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마드리드(Madrid) 마드리드 밤거리의 경쾌한 행진곡

글 입력 2014.04.04 15:06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스페인/ 마드리드(Madrid) 
마드리드 밤거리의 경쾌한 행진곡




정태남메인.JPG▲ 마드리드의 심장 푸에르타 델 솔 광장의 밤. 한가운데에 카를로스3세의 기마상이 보인다.



낮이든 밤이든 마드리드에서 가장 활기가 넘치는 곳은 ‘태양의 문’이라는 뜻의 푸에르타 델 솔(Puerta del Sol) 광장과 그 주변 일대이다. 위에서 보면 마치 반달처럼 반원형의 형태로 조성된 이 광장은 자그마치 10개의 거리가 연결되어 있다. 

한편 이 광장에는 두 개의 동상이 세워져 있는데, 하나는 ‘마드로뇨’라고 하는 나무의 열매를 따먹는 곰의 동상과 카를로스 3세의 기마상이다. 곰은 마드리드를 상징하는 동물이고, 카를로스 3세는 1759년부터 약 30년 동안 스페인을 통치하면서 나라의 기틀을 확고히 다진 왕이었다.

불빛 밝혀진 푸에르타 델 솔 광장 주변의 길을 걷다보면 루이지 보케리니(Luigi Boccherini 1743~1805)의 현악 5중주 <마드리드 거리의 밤의 음악>(Quintetto ‘Musica notturna delle strade di Madrid’ Op. 30 No. 6, G.324) 가 머리에 떠오르게 된다. 

보케리니는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의 도시 룩카(Lucca) 출신인데 마드리드에서 주로 활동했고 또 이곳에서 삶을 마감했다. 그는 첼로나 콘트라베이스와 같은 저음악기를 전문으로 다루던 음악가이던 아버지를 통해 어렸을 때부터 첼로를 몸에 익혔는데 이미 14세 때부터 아버지와 함께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으로 가서 국제적인 경험을 쌓고 첼로 연주가로서 명성을 날렸고 또 그 후에는 파리로 건너가 첼로 연주가뿐 아니라 작곡가로서도 크게 인기를 끌었다. 그러다가 26세 때는 마드리드로 건너와 스페인 국왕 카를로스 3세의 동생 돈 루이스의 궁정에서 일하게 되었다. 그는 이곳에서 장장 40년 동안 정열적으로 활동하면서 음악 역사상 처음으로 현악 4중주의 기틀을 확립했고 그의 명성은 동시대 음악가이던 모차르트와 하이든 못지않았다. 



정태남1.jpg▲ 카를로스 3세의 기마상



<마드리드 거리의 밤의 음악>은 두 대의 바이올린, 비올라, 두 대의 첼로를 위한 현악 5중주 소품으로 작곡된 해가 1780년이니까, 카를로스 3세가 스페인을 통치하던 시대이다. 성당 안의 거룩한 분위기와 거리의 활기찬 분위기가 뒤섞여 연결되어 있는 이 작품의 흐름을 보면, 종소리를 묘사하는 바이올린의 피치카토로 종교적인 엄숙한 분위기로 시작되다가 단선율의 바이올린으로 묘사되는 병정들의 북소리로 분위기가 전환된다. 그러다가 거리의 거지 맹인들의 춤으로 장면이 바뀐 다음 다시 기도하는 분위기로 되돌아온다. 그러다가 다시 길거리의 흥겨운 광경으로 전환된다. 길거리의 사람들이 부르는 노래와 춤을 묘사한 파사 카예에서는 바이올린과 첼로가 서로 반주를 해주면서 멜로디를 주고받는데, 반주할 때의 바이올린과 첼로는 마치 기타 소리처럼 들린다. 길거리의 흥겨운 분위기는 다시 북소리를 묘사하는 아주 짧은 단선율의 바이올린 곡으로 전환되고 야경을 돌고 병영으로 돌아가는 병정들의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다가 경쾌한 행진곡으로 끝맺는다. 

이 곡은 고전시대의 엄격한 틀에 전혀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형식의 작품으로, 당시 마드리드 서민들의 삶의 단면을 음악으로 묘사한 풍속화라고 하겠다. 이 작품은 당시 스페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기 때문에, 보케리니는 일곱 번째 곡의 경쾌한 행진곡 테마를 자신의 기타 5중주 9번(G.453)의 제4악장에도 다시 사용했다. 또 이탈리아 현대음악 작곡가 루치아노 베리오는 이 행진곡 테마를 오케스트라 곡으로 새롭게 만들기도 했다. 이처럼 이 작품은 보케리니가 생존할 당시뿐 아니라 또 국경과 시대를 넘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 작품이 정식으로 출판된 것은 보케리니가 죽은 다음의 일이었다. 왜 그랬을까? 그것은 보케리니가 출판을 꺼려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슨 이유로 출판을 꺼려했던 것일까? 



정태남2.JPG▲ 마드리드의 상징 곰 동상



보케리니는 마드리드의 환경과 서민들의 정서를 모르는 다른 나라 사람들은 이 작품을 절대로 제대로 이해할 수 없을 것이며, 또 연주자들도 그 기분을 제대로 살리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던 것이다.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그가 우려했던 것은 지금이라고 크게 달라진 바 없다. 어떤 음악은 그 음악이 태어난 지리적 배경과 시대적 상황과 음악가의 생애에 대해 알고 있지 않으면 제대로 연주하기 힘들고 또 제대로 감상하기도 어렵다. <마드리드 거리의 밤의 음악>은 바로 이 경우에 해당한다. 

 보케리니가 제목에서 ‘마드리드’라는 특정한 장소와 ‘밤’이라는 특정한 시간을 명시했듯이 무명 음악가들의 연주가 들려오는 마드리드의 거리를 한번쯤 걸어보고 또 마드리드의 활기찬 밤을 한번쯤 체험해보며 2백여 년 전의 거리 풍경을 상상해 본다면 이 작품에 내재된 삶의 기쁨을 훨씬 더 잘 음미할 수 있지 않을까? 



글, 사진  정태남

이탈리아 공인 건축가, BAUM architects 파트너

- 저서 -
[유럽에서 클래식을 만나다]
[이탈리아 도시기행]
[건축으로 만나는 1000년 로마] 외 다수

KBS TV 특강, EBS 세계테마 기행 출연



출처 - 음악저널

음악저널 로고 크기조절.jpg



[최서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