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야수주의’에 붙이는 새로운 이름[시각예술]

글 입력 2015.01.17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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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수주의. 이름만 들으면 왠지 야수처럼 험악한 그림을 상상해 볼 수 있다. 서양 미술사에서 ‘야수주의’라는 명칭은 1905년 가을, ‘살롱 도톤느’에서의 일화를 배경으로 탄생했다고 전해진다. 비평가 '루이 보셀‘은 이곳에서 마티스, 드랭, 블라맹크, 마르케의 작품이 전시된 7번 전시장을 둘러보던 중, 이 들의 작품이 마치 야수들의 속성처럼 거칠다고 언급하며 이에 대한 충격과 비판의 내용을 잡지에 기고한다.


그러나 당시에 마티스를 비롯한 동료들은 처음부터 어떤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이러한 그림들을 내보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야수’와 같은 명칭에 대한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했다. 그렇다면 ‘루이 보셀’이 처음 언급한 ‘야수’라는 표현이 과연 마티스를 대표적으로 하여 그의 동료들의 그림과 어울리는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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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자를 쓴 여인 - 앙리 마티스, (1905)

  ‘야수주의’라는 명칭은 제일 먼저 거침없는 느낌을 떠올리게 한다. 실제로 마티스의 <모자를 쓴 여인>이라는 그림을 보면 색채 사용에 대해 망설임이 없었음을 알 수 있다. 이 그림은 많은 비평가와 대중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당시의 초상화에서 인물의 얼굴색이 연두색과 같이 살색이 아닌 색으로 표현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마치 음식을 잘못 먹은 여인이 식중독에라도 걸린 듯 얼굴색을 비롯하여 온몸이 얼룩덜룩한 모습은 충격적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여인의 얼굴만을 살펴보면 눈과 눈썹을 제외하고는 검은 윤곽선이 거의 없고, 오직 여러 색채의 조합으로 하나의 얼굴이 완성되었을 뿐이다. 반면 얼굴 윗부분의 모자와 얼굴 아래의 몸에는 비교적 검은 윤곽선이 뚜렷하게 그려졌다. 그로인해 가운데 얼굴이 위아래의 윤곽선과 강렬한 색채에 압도되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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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티스 부인의 초상화 - 앙리 마티스, (1905)


 마티스는 전통적인 원근법에서 탈피하여 평면성에 가까워지고자 하였다. 그러나 그의 그림에서 윤곽선은 미약하게나마 원근감의 효과를 준다고 생각한다. 모든 형태에 윤곽선을 일관적으로 그리지 않고 부분적으로 윤곽선을 그림으로써 윤곽선을 그린 부분은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은 부분보다 강조되어 보이며 가까이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모자를 쓴 여인>에서 윤곽선이 거의 없는 얼굴에 위 아래로 부터의 압박이 느껴지는 이유에도 강렬한 색채와 더불어 윤곽선이 한몫을 하는 것이다.

 마티스의 그림에서 윤곽선은 또 다른 의미에서 그의 그림이  후기 인상주의 화가 중에서도 ‘고흐’의 영향을 받았음을 보여준다. 마티스의 그림에는 후기 인상주의의 영향과 그로부터의 이별이 둘 다 나타났었다. 먼저 고흐에게서 선의 두께와 간격을 조정하여 선의 효과에 미세한 차이를 주는 법을 배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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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치, 고요, 쾌락 - 앙리 마티스 (1904)


또한 마티스가 최초로 야수주의 경향을 드러낸 <사치, 고요, 쾌락>은 ‘세잔’의 <목욕하는 세 여인>을 모티브로 차용한 것이며 ‘쇠라’의 분할주의, 즉 점묘법을 기법으로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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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욕하는 세 여인  -폴 세잔(1879~1882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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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 - 쇠라 (1884~1886년)


 그러나 마티스는 <삶의 기쁨>이라는 그림을 통해 점묘법에서 벗어나게 되는 전환점을 맞이한다. 스케치 단계에서 여전히 남아 있던 색채 분할이 완성작에서는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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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기쁨 - 앙리 마티스, (1905~1906년)

 
 이처럼 ‘야수주의’는 20세기 최초의 아방가르드 운동이라고 평가되기도 하지만, 인상주의를 완벽하게 거부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아방가르드 의식이 있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야수파’라고 불리는 마티스, 드랭, 블라맹크 등의 화가는 애초부터 뚜렷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뭉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방가르드 의식이 있다고 단정 지을 수 없으며, 그로인해 아방가르드 운동이라고 명칭하기에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확실한 것은 이들의 그림이 후에 ‘입체주의’의 발판까지 마련해준 20세기 최초의 예술적 혁명이라는 것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보면, ‘야수주의’는 거침없는 색채 구사에 대한 충격에서부터 나온 명칭이었다. ‘거침없다’는 것은 동시에 불안정하다는 느낌을 내포한다. 그러나 마티스는 원색을 거침없이 사용하는 데에만 집중했던 것이 아니라, 동시에 화면 구성의 조화를 놓치지 않았다.

 1906년에 시작한 아프리카 여행을 통해 마티스는 아라베스크 무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조화를 위해 부분을 전체에 종속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면서 회화의 장식적 기능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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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폴리네시아, 바다 - 앙리 마티스, (1946년)

 

 그렇기 때문에 ‘야수주의’라는 표현은 ‘루이 보셀’이 처음 마티스의 작품을 보고 느꼈던 일시적인 충격을 표현하기에 적합할 뿐, 화면 구성의 조화와 단순화된 형태에 더해진 강렬한 원색의 사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본다면 단편적인 기준에서 나온 명칭이라고 볼 수 있다.

 마티스는 색채를 형태를 뒷받침해주는 요소로 사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단순화시킨 형태를 강렬한 색채로 채우려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가지 색을 사용하여도 단순한 느낌이 들며, 통일된 평면적 장식성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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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 조화 - 앙리 마티스, (1908)

 

 마티스의 <붉은색의 조화>에서 창밖과 실내의 모습은 같은 깊이로 표현되었다. 벽과 테이블도 같은 빨간색으로 칠하여 원근법이 무시되고, 전통적인 환영주의에서 벗어나 그림의 평평함을 완성하였다. 이 때 평평한 그림은 장식적인 성격을 띤다. 

 또한 마티스는 원색 중에서도 빨강, 파랑, 초록을 주로 사용했다. 이 세 가지 색의 사용만으로 강렬한 이미지를 만들어냈다는 것은 놀라운 시도이다. 비록 야수주의는 길지 않은 시기동안 이루어졌지만, 후기 인상주의의 끝자락과 입체주의로 향하기 바로 직전에 과도기적 시기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볼 수 있다.
 
 마티스를 비롯하여 후기 인상주의의 영향과 그로부터의 결별의 과정을 거친 화가들이 그린 그림들이 단순히 ‘야수주의’라는 단어로 표현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또한 ‘야수주의’라는 명칭은 그들의 그림이 처음 전시 되었을 때, 개인이 느낀 충격에서 나온 단어이기 때문에 부정적인 느낌이 없지 않다. 오히려 ‘색채주의’나 ‘단순주의’가 그 화가들의 특징에 이름 붙이기에 적합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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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진중권,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모더니즘 편, 휴머니스트 출판그룹, 2011, p. 36- 51.




[차진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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