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아리아스 로메로 스페인 대사

글 입력 2014.09.22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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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Luis Arias Romero

루이스 아리아스 로메로 스페인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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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대한 유라시아 대륙의 서쪽 끝, 이베리아반도에 자리 잡고 있는 스페인은 이 대륙의 동쪽 끝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그 머나먼 거리만큼이나 낯선 나라다. 한국인들에게 스페인에 대한 인상은 눈부신 태양과 ‘투우’와 ‘플라멩코’로 대표되는 정열의 나라, 돈키호테를 창조한 작가 ‘세르반테스’와  20세기 최고의 화가 ‘파블로 피카소’를 배출한 문화대국이 아닌가 싶다.

 
     지난 5월말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한 스페인대사관에서 루이스 아리아스 로메로 대사(64)를 만났다. 휴스턴, 몬트리올, 브뤼셀 총영사와 필리핀대사를 거쳐 2011년 한국에 부임한 로메로 대사는 “동아시아 근무는 처음이어서 그런지 처음 부임했을 때 한국의 모든 것이 새롭고 매력적이었다. 그런데 3년이 지난 지금도 한국은 여전히 참신하고 매력적이다. 문화적 차이를 쉽게 극복할 수 있게 해주는 한국인들의 열린 사고와 몸에 밴 배려와 친절 덕분이다. 외교관들 사이에서 한국은 계속 살고 싶은 나라 1순위로 꼽힌다”고 말문을 열었다.



 -한국인들에게 스페인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이미지가 투우와 플라멩코입니다. 각각의 유래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투우와 플라멩코의 발상지는 스페인 최남단의 안달루시아 지방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스페인사람들의 인생철학이 담긴 투우는 목축과 농업의 풍요를 기원하면서 황소를 신에게 제물로 바치는 의식에서 비롯되었습니다. 17세기 말까지는 귀족들의 구경거리로 궁정에서 열리다가 18세기 초부터 현재와 같이 일반인이 즐기는 대중적인 행사로 자리 잡았지요. 현재 투우는 스페인 본토는 물론 콜롬비아·에콰도르·베네수엘라·멕시코·페루 같은 중남미 국가에서 활발하게 열리고 있습니다. 300년 동안 스페인 통치를 받았던 멕시코의 경우 200여 개의 주 경기장과 500여 개의 임시 경기장이 있을 정도로 투우에 대한 열기가 뜨겁습니다. 멕시코시티에 있는 토로스 멕시코 광장은 5만 명을 수용하는 세계 최대의 투우 경기장으로 꼽힐 정도입니다.

    플라멩코는 인도 북부에서 기원해 유럽을 거쳐 스페인 남부에 뿌리를 내린 방랑민족 집시가 자신들의 삶의 애환을 담은 민속음악과 무용에 무어인들의 이슬람 음악과 춤사위를 더해 새롭게 탄생시킨 춤입니다. 플라멩코는 전 세계로 확산되어 이제는 유럽 아시아 등 기타 지역에서 라틴댄스 경연대회와 동호회 활동을 통해 플라멩코를 즐기는 인구가 스페인 본토보다 훨씬 더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은 스페인을 제외하고 플라멩코 동호인 숫자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입니다. 한국도 10여개의 플라멩코 동호회가 활발하게 활동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사4.jpg▲ 안달루시아 지방 집시들에게서 만들어진 플라멩고

  

 -스페인은 세계 문화사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긴 많은 거장들을 배출했습니다. 클래식 쪽에는 ‘3 테너’ 중 플라시도 도밍고와 호세 카레라스가 스페인 출신이고 전설적인 소프라노 몽세라 카바예도 있지요. 문학의 세르반테스, 미술 쪽에는 파블로 피카소와 후안 미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가 있으며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과 구엘 공원을 남긴 천재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스페인이 이처럼 풍요로운 문화를 꽃피울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인지요?  
 

    “지중해 중심의 고대 세계사에서 이베리아 반도는 ‘세상의 끝’이었습니다. 하지만 근대로 접어들면서 스페인은 대서양을 개척하고 아메리카 대륙으로 진출해 세계의 중심국가로 화려하게 등장하게 됩니다. 유럽으로 연결되는 통로는 해발 2000m의 피레네 산맥이 병풍처럼 가로막고 있어 스페인은 유럽이면서도 유럽보다는 15km 폭의 바다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북아프리카와 더욱 밀접한 관계를 가져왔고 유럽의 기독교 문명과 북아프리카 이슬람 문명 사이의 완충 역할을 해왔습니다.

    특히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은 세계사적으로 유래가 없을 정도로 많은 이민족의 침략과 지배를 받은 탓에 문화의 충돌과 융합이 되풀이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문화적 혼종성과 이질성이 매혹적이고도 다채로운 예술적 결과물들을 낳는 토양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로메로 대사는 “알함브라 궁전과 요새, 들소벽화가 그려진 알타미라 동굴, 코르도바 역사지구, 톨레도 구시가지와 살라망카 구도시 등 스페인에는 자연유산 3곳을 포함해 모두 42곳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고 말했다.



-한국과 스페인의 인적 교류 현황은 어떻습니까?


    “현재 한국에는 의류업체 자라(ZARA)를 비롯한 30~40개 스페인회사의 주재원, 가톨릭 성직자와 수도자, 스페인어 교사, 유학생 등 500여 명의 스페인사람들이 살고 있는데 이중 100명 정도가 스페인어교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한편 스페인에는 4천여 명의 한국인들이 살고 있는데 이중 3000여 명은 유학생과 삼성 LG 현대 기아 한진 등 대기업 주재원, 교민들이며 나머지 1000여명은 원양어업 중계항인 대서양의 스페인령 카나리아제도의 라스팔마스에서 수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스페인어 교사로 한국에 파견된 스페인 사람들이 100명이나 된다니 뜻밖입니다. 한국인들의 스페인어 학습 열기가 뜨거운 편인가요? 


    “그렇습니다. 스페인어 능력 검정시험에 매년 3000명의 한국학생들이 응시하고 있는데 이는 스페인어교육을 중시하는 중국이나 일본, 인도보다도 많은 숫자입니다. 세계스페인어로 말하기대회에서 한국학생이 두 번이나 우승했고 한국에는 중국이나 일본보다 더 많은 스페인어 연구자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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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메로대사는 자신의 재임중에 세르반테스 문화원을 서울에 개원하는 것이 꿈이라고 강조했다. 스페인의 대문호 미겔 데 세르반테스(1547-1616)의 이름을 딴 세르반테스 문화원은 전 세계에 스페인어의 보급과 교육을 위해 1991년 설립됐으며 지금까지 전 세계 23개국에 36곳이 설립됐다. 



- 스페인은 세계적인 관광대국입니다. 많은 한국 사람들이 이국적인 풍광과 문화유산을 보기 위해 스페인을 찾고 있는데 한국 사람들에게 특별히 소개하고 싶은 관광지가 있는지요?


    “지난해 6천만 명의 관광객이 스페인을 방문했는데 이중 16만 명이 한국인이었습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성당이 있는 바르셀로나, 프라도미술관이 있는 마드리드, 알함브라궁전과 요새가 있는 그라나다와 세비야 등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관광지입니다. 그런데 브라질 작가 코엘료의 ‘순례자’ 등 ‘산티아고 순례길’에 관한 책들이 소개되면서 얼마 전부터 가톨릭 신자들 사이에 유명했던 이 길이 자아를 찾고 내면의 행복을 추구하려는 한국의 일반인들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프랑스 남서부의 생 장 피에 드 포르에서 시작해 예수의 12사도 중 첫 번째 순교자 야고보(스페인어로 산티아고)의 무덤이 있는 스페인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총 800㎞에 이르는 긴 순례길이지요. 바르셀로나에서 비행기로 20분 거리에 있는 마요르카섬은 ‘지중해의 하와이’로 불리는 유럽의 대표적인 관광지인데 아직 한국인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국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곳입니다.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 선생이 1946년 정착해 교향악단을 설립하고 생을 마감한 곳이거든요. 안선생의 기념비와 그의 이름을 딴 거리, 그가 가족과 함께 살았던 집이 보존되어 있습니다”

대사1.jpg▲ 산티아고 순례길(출처:한국경제)



    로메로대사는 스페인과 한국은 “같은 반도 국가이며 독재에서 자유민주주의로의 전환에 성공하였고 비슷한 시기에 경제적 성취를 이룩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어 앞으로 더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이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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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세원 

가톨릭대 교수(비교문화경영) 
현 외교부 의전자문위원, 자체평가위원
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
현 해군 발전자문위원
고려대 국제대학원 국제통상학박사 
동아일보 기자. 파리주재 유럽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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