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오 반디니&끼아끼아레타 내한공연 후기

글 입력 2014.11.20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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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인의 눈으로 바라본 한국의 한(恨)에 빠져 들다
 

10대 시절, 카세트 테이프가 늘어져 엉겨 붙어 질릴 정도로 즐겨 듣던 음악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홍콩 꽃미남 배우 여명이 부른 ‘사랑한 후에’ 였다. 완벽하지 않은 한국어 발음이라 할 지라도 그의 아련한 외모와 목소리를 덤으로 한국어로 들을 수 있다라는 건 풋풋한 첫사랑 감성을 충만하기에 더없이 충분했던 노래였다.
 
 
가끔 늦은 밤 라디오에서 우연치 않게 이 노래를 들으며 이런 생각이 스치곤 했다. ‘외국인에 눈에 비친 한국은 어떤 모습일까? 아니 그들이 부르거나 혹 연주를 하는 한국 음악은 또 어떤 매력이 있을까?’ 라는 혼자만의 망상 그리고 공상과 같이 말이다.
 
 
오늘은 여명의‘사랑한 후에’만큼이나 한국인들의 감성을 짙게 물들게 한, 탱고에 대한 나의 생각을 180도 바꿔버린 한 ‘판’이었고 한 ‘수’가 되어준 <듀오 반디니&끼아끼아레타> 리뷰를 하고자 한다.
 
 
사실 이전 프리뷰 포스팅으로 <듀오 반디니&끼아끼아레타>를 작성하면서 내가 초점을 두었던 부분은 바로 이탈리아 최고의 아티스트들이 연주하는 탱고 공연이었다. 캍퇴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늦어버린 입장 시간에 아쉽게 2부밖에 관람하지 못했지만, 약 한 시간 가량 무대에서 만난 그들은 아르헨티나 탱고의 전통성을 넘어 그들의 이탈리아인의 자유로움 나아가 한국인의 한(恨)까지 어우르는 다재 다능함을 자칫 무거울 수 있는 무대를 무겁지 않게 풀어갔다.
 
 
2002년 이탈리아 최고 음악가 둘이 하나가 되어 결성된 기타와 반도네온의 만남 <듀오 반디니&끼아끼아레타>는 다년간의 내한 공연으로 탱고를 좋아하는 한국인들에게는 친숙한 음악가들이었다. 오래도록 한국인의 사랑을 받은 이들이 우리에게 내 준 선물은 바로 한국 조곡을 연주해 주는 것. 이미 이들은 2013년 겨울, 한오백년(Hanobrknyun)과 아리랑(Arirang)을 연주해 앨범으로 제작하였다고 한다.
 
 

이탈리아 음악가들이 연주하는 한국 조곡은 어떠할까?
 

이번 내한공연에서는 아리랑, 한오백년, 도라지, 달아달아 밝은 달아(주제와 변주곡)을 차례로 연주해 주었는데 우리가 알고 있던 조곡이 가슴 속 깊이 맺힌 한(恨)을 특유의 한국 장단에 맞춰 풀어냄에 반해 그들의 연주는 무대 위 쟁반 구슬이 통통 튀는 듯한, 클래식 기타와 반도네온만의 음과 리듬으로 한이라는 게 슬픔과 미련이 섞인 감정이 아닌, 그 감정을 매개로 삼아 희망을 기다릴 수 있는 감정의 결정체로 풀어내었다.
 
 
특히 ‘달아달아 밝은 달아’를 기존 조곡대로 풀어내 연주한 것과 다시 변주하여 연주한 것은 원곡을 비교하는 재미가 있었으며, 연주하는 동안 두 아티스트가 무대에서 열중하며 내비치는 표정과 분위기는 흡사 도자기를 빗는 장인의 모습 같았다.
 
 
한 곡이 끝나고 다음 곡으로 넘어가면서 ‘이 곡 멜로디가 참 좋다.’라며 극찬을 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 모습에서는 한국에 대한 그들의 애정 또한 느낄 수 있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구름(Nubes de Buenos Aires) 위에서 망각(Oblivion)에 빠져 들다
 

피아졸라: 누에보 탱고 조곡은 탱고를 아는 이라면 익숙한 멜로디의 명곡 시리즈로 전세계적으로 다양한 음악가들이 그들만의 스타일로 연주를 풀어내는데 이번 무대에서는 천사의 죽음(Muerte del Angel), 망각(Oblivion), 리베르탱고(Libertango) 세 곡을 들을 수 있었다.

 
모든 음악이 좋긴 하였지만 내 귀와 눈을 사로 잡은 음악은 바로 망각(Oblivion)이었는데 기존 다른 음악가들의 망각(Oblivion)이 거칠고 강하고 슬픈 감정이 두드러진 분위기의 연주였다면, 이들의 연주는 보다 더 부드럽고 가슴 속 깊이 내재된 슬픔이 짙게 드린, 기타와 반도네온의 저음의 음들이 묘하게 어우러진 연주였다. 망각을 또 다르게 해석했다고 할까?
 

아마 바로 직전에 들은 그들의 대표 음악인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구름(Nubes de Buenos Aires)이라 그랬던걸까? 자유의 몸이 된 알라딘과 자스민이 마법의 양탄자를 타고 날던 하늘에서 바라본 구름이 이런 느낌이었을까? 아직 가보지 못한 부에노스아이레스이지만 세계에서 가장 길다는 안데스산맥과 파타고니아의 고원을 벗삼아 아르헨티나 하늘 위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바라 본 느낌 같았다.
 

부에노스아이레스 구름(Nubes de Buenos Aires) 위에서 망각(Oblivion)에 빠져 들던 순간, 11월 14일 금요일 밤은 그렇게 내 마음 속 깊이 여운을 남긴 채 흘러갔다.
 

 
Arrivederci! (다시 만나요! 라는 의미의 이탈리아어) Duo Bandini & Chiacchialetta!
 

2부 공연을 모두 마치고 마지막 인사를 나누던 시간, 아쉬운 관객들은 모두 박수를 치며 그들을 무대로 다시 불렀고 우리는 영화 <여인이 향기>에 나와 많은 사랑을 받은 탱고음악 간발의 차이로(Por una Cabeza) 등 세 곡을 더 듣고서야 객석을 떠날 수 있었다.
 
 
탱고는 아르헨티나의 항구도시 이민자들이 그들의 찌들고 힘든 삶과 감정을 격정적으로 풀어낸 음악이라고 한다. 낯선 땅에서 타지인으로 살아가며 받았을 무시와 차별, 숱하게 얽힌 감정이 만들어 낸 탱고가 이제는 전세계적으로 극찬을 받는 음악으로 자리 잡았다.
 
 
아르헨티나의 음악을, 이탈리아 음악가의 연주로, 다시 한국 조곡으로 만날 수 있었던 이번 공연은 중남미와 유럽 그리고 아시아, 세 대륙을 한번에 만난 느낌 가득한 공연이었다. 이번에 처음 만난 듀오 반디니&끼아끼아레타지만, 앞으로 내한 공연을 오는 이들을 매번 만났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금요일 밤을 마무리 지었던 11월 14일. 공연이 끝나고 사인회가 있었지만 소심한 성격이라 사인을 받는 대신 마음 속으로 인사를 하며 다음 만남을 기약하였다.
 
Grazie! Arrivederci! Duo Bandini & Chiacchialetta!
 
 
 
 
* 본 포스팅은 아트인사이트(www.artinsight.co.kr)과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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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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