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세계

글 입력 2014.08.14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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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다니던 시절을 떠올린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매미가 시끄럽게 우는 여름이 처음으로 떠오르고 방학 직전 달뜬 아이들이 떠오른다. 방학을 지나고 가을이 되면 학교의 공기는 낯설어져 있다. 매미는 모두 가벼워져 떨어졌다. 매미가 잠들었던 자리에 낙엽이 굴러다니고 있다. 거추장스러운 실내화 가방은 책상 옆에 걸어놓고 친구들과는 어색한 미소를 주고 받고, 괜히 짓궂은 장난을 건다. 준비물이 필요해 문방구에 가면 어김없이 스티커 한장, 색종이 한 뭉치를 쓸데 없이 사온다. 알록달록한 무제 공책도 한번 들춰보고, 원색의 시계나 악세사리들을 만지작 거리다가 사오는 것은 학종이 같은 것들.


 문방구 옆에 있는 동네방네 분식이나 또또 떡볶이 같은 곳에서 피카츄 돈까스를 사들고 입가에 양념을 다 묻히고 먹는다. 아이들은 분식 앞 게임기에 목욕탕 의자를 두고 앉아 스노우 브라더스나 비행기 게임, 철권에 열을 올린다. 만화방도 지나고 계란 가게도 지나서 집에 간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밤을 깐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밤을 수북이 까는 동안 불도 안 켜고 동생과 엎드려 스케치북 가득 그림을 그리다가 지루해지면 학을 접고 비행기를 접고 개구리를 접는다. 접고 접고 접을수록 세상은 넓어지고 그럴수록 나는 또 접는다. 집안 곳곳 장식장이나 식탁에 스티커를 붙이면 와글와글, 복작복작한 기분이 들고 더는 외롭지 않다. 하지만 다음날이 되면 새로운 스티커를 사고, 새로운 그림을 그리고, 종이를 새로 접으며. 그랬던 시절. 그리운 시절을 그립게 보냈다.




[김인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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