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신의 컬쳐에세이 - 이해인시인

글 입력 2014.10.28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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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시집과 信心 詩心의 글귀와 꽃과  詩人                                                            2014   10  19 

 

시인의 선물
 

 
대한민국에 시집이 5백만권 너머 팔린 시인이 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이 척박한 땅에 ~ 
스타 시인 이해인 클라우디아 수녀의 이야기이다


투병을 심히 하고 계신 분을 일부러라도 기차 타고 가 뵈었어야 했는데 부산영화제에 가서도 수많은 팬의 관심과 팬 레터를 상상하며 폐를 끼치지 않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망서렸다. 지난 해 서울 돌아가는 길에 수녀원을 지나며 간절히 기도했고 문자를 드리니 다음엔 꼭 찾아 달라고 하셨기 때문이다


'손호연 시인의 집'에서 뵌지 족히 10년은 되었을 것이다
그간 어머니 시집을 원하시어 보내드렸고 나의 컬쳐에세이에 답을 보내주신다  
 

독자들과 국민에게 늘 위로와 힘을 주는 시를 건네 온 천사 같은 시인이 투병으로 고생하는데 만나면 나는 무어라고 말을 떼어야 하나


해운대에서 파스텔 빛의 꽃묶음과 시집을 들고 가는 길은 멀지 않았다
성 베네딕도 수녀원에 닿으니 민들레 방에서 기다리고 계셨다
시인의 문학 전시실이다 


뜰에서 딴 사랑스런 세송이 아기 백일홍을 들고 선 시인을 본 순간, 아 그 맑고 화안하던 얼굴빛이~ 라고 느끼며 얼싸 안는데, 그가 더 재빨리 아 주름이 생겼네요~ 라며 놀라워 한다


뜰에서 딴 빨간 석류 둘과 진한 향기의 허브, 일본 디자이너 하나에 모리의 핑크빛 면스카프를 나에게 내밀며 얼른 목에 두르라고 재촉을 한다
'트위터 교황님' 새로 낸 신간도 준비하셨다
물건도 생생히 살아있을 때 주는 거라고 법정스님이 말했다고 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다
서울의 어머니 시인의 집에서 연방 스티커를 꺼내 붙쳐주고 손수건을 꺼내고 자꾸 사랑을 마음을 주고 싶어하셨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어머니 생각이 난다. 그 사랑스런 센스가 내 어머닐 닮았다 
내가 진실로 그리워 하는 귀한 감각이다
 

오랜만에 만나 서로 속으로 놀란 것도 잠시, 30년 만에 본 여고 동창끼리 너 고대로다 하나도 안변했다 가 맞듯 우린 곧 고대로인 모습을 발견하며 신나게 수다를 떨었다
 

방명록에 한자 쓰라고 하시어 일순 생각하다 붓으로 信心 詩心 이라고 크게 쓰니 멋지다고 딱딱한 사각 일본 시키시에 다시 써달라고, 책꽃이에 전시하겠다고 하여 이거 일본 꺼지요? 하니 아니, 서울에서 샀다고 하며 당장 여기저기 전화를 하여 사는데를 알려 준다  
 

부탁도 안했는데 그 씩씩한 순발력에 놀라니 아니 내가 수녀회 총비서를 했는데요, 사람들은 알지도 못하고 시인이 넘 씩씩하다, 소녀 같이 얌전해야 하고 이슬만 먹고 사는지 아나봐, 방문한 기자든 누구든 어려워 하여 사진 찍지요, 먼저 하면 사진 찍는 거 좋아한다 밝힌다 신문나는 거 좋아한다 하니, 그저 편하게 해주려 먼저 말한 것 뿐인데,  본심을 몰라준다는 그 마음에 깊은 마음이 간다
 

어디선가 본, 그간 소녀적인 예쁜 시만 쓴다, 시대의 고통을  다루지 않는다 등의 비평에 이젠 암이 왔으니 고통과 아픔을 쓰게 되어 오히려 기쁘다, 비난하던 분들이 통쾌하게 생각할 것이다 라는 말이 떠올라 마음이 많이 아렸다
 

우리는 삶과 우리의 의식 수준을 이야기했고 문학을 예찬했다
 

그의 베스트 셀러 '민들레 영토'에서 따온 아마도 세계 수녀원에 유일한 문학 전시실일 민들레 방과 개인 사무실, 기념품 방을 두루 보이며 또 십자가 팔찌를 주신다. 이거 만원이예요, 수녀가 주면 사람들이 싸구련 줄 알까봐 값을 말하는 거예요  
시인의 말에 나는 웃었다
 

사무실에 아름답게 나온 시인의 사진이 있고 영정 사진으로 쓰려 한다는 말을 너무나 명랑하게 하여 마음이 다시 아려온다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이 더 오래 살던데요? 하니 그렇지요 라고도 했다
 

모태 신앙이어 감사를 했고 늘 죽음을 묵상하여 인간적인 마음이야 오죽하겠는가마는 죽음을 초월한 모습이다
인간일 뿐이라고 하지만 수 십년의 영성 훈련이 어디 가겠는가
수 십억의 책 로얄티를 수녀원에 다 바쳤고 사후에도 수녀원으로 간다고 유서를 썼다
 

만 7천여 평의 크고 평안한 수녀원 안, 공동체의 삶도 제각기 개성 있는 인간의 모임이겠지만 그 보기 드문 영성과 감성을 갖춘 수녀 시인이 투병하면서 단단히 마음 먹었을 그 꿋꿋함이 장해 보인다
 

다음 날도 또 기도하러 오라고 카톡이 왔다. 초청 받은 영화제 영화들을 봐줘야 하는데 기도 제목이 있어 다시 달려 갔다.  백 수십명의 새하얀 수녀복을 입은 오래된 성당 안의 기도 모임은 성스러웠고 절로 기도가 되어졌다
 

외출을 허락받아야 하는 저녁식사를 나는 극구 사양했다. 어둠이 내리는데 내 팔을 당기며 다음에 보려면 살아있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말에 다시 맘이 약해져 밖에서 곤드레 비빔밥 한그룻을 나누어 먹는데 시인을 알아보는 주인이 밥값을 받지 않는다
 

캄캄해지고 꽤 걸어 내려가 전두환 대통령의 어마어마하게 큰 별장 근처의 찻집을 들어가니 그 안에 '이해인 문학 코너'가 작게 꾸며져 있다
이영애 김희애 배우들 전화가 오고 어디서나 사랑 받는 시인이다
 

사람들이 자신에게 기대려 하고 위로받으려 하니 아프다는 말도 할 수가 없다고 한 말과 어떠한 고통에도 예수님의 십자가를 바라보는 것 밖에 다른 수가 없다고 한 수녀 시인의 그 맑고도 밝은 마음이 가슴을 적신다 
 

信心 詩心 두 글자를 수녀 시인에게 분명히 드렸는데 그 信心과 詩心을 선물로 받은 건 나였다



                     어느 날의 단상

                                               이해인

                     내 삶의 끝은 
                     언제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이루어질까
                     밤새 생각하다
                     잠이 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니
                     또 한 번 내가
                     살아있는 세상
                     아침이 열어준 문을 열고
                     사랑할 준비를 한다
 
                     죽음보다 강한 
                     사랑의 승리자가 되어
                     다시는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을 수 있는
                     용기를 구하면서
                     나는 크게 웃어 본다
 
                     밝게 노래하는 새처럼
                     가벼워진다

 
2.png▲ 성 베네딕도 수녀원 안의 이해인 수녀 시인의 민들레 글방 전시실

3.png▲ 만나자마자 건네받는 사랑스런 3송이 백일홍꽃과 허브 - 2014 10 3

4.png▲ 시인에게 받은 선물, 백일홍, 석류, 초록빛 행주, 십자가 팔찌, 하나에 모리 나비 스카프

5.png▲ 수녀원 근처 찻집의 '이해인 시인 코너'

6.png▲ 두 시인의 마음을 담은 시집 '교황님의 트위터' '삶에 어찌 꽃피는 봄날만이 ~' 와 석류 - 2014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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