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돈이 모이는 곳에서 예술이 태어난다(1) [문화 전반]

글 입력 2015.02.15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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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오피니언은 총 3주간에 걸쳐 이루어지며, 주제는 '예술과 자본, 후원' 입니다. 사회적인 주제로 글이 부득이하게 학술적 형식이며, 글 자체도 굉장히 딱딱합니다. 앞서 말한 전체적인 주제 아래, 서론에서는 예술과 자본의 관계, 그리고 후원의 역사를 다루고 본론은 후원의 대명사인 15세기의 메디치 가문과 18세기의 구겐하임 가문을 비교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결론에서는 현대의 후원에 대해 말하겠습니다. 이번 주는 서론 부분을 씁니다. 



 

      19세기 정치 · 경제학자 칼 마르크스(Karl Heinrich Marx, 1818 ~ 1883)는 <자본론>에서 상부구조와 하부구조의 관계에 대해 논한다.


삶의 사회적 생산 속에서 인간은 그들의 의지와는 독립된, 필수적인 일정한 관계들, 즉 그들의 물질적 생산력 발달의 일정한 단계에 상응하는 생산관계들에 들어가게 된다. 이런 생산관계들의 총체가 사회의 실질적 토대인 경제구조를 형성한다. 그리고 이 토대 위에서 법적, 정치적 상부구조가 생겨나며 이 토대에 사회의식을 특정 형태들이 상응하게 된다. 물질적 삶의 생산양식은 사회적, 정치적 및 지적 삶의 과정 전반을 조건 짓는다. 인간의 의식이 그들의 존재를 결정짓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인간의 사회적 존재가 인간의 의식을 결정짓는다.
-『정치경제학 비판』中   


       즉, 인간의 사회의식 또는 상부구조는 그들이 물질적 삶을 생산하는 방식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생산력’ 과 ‘생산관계’ 가 합쳐져서 마르크스가 명명한 (정치적, 종교적, 윤리적, 미적 등의) ‘일정한 형태의 사회의식’ 으로 구성된다. 이러한 ‘사회의식’ 혹은 상부구조에 예술이 속하며, 예술은 하부구조인 생산력, 특히 경제적인 면(자본)을 토대로 규정될 수 있다. 마르크스 미학에서 볼 수 있듯 예술과 자본은 밀접한 관계에 있으며, 자본의 영향력이 더욱 커진 현대에 이 주장은 특히 시사점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본 글은 예술과 자본의 관계를 역사적으로 살펴 본 후, 자본이 예술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방식인 ‘후원’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또한 ‘후원’의 자세한 예시로 메디치 가와 구겐하임 가를 비교하고, 더 나아가 현대 예술에서의 자본의 위치에 대해 말할 것이다. 

       

      예술과 자본은 역사적 기록이 남은 그 순간부터, 단 한 번도 떨어지지 않았다. 먼저, 가장 유명하며 이 관계의 시초라 할 수 있는 15-16세기 이탈리아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이 있다. 메디치 가는 오랜 종교분쟁 끝의 평화와 번영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의 학교를 세우고 인재들에게 지원을 하는 등 엄청난 투자를 했다. 동시대 조르조 바사리(Giorgio Vasari, 1511 ~ 74)의 <미술가 열전>을 보면, 메디치 가의 예술에 대한 영향이 잘 쓰여 있다.


메디치 가 문장.JPG

[당시 굉장한 권력을 가졌던 메디치 가문의 문장이 그려진 접시.] 


      또한, 19세기 말의 파리에서 둘의 관계가 명백히 드러난다. 당시의 파리는 프랑스 대혁명과 산업혁명을 통해 급격한 발전을 이루었다. 곧 예술은 돈이 모이는 곳, 즉 풍부한 자본을 바탕으로 예술에 대한 수요가 많은 곳에 중점을 두었으며 이는 ‘인상주의’라는 미술 사조를 탄생시키기에 이르렀다. 20세기에는 뉴욕이 예술과 자본의 중심지였다.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강국으로 자리매김한 미국으로 세계의 모든 자본이 흘러들어왔고, 미국은 자본을 토대로 삼아 경제뿐만 아니라 문화 대국이 되고자 했다. 이에 앤디 워홀을 필두로 ‘팝아트’ 가 등장하면서 이제 예술이 자본이고 자본이 예술인 상태가 되었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들을 보면, 동시대의 권력과 돈이 가장 밀집한 도시에서 예술이 태어나고 발전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예술과 자본은 필연적인 관계를 맺는다.     

 

   캡처.JPG       12312.JPG

      [왼: 19세기 인상주의 대표작, <인상해돋이> 오: 앤디 워홀의 <캠벨 수프 깡통>]


      자본 중 예술과 가장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형태는 ‘후원’ 이다. 후원의 역사에 대해 간략하게 말하자면, 후원은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부터 존재했다. 이때의 후원은 ‘수집’의 성격을 가졌다. 예를 들어, 로마 아우구스티누스 황제 때의 귀족들과 부자들은 그들의 대저택에 따로 공간을 만들어 고대 그리스의 조각, 회화 등 예술품을 전시했다. 이후 중세 시대의 후원은 ‘주문’이었다. 교회는 대중의 신앙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길드에 속한 장인들에게 교회 건축과 성상, 종교화 등을 제작하도록 요구했다. 다시 말하면, 교회는 끊임없는 수요를 통해 경제적인 면에서의 후원을 행했다. 마찬가지로 15-16세기의 르네상스 때에도 ‘주문’의 형태였다. 도시의 유력한 가문들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작가를 선정하고 그에게 정치선전에 이용할 작품을 주문했다. 그들은 기존 작가를 후원 했을 뿐만 아니라 아예 예술 학교를 세워 처음부터 입맛에 맞는 인재를 양성하기도 하였다. 20세기는 다시 ‘수집’인데, 공적으로 미술품을 모으는 미술관과 사적으로 작품을 사고파는 경매를 통해 볼 수 있다. 


     이러한 후원은 르네상스 시대의 메디치 가문과 20세기 구겐하임 가에서 전성기를 이룰 만큼 성행하였다. 다음 글은 이 둘을 비교하여 후원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자세히 설명할 것이다.       

[최한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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