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정답만을 좇는 우리, 잘하고 있는 것일까 - 미스 홍, 그림으로 자기를 찾아가다

예술가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그것도 아주 잘 보이게- 표현하는 사람이다.
글 입력 2019.07.20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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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정답과 짜여진 길을 추구한다. 정답에서 벗어난 순간, 우리는 불안과 무력감을 느끼곤 한다. 이 책은 삶을 살아감에 있어서 ‘정답’만이 ‘답’은 아니라는 것, 때로는 자신의 내면의 소리, 나의 ‘떨림’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우리에게 일깨운다.


어느 날 갑자기 알 수 없는 무력감에 휩싸여 미술을 배우러 온 ‘미스 홍’과 ‘김 선생님’의 대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미스 홍은 알쏭달쏭한 김 선생님의 가르침 아래 그림을 그리며 점점 자신의 내면을 회복해가는 모습을 보인다.


미스 홍이 받는 그림 수업은 ‘선 긋기’로부터 시작한다. 가로선, 세로선, 회오리 등을 그리며 각 선을 그냥 그리는 게 아니라, 어떤 선을 그을 때 어떤 느낌이 드는지에 대하여 집중한다. 다른 형태의 선들을 그리면 미묘하게 다른 느낌이 드는데, 책에서는 가로선은 안정, 세로선은 도전 욕구 등의 형태로 이를 설명한다.


선 긋기를 다 하면 ‘색’에 대한 공부로 넘어간다. 본격적으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그림을 그리는 대목이 시작된다. 현대미술의 ‘정답이 없다’는 특징은 독자, 그리고 미스 홍으로 하여금 상당한 자유를 선사한다. ‘나의 오늘은 무슨 색일까?’를 표현하는 대목에서는 분홍색, 녹색, 보라색을 고른 미스 홍의 작품을 보며 ‘나의 오늘은 무슨 색일까, 나는 나의 오늘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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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주요한 예시로 등장한

마크 로스코의 작품 중 하나



색 공부를 넘어서 대상을 그리며, 더욱 ‘정답’이 아니라 ‘사물과 나의 만남’, ‘내가 세상을 보는 시각’을 생각해 보게 된다. 이전까지 단순히 자신과 관련된 추상적인 것을 표현하는 것에서 구체적 대상의 묘사로 들어오니, 미스 홍은 어떻게 하면 최대한 대상과 닮게 그릴지 고민한다.


그러나 김 선생님의 답변은 다음과 같다. ‘홍이 그리려는 것은 나의 그림을 그리려는 거지, 밖의 것과 똑같이 그리는 것이 아니야. 밖에 있는 대상은 사실 나의 그림을 그리기 위한 매개일 뿐이잖아. 나의 그림이라는 것은 내가 담겨져 있는 것이고, 나를 알아간다는 것은 내가 세상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알아가는 거지.’


나뭇잎, 화분 등의 대상에서 보다 구체적인 감정이 투영될 수 있는 인물 그리기 파트는 더욱 흥미롭다. 미스 홍은 익히 알려진 ‘명화’들에서 구도를 배우게 된다. 구도는 화가가 전달하는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화가가 대상을 관찰하고, 구도를 생각하여 화폭 위에 옮겨놓을 때까지의 화가가 대상을 바라보는 방법이 구도에 고스란히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자신의 초상화를 그릴 때도 적용이 된다. 본인 얼굴의 특정 부위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자화상을 그릴 때 묘사가 달라진다. 즉 거울 또는 사진 속 인물에 대한 자신만의 감정, 떨림이 그림에 나타나는 것이다. 그렇기에 인물 그리기, 특히 자화상은 본인을 대면하는 그림이라 할 수 있다.


*


위와 같은 방식으로 공간, 나의 몸짓에도 현대미술의 사고 방식을 투영하여 미스 홍과 김 선생님은 그림 수업을 진행해 나간다. 책의 말미에 이르면 독자는 ‘미술 치료’를 받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근대 이전의 미술 작품들은 어떻게 하면 더 눈에 보이는 그대로 그릴까, 객관적인 시선에서 그릴까에 대한 논의의 산물이라면, 현대 미술은 작가가 세상과 만나는 본인 내면의 소리를 작품에 담는다.


현대 미술의 수용자 또한 획일화된 분석의 틀이 아닌, 화폭에 담긴 작가의 표현을 이해해 보는 감상 방식을 취한다. 이제 더 이상 ‘정답’만이 ‘답’은 아니다. 사회가 말하는 정답과 획일화되어가는 삶의 방식에 의문이 든 독자라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책을 읽고 본인 내면의 감정을 더 소중히 여길 수 있게 되기를, 강력히 소망한다.



그림으로 나를 찾아가다(표지)-인쇄판4.jpg
 


[황혜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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