뒹굴며 그 장소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를 모아서 작업한다. 안무가 '박정은'의 <이 (있 다 가 없) 다> 역시 공간을 비롯한 환경과의 교감을 즉흥적으로 춤에 녹여낸다. '로비.324'의 공연 <도서관이 살아있다> 역시 문화비축기지 내의 독서 및 휴식공간으로 조성된 라운지에서 영감을 받아 창작을 시작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한 공간을 다른 방식으로 해석하는 작품들은 관객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준다. '우주마인드프로젝트'는 천장이 뚫려있고 콘크리트로 사방이 막힌 원형 공간을 미래도시로 설정하여 발표하는 반면, '창작집단 여기에 있다'는 같은 공간을 통조림 같은 공간으로 해석하여, 부패하지 않으려 애쓰는 연극계를 상징하는 의미로 장소를 활용한다. 이렇듯 예술가들은 공간의 성질을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그 공간을 통해 관객이 작품을 다시 읽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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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비축기지




젊은 예술가들을 위해



예술계와 예술가에 대해 말하는 작품이 많은 것 역시 올해 프린지의 큰 경향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이 젊은 예술가들을 위한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인 동시에 독립예술가들이 당사자성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18에 참여한 예술가들의 삶을 다루는 다큐멘터리 영화 <베짱이는 없다>를 상영하는 '파바리키키'와, 다양한 예술가의 사연들로 노래로 만들어 함께 부르는 '김민수'는 직접적인 형태로 예술가로서의 삶에 대해 말한다. 작업 과정에서 느끼는 딜레마에 대한 작업 역시 눈에 띄는데, '미국연극 리메이크'는 공연 과정 자체가 한 작품을 관객들과 함께 공동검열, 공동폐기하는 과정이다. '가상의 대학극회'팀은 대학 극회라는 단위에서 연극을 하며 생기는 공적 합의 과정을 공연 후 뒤풀이 상황을 빌어 표현한다. '수작' 등 동시대 예술계의 이슈들에 대해 보다 진지하게 다루는 작품 역시 볼 수 있다.


청년으로서의 삶에 대해 다루는 세대론적인 작품 역시 돋보이는 경향이다. '느리게걷기X14스쿼드'는 배우들과 음악가들이 공연을 준비하는 상황을 배경으로 한 음악극으로 젊은 예술가로서의 고민이 묻어난다. '유산균 프로젝트'는 <봉투 20원인데 필요하세요?>란 작품을 통해 20대로서 느끼는 공허함을 비닐이라는 오브제로 표현한다. '극단 공백'과 '너드', '소동' 역시 20대라서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작품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19은 올해 '예술적 일탈을 상상하다! 예술아지트 : 프린지'라는 주제로 진행된다. 독립예술계의 흐름 가운데에서 예술가가 모이는 플랫폼으로서의 이미지와, 아지트로 상징되는 은밀하고 기발한 예술적 경험을 할 수 있는 장소를 의미한다. 문화비축기지로 보금자리를 옮긴 만큼, 문화가 비축되고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이 모여 예술적 상상력을 발산하는 장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19_공식포스터.jpg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19
- SEOUL FRINGE FESTIVAL 2019 -


일자 : 2019.08.15 ~ 2019.08.24

프로그램 시간
평일 16:00 ~ 22:00
주말 15:00 ~ 22:00
(티켓부스 오픈: 평일 15시 / 공휴일, 주말 1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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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티벌 입장은 프로그램 시작
1시간 전부터 가능합니다.

장소 : 문화비축기지

티켓가격
1일권 30,000원

주최
프린지페스티벌 사무국
서울프린지네트워크

후원
마포구
서울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화비축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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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용 방석(의자)을 지참해오시면,
더욱 편하게 공연을 즐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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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예약이 필요한 공연이 있습니다.
당일 현장의 공연장소에서
공연 1시간 30분 전부터 예약이 가능하니
예약 후 관람해주세요.





[박형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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