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신의 컬쳐에세이 - 대관령

글 입력 2014.08.11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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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8    7 

 

흐르는  음악처럼

 

대관령은 생각보다 가까웠다

고속길 덕분인가

미국의 오랜 삶에 긴 운행이 익숙해져 실제보다 가까이 느껴진 걸까

 
뉴욕주 시라큐스에서 조금 더 북쪽으로 가면 오대호 바로 앞 오스위고 Oswego 에 뉴욕주립대 SUNY 가 있다.  거기에 살 적엔 아직 미국에 김치가 없던 시절이었는데 배추도 없어 양배추로 김치를 담가 먹었고 냉면이 당기면 7시간도 더 달려가 맨하탄의 우래옥을 찾았다.  언젠가 석유 파동이 한창일 때엔 뉴욕 가는 도로선상 주유소에서 긴 줄에 하염없이 서있기도 했었다

 
가까워진 대관령을 달리며 그 생각이 났다
강원도 하면 정선 아리랑, 휴가에 가는 곳 정도가 떠오르는데 그렇기에 그런 무색 무취 순수한 배경에 국제 음악제가 어울리겠다는 생각을 한다

 
정명화 정경화가 예술감독으로 있는 제 11회 대관령 국제음악제가 그 곳에서 열렸다
강원도가 용평 바로 옆에 알펜시아 Alpensia 스키장과 리조트를 짓고 거기에 콘서트 홀과 미국의 아스펜식 뮤직 텐트를 몇 해 전에 지었다

 
뉴욕의 탱글우드와 콜로라도 로키산 고지의 아스펜, 일본의 가루이자와, 나가노가 떠올랐고 잘 아는 분들이 지금 짤즈부르그 음악제에 가 있는 생각이 났지만, 우리도 음악제에 이만한 콘서트 홀을 가지고 있다면 그리 꿇리지는 않겠는데 라고 생각하며 어깨를 좍 펴고 입장을 했다
 

음악제 상임고문이며 정명화 감독의 남편인 구삼열 선생과 외교부 장관을 지낸 김성환 국제음악제 이사장이 반갑게 맞는다
서울에서 서로 잘 못보던 익숙한 얼굴들도 보인다
첫 날부터 12회 공연을 다 본다고 했다.  먼 나라 짐 끌고 갈 것 없이 시원한 대관령 기온과 공기에 매일 정상급 콘서트를 보니 이보다 좋을 순 없다고 했다


'O Sole MIo' 의 타이틀로 시작된 이 여름 음악제엔 마스터 클래스 개인교습 등의 교육 프로그램, 거장의 삶과 음악 이야기를 듣는 아티스트와의 대화와 공연이 펼쳐진다.  음악제의 하이라이트인 '저명 연주자 시리즈'엔 젊은 영재들과 세계에서 초빙되어 온 이름있는 연주가들이 등장한다


감동의 중국 첼리스트 지안 왕,  스베틀린 루세브 바이올린, 런던 필하모닉 비올라 수석인 폴 실버손, 이스라엘의 샤론 베잘리 플루트, 일본의 미치노리 분야 베이스, 손열음 김태형 피아노, 팔순의 노련한 피아니스트 피터 프랭클이 눈에 띈다


그들의 특징은 하나 같이 손놀림에 힘이 안들어 보이며 부드러움과 자연스러움에서 울림의 깊이와 세련됨이 배어 나온다는 것이다. 그 성숙함이 우리를 편안하게 한다
그러기까지의 피나는 노력과 좋은 연주의 3 대 비결인 practice, practice, practice 를 상상해 본다.  많은 걸 포기하고 희생한 역사가 거기에 있을 것이다


얼마 전 본 영화  '마지막 4 중주' 생각이 났다
혼자서 할 수 없는 악기에 팀이 필요하고 그 조화의 음악 뒤에 가려진 사랑과 갈등과 모순과 삶이 있었다

 
정명화 정경화는 이번 음악제의 관객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정명화의 성숙됨은 편안했고 그 무르익음의 톤은 젊은 연주자가 따를 수 없는 거였다.  정경화 소리의 매력과 멋진 몸짓은 청중의 마음을 홀렸다
오베이숀 끈질긴 박수에 마침내 앙콜도 끌어내었다


언제적 정명화 경화인가.  이제 그들은 70 안팎이 되었다
정명화 감독 말이 아마도 자신이 세계 최고령 첼리스트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들의 열정은 줄지 않았다


60년대 어린 나는 이화여중에 입학했고 16 과목에 전교 1등을 했다  
그러나 신앙 교육과 함께, 생긴지 얼마 안된 서울 예고도 거기에 있었고, 공부를 압박하기보다 자신의 개성과 재능을 한껏 살리어 뻗쳐 나가라는 분위기였다
그 대표 예가 당시 미국에 이미 가있는 정명화 경화였다
보지도 못한 그 선배의 예를 들으며 우리는 각자의 재능을 개발해 갔다


어머니 이원숙여사의 교육열도 잘 알려진 이야기이다
11살의 큰 딸에게 너는 노래를 좋아하니 첼로가 좋겠고 너는 바이올린, 너는 피아노 라고 악기까지 일일이 다 정해 주었다 
서울에서 고려정이라는 식당을 하며 가르쳤고 외싱톤에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도 한국 식당을 하며 손이 모자라 어린 정명훈이 주방에서 돕다 지금까지 요리하길 좋아하며 음악이 아니었다면 요리사가 되었을 것이라는 말도 알려져 있다


그 어머닐 처음 만난 게 1980년 여름이었다
오스위고에서 1시간을 달려 시라큐스 교회를 갔는데 시라큐스 대학 병원에 인턴을 하던 막내 아들을 보러 거기에 가끔 오셨고 예배가 다하면 미국에서의 내 첫 차인 빨간 피아트에 모시고 달렸었다
앞자리에 돐이 채 안된 내 아들 앤드루를 무릎 위에 안고 계셨다
거기엔 바다 같은 오대호 온타리오 호수도 있지만 초록빛 수많은 호수와 폭포가 있고 강과 내가 있었다. 시원한 내에 발을 담그고 여덟달을 눈이 오는 그 곳의 짧으나 눈부신 여름날을 우리는 누렸다

 
자녀 기른 이야기며 음악 이야기를 하다가는 요즘 젊은이들이 빠른 음악에 심취해 클래식을 약간 졸려하기도 한다고 했더니 목소리 톤이 바뀌며 경화 바이올린을 들으면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한 것이 기억에 있다


그 자매를 보면 그 어머니의 30 여년 전 표정과 목소리가 앤드루를 꼭 껴안은 모습과 함께 또렷하게 떠오른다.  그리고 그것을 그들에게서 본다


그 열정적인 연주를 듣고 보다 잠시 두 눈을 감으면 한 여름날의 그 장면이 영화처럼 흐른다.  물결치는 바다 같이 큰 호수와  비치 빛 에메랄드 빛, 아름다운 호수에 신神의 손가락처럼 스치는 바람결 소리,  내 젊은 날의 집 앞 오스위고 강줄기,  그 바위 틈으로 흐르던 물소리가 귓가에 겹쳐 온다



2.png▲ 대관령 국제음악제 - music tent 2014 8 1

3.png▲ Great Mountains Music Festival - tent 2014 8 3

4.png▲ 대관령 국제음악제의 quartet - concert hall 2014 8 3

5.png▲ 정경화감독은 시인이 소원이라고 했다 - 2014 8 4

6.png▲ pianist 손열음은 글도 잘 쓴다 - 2014 8 4 대관령 finale par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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