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nion] 랩음악의 언어가 대중의 언어문화 및 의식형성에 미치는 영향[문화 전반]

글 입력 2015.03.17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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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규희의 「댄스음악의 10대 문화에 끼친 영향에 관한 연구(랩음악과 힙합패션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은 90년대의 대중음악 중에서도 특히 랩음악이 10대들의 힙합패션에 미친 영향을 연구한 내용이다. 글쓴이는 하위 음악에 속하던 대중음악이 자본가에 의해 상품화 되어 하위 문화적 요소가 사라졌다고 말하고 있다. 

 본래 힙합은 흑인들에게 지긋지긋한 일상으로부터 한시적 탈출을 제공하며 권력관계를 역전시켜주는 하위문화로 등장하였다. 우리나라는 외국에서 이미 상품화된 힙합문화를 수입하여 판매했다고 볼 수 있다. 그 과정 중, 우리나라에서 힙합은 문화의 탈정치와 같은 환경적 요소와 함께 10대들의 정서를 대변하고 욕구를 분출하는 신세대 문화로 상징화 되어 자리 잡게 된 것이다. 특히 이러한 점을 힙합패션에서 찾고 연구한 것이 이 논문의 중심 내용이다. 다양한 힙합 패션의 유행은 10대들의 의식 변화뿐만 아니라, 패션산업의 마케팅 전략을 좌지우지 할 만큼 한 시대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말하고 있다.

 이 논문의 내용을 바탕으로 현재 힙합이라는 대중음악이 패션 외에 우리 문화에 미치는 다른 영향으로는 무엇이 있을지 고민해 보았다. 랩의 고유한 특성이 음악보다는 언어자체에 있다는 논문의 내용을 읽고, 랩음악이 대중들의 언어문화와 의식형성에 미치는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에 대중들이 직접적인 담화 외에 언어를 접하는 통로가 인쇄물 이었다면, 현재는 그 역할을 매스 미디어와 음악이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를 들어 언어는 텔레비전에서 청각적인 요소 외에 시각적인 요소로 나타난다. 영상과 함께 나오는 자막이 바로 그러한 것이다. 음악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연구 주제인 랩음악을 듣는 대중들은 반복적인 리듬보다는 라임에 맞춰진 가사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랩음악의 언어가 수용자의 언어생활과 더불어 의식형성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아볼 것이다. 언어는 겉으로 드러나는 텍스트적인 측면 외에도 인간의 의식을 지배한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언어와 문화는 서로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어서 문화는 언어에 영향을 미치고 언어는 문화에 영향을 미친다. 언어와 문화의 관계는 어휘에서 잘 나타난다. 모든 언어의 어휘는 그 문화권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반영한다. 
 또한 언어도 문화에 영향을 미친다. 언어학자들에 따르면 언어는 세계에 관한 우리의 지각이 형성되는 범주를 구축한다. 즉 언어는 사람들로 하여금 메시지를 주고받게 하는 커뮤니케이션 체계 이상의 기능을 지닌다. 언어와 문화의 관계를 분석한 벤자민 워프(Benjamin Whorf, 1956)는 언어는 단지 우리의 생각을 주고받는 기계가 아니라 그 자체가 생각의 형성 틀(shaper of ideas)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언어와 문화의 밀접한 관련성에 입각하여 랩음악의 가사 외에도 힙합 가수들이 무대나 TV프로그램에서 자주 사용하는 언어들이 어떤 언어문화를 형성하였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살펴볼 것이다. 또한 더 나아가 그러한 랩음악을 통해 접하게 되는 언어가 대중들의 의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볼 것이다.


- 랩음악 가사의 언어적 특성 -


 1) 형태적 측면 : 라임(rhyme)


  랩음악에는 라임(rhyme)이라는 특별한 언어적 요소가 있다. 라임이란 비슷한 발음으로 가사를 만들어 운율을 형성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랩음악이 외국에서 들어왔듯이 과거에 영어가 아닌 한글로 라임을 만드는 시도는 거의 없었다. 예를 들어 ‘destiny / best in me’와 같이 영어를 사용하여 비슷한 발음으로 리듬감을 맞추는 형태는 존재 했지만, 한글 라임은 형태적으로 자리 잡지 못했었다. 지금처럼 랩음악이 대중화 되었다고 말할 수 있기 전 까지는 자유로움을 표상하는 힙합에도 언어로 표현하는 라임(rhyme)에 있어서 고정관념이 존재했던 것이다.  

 우리나라 랩음악에서 초창기 라임의 형태는 ‘학교, 종교, 육교’와 같이 단순히 끝의 글자를 맞추는 개념이었다. 후에 라임의 혁명이라고 알려질 만한 시도를 했던 래퍼가 바로 ‘버벌진트’이다. 이 래퍼는 한글라임이 발음의 덩어리로 만들어질 때 더욱 자연스럽다는 것을 발견하여 ‘다음절 라임’의 형태로 가사를 쓰기 시작했다. 한글로 세련된 라임을 완성시킨 것이다. 예를 들어 버벌진트의 노래 가사 중 ( 어젯밤에 내가 했던 얘기 / 전부 다 기억나진 않겠지 ) 처럼 모음 ‘ㅐ’ 와 ‘l’의 2음절 라임, 즉 다음절 라임을 시도 하였고, ( something must have gone wrong / 고민할수록 나를 덮치는 혼돈 )처럼 영어와 한글의 비슷한 발음을 라임으로 사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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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지연의 피플 INSIDE ‘버벌진트’ 편 中



 이와 같은 발음의 유사성을 바탕으로 한 랩음악의 라임은 수용자의 언어문화에서 말장난의 소재거리로 쓰인다. 특히 10대들은 랩음악의 라임을 언어의 유희성으로 받아들여 그들만의 언어문화를 형성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SNS나 채팅상에서의 말투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2) 내용적 측면 : 디스(Diss)


 흔히 힙합을 용감한 음악이라고 지칭하는 이유는 래퍼들이 랩음악의 가사를 통해 사회나 특정인물 등에 대해 디스(Diss)를 하는 데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래퍼들이 사용하는 랩음악의 언어를 보면 소신껏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표현하는 것을 알 수 있다.
 
 2013년, 래퍼들 간의 ‘디스전’으로 불리면서 다른 래퍼의 음악적 측면이나 개인 사생활에 대해 비판하는 내용의 랩을 실시간으로 주고받았던 사건은 언론에서 집중 조명될 정도로 대중들의 관심을 받았다.




▲ 디스전의 시작이 된 이센스의 - You Can't Control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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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사 디스패치에서 도식화한 디스전의 일부 상황        
▲ 디스전에서 래퍼 ‘쌈디’의 디스 가사 中 일부




  여기에 사용되는 언어는 매우 직설적이다. 또한 많은 비속어가 포함되어서 센 느낌을 준다. 그만큼 거짓없이 있는 그대로의 솔직함이 담겨있다고 표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수용자들이 랩음악의 거친 언어에 대해 무조건 솔직함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위험하다. 그렇게되면 랩음악의 언어를 접하는 수용자들은 일상생활에도 비속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 출처 : Youtube



 최근에는 랩음악이 음원 차트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라임을 사용하여 비속어가 재치 있게 표현된 랩음악이 인기음악 차트에 머무는 현상은 그만큼 수용자들이 가사를 통해 비속어를 듣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덜해졌다는 증거이다. 오히려 랩음악의 거친 언어를 솔직함과 재치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들을 수 있는 것이다.


'언프리티 랩스타'는 최근 여성 래퍼들 간의 디스전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남자 래퍼도 아닌, 여성 래퍼들이 서로 디스를 하는 광경은 tv프로그램에서 처음일 것 이다. 그만큼 관심을 받고 있지만, 디스의 의미가 자극적인 용어나 비속어를 사용한 단순한 인신공격으로 비춰질 수 있는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의도적인 편집은 디스전을 더 자극적으로 보이게 하며, 도가 지나칠 경우 대중들은 불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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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랩음악에서 표현의 자유가 꼭 비속어로 나타나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점이 있다. 새로운 언어적 표현을 계속해서 접하게 되는 청소년들이 이러한 랩음악의 언어에 계속해서 노출 될 경우, 표현의 자유가 곧 비속어로 연결된다는 잘못된 의식을 형성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5. 힙합 가수가 사용하는 언어의 유행


   힙합 가수가 쓰는 언어가 수용자들 사이에서 유행어처럼 퍼지는 문화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한 예로 2014년에 방영 되었던 ‘쇼미 더 머니’라는 래퍼 발굴 프로그램에서 ‘도끼’라는 래퍼 가 ‘turn up’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였다. 본인도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쓰는 언어이기 때문에 의미 해석조차 애매하지만, 대중들은 마치 유행어처럼 모방하여 사용하였다. TV프로그램을 통해 해당 래퍼가 이 언어를 사용하는 것을 본 수용자들도 정확히 무슨 뜻인지 알지 못한 채 사용하였으며, 이 언어를 알지 못했던 사람들은 트렌드에서 벗어난 느낌을 받거나, 소외감을 느끼기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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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언어를 유행시킨 래퍼는 SNS를 통해서 ‘turn up’의 발음을 ‘털ㄴ업’으로 표현하면서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낼 때 쓰거나, 한국말로 ‘살리고~’ 정도의 흥을 돋우는 추임새 정도로 보면 된다고 설명하였다. ‘turn up’의 반대말로 싫으면 ‘털ㄴ다운’ 이라고 재치 있게 덧붙여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랩음악의 가사나 추임새로 쓰이던 언어가 이제는 일상의 언어문화에서 유행어처럼 쓰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용자들은 언어의 뜻을 알고 사용하는데 의미를 두기 보다는 트렌드의 흐름에 따라가며, 그들만의 동질감을 형성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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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랩음악과 영어


 랩음악이 외국에서 들어왔듯이 그 속의 언어에는 영어가 많이 포함될 수밖에 없다. 극단적인 사례로 래퍼들은 랩음악의 전체 가사를 영어로 만들기도 한다. 또한 랩음악에는 미국에서 사용되는 비속어나 은어가 쓰인다. 수용자들은 따로 찾아보지 않는 이상, 영어로 된 비속어의 발음만 듣고는 무슨 뜻인지 해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랩음악을 자주 접하게 되는 수용자들은 이러한 언어가 비속어인지도 모른 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심한 경우에는 랩음악의 가사가 한글보다 영어로 표현될 때 더 세련되어 보인다고 느끼며, 일상생활에서도 우리말보다 영어에 대해 우월적인 인식을 형성하게 될 우려도 있다.

 또한 외국 힙합 가수는 영어를 줄여서 가사로 만들기도 한다. 힙합을 자유롭고 용감한 음악이라고 표현하는 것에 걸맞게 영어 가사 또한 기존의 문법적 형식에 구애 받지 않고 좀 더 발음하기 쉽고 세련된 느낌으로 변형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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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net 프로그램 '음담패설'




 지금까지 랩음악의 언어가 어떤 식으로 수용자들의 언어문화와 인식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았다. 랩음악이 과거에서부터 힙합 패션을 통해 유행을 주도했다면, 이제는 언어문화 형성에도 미치는 영향력이 커졌다. 대중음악 중에서도 랩음악은 힙합 패션과 같은 시각적 볼거리를 제공하면서 라임과 같은 특징적인 언어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음악 장르와 구별된다. 그렇기 때문에 시대를 넘나들며 계속해서 새로운 문화 현상을 주도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랩음악의 언어가 음악적인 수준과 별개로 대중들의 언어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분명히 존재한다. 수용자들이 언어를 통해 표현의 자유를 실현하려는 욕구를 더욱 분출 시켜주는 역할을 하는가 하면, 비속어나 영어에 자연스럽게 흡수되게끔 한다. 

 이 때 수용자들은 랩음악의 언어가 우리의 인식형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 단순히 랩음악의 언어가 멋있어 보여서 따라하거나 듣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이번 연구를 통해 랩음악의 언어가 단순히 상업적인 이윤을 얻기 위해 자극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수용자들은 랩음악의 언어를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의식적으로 가려내어 들을 필요가 있다.




<참고자료>

* 도규희, 「댄스음악의 10대 문화에 끼친 영향에 관한 연구(랩음악과 힙합패션을 중심으로)」
* 네이버 지식백과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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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진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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