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인사이트에서 글을 쓴 지 3년이 넘어가는데도 내 글을 타인에게 보여주는 것은 여전히 낯간지럽다.
도무지 풀리지 않는 글을 친구들에게 피드백 받은 경험은 있었으나, 내 글의 첫인상을 보여줄 낯선 타인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오래 전부터 조금씩 해왔다. 타인의 비판에 대해 어느 정도의 맷집을 쌓고 싶었던 건 아니였다. (비판은 언제 받아도 그닥 달갑진 않다.)
누군가 내 글을 읽을 것이라는 모호한 추측이 아닌, 눈 앞의 구체적인 독자를 확보하고 싶었다. 외로움은 글쓰기의 친구이지만 글쓰기를 막막하게 하는 주적이기도 하니까.
햇살이 수직으로 내리쬐는 어느 여름날, 문래동의 한적한 카페에서 우리는 만났다. 서로의 글을 세 개 정도 읽고 온 상태였다.
각자의 글에 대한 장단점과 글의 첫인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피드백에 대한 계획을 촘촘히 세울 것이라는 상상과 달리 첫 만남의 우리는 당신들에게 글쓰기란 어떤 의미인지, 어느 시절을 보내고 있는지 등등의 호기심을 해결하느라 바빴다.
두 번째 모임부터는 랜덤 글쓰기를 시작했다. 아이디어가 풍부한 사람들이 머리를 맞댄 결과였다. 일단 주변에 보이는 사물들과 생각 기타 등등에 대해 아무 말이나 뱉었다. 운동, 여름, 걱정, 위로, 리본... (리본이요? 물었더니 누군가 답했다. 아 저기 카페에 리본이 보여서요..) 추첨을 통해 주제가 정해졌다.
주제: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리본을 달고 다닌다면?"
너무나 뜬금 없어서 모두에게 공평한 주제였다. 40분의 타이머를 맞춰놓고, 알람이 울리면 그 즉시 손을 놓기로 약속하고 글을 썼다. 나는 칼럼 형식으로 글을 썼는데, 끝나고 돌려보니 다른 분들은 소설과 에세이의 형식으로 글을 썼다. 모두가 리본을 분류하는 용도로 썼다는 공통점이 있었으나 내용이나 표현의 방식들은 제각각이였다.
늘 쓰고 싶은 내용 위주로 글을 썼었는데 상상도 못한 주제로 글쓰기를 하고 나니 이것이 진정한 글쓰기 훈련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다음 만남에도 우리는 끝이라는 주제로 랜덤 글쓰기를 했다. 중간중간 망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머리를 싸매고 있으니 문득 눈 앞에 같이 머리를 싸매고 있는 한 사람이 보였다.
함께 글을 쓰니 이렇게 망하는 게 혼자가 아닌 것 같아서 감사했다.
피드백 모임을 마무리하며 느낀 점은 함께 같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모임이 있으면 더 좋을 것 같다는 것이다. 랜덤 글쓰기도 새롭고 재밌었지만 조금 더 오랫동안 생각할 수 있는 주제를 가지고 각자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