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프랑스 영화 한 걸음 - '금지된 장난' (1) [시각예술]

글 입력 2015.03.26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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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으로 금지된 장난

<금지된 장난>은 영화의 내용보다 삽입된 배경음악으로 유명하다. 바로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권상우배우가 기타로 연주하기도 했던 '로망스'이다. 로맨틱한 남녀간의 사랑을 암시하는 제목이나 음악과는 다르게 영화는 2차 세계 대전 당시 파리 근처의 작은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하여 어린아이들의 시선으로 내러티브를 전개해 나가고 있다. 전쟁 중 부모님을 잃은 뽈레뜨는 죽은 강아지를 안고 길을 헤매다 우연히 암소를 쫓는 미셀을 만나고, 뽈레뜨는 미셀의 집에 머무르게 된다. 죽은 강아지를 묻어주던 뽈레뜨와 미셀은 죽은 강아지가 외로울 것이라는 생각에 다른 동물들과 곤충들도 함께 묻기로 한다. 그렇게 그들은 묘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살아있는 동물들을 죽이기도 하고, 십자가가 더욱더 필요해지자 성당이나 묘지에서 십자가를 도둑질하기까지에 이른다. 영화 속 어른들은 이런 천진무구한 뽈레뜨와 미셀이 십자가를 훔치는 행위를 금지된 장난이라고 여긴다. 그리고 어른들은 이러한 아이들의 장난을 금지시킨다. 하지만 진정으로 금지되어야 할 것은 삶보다 죽음을 먼저 알아버려 고통 받는 아이들의 장난이 아니라, 편협하고 냉담한 어른들이 만들어낸 ‘전쟁’ 일 것이다. 이러한 영화의 의도는 <금지된 장난>을 연출한 르네 클레망 감독의 말에서도 알 수 있다. “아이들의 눈빛 하나만으로도 전쟁이 얼마나 멍청하고 잔인한 것인지를 표현할 수 있다. 내가 이 소설을 읽고 영화를 만들면서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바로 이 것이다.”



흑백 속의 문학적이고 다큐멘터리적인 영화

<금지된 장난>이 크랭크 인 될 당시는 컬러영화가 제작 가능한 시기였지만, 르네 클레망 감독은 영화를 흑백으로 연출 하였다. 이 흑백의 색은 전쟁의 암울한 분위기와 그 속에서의 인간성 상실이라는 영화의 주제를 놀랍게도 잘 합치시켜주었다. <금지된 장난>은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로써, 영상 또한 문학적인 성격을 보여준다. 영화의 초반을 제외하고는 전쟁이라는 비극적인 상황을 배경으로 배재시키면서 스토리를 희극적으로 끌어가고 있다. 또한, 영화의 오프닝과 크레딧에서 책장을 넘기는 표현과 낭만적인 선율의 ‘로망스’를 영화의 전체 배경음악으로 사용하여 관객으로 하여금 마치 한 편의 서정적인 시를 감상 한 듯한 느낌을 준다. <금지된 장난>은 다큐멘터리적인 특징을 감독의 영화적 표현기법으로 사용하고 있다. 영화의 초반 시퀀스 부분에서는 전쟁의 다급한 상황을 다른 배경음악 없이 끔찍한 총소리와 공포스러운 폭탄소리를 사용하여 관객들에게 더욱 전쟁의 현실을 가까이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전쟁의 상황을 다큐멘터리에서 자주 쓰이는 보여주기 식 앵글을 통해 관객들의 영화 몰입을 방해하여 보여 줌으로써 전쟁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게 하였는데 이는 브레히트의 소격효과와도 유사하다.

 

어린아이의 시각으로 드러내기 - <기억속의 들꽃>

‘전쟁’ 속의 주체에서 한 걸음 물러서 있는 순수한 어린아이들의 시각으로 그려진 ‘전쟁’ 이라는 주제는 <금지된 장난> 이외에도 여러 영화와 문학작품 속에서 등장해왔다. 대표적으로 영화에서는 <인생은 아름다워>,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등 그리고 한국의 문학작품 속에서는 <기억속의 들꽃>등이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중2 국어교과서를 통해 배운 <기억속의 들꽃>이 가장 친숙할 것이다. <기억속의 들꽃>은 한국의 6˙25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소설은 서울에서 피난을 오다 고아가 된 명선이를 바라보는 관찰자인 어린‘나’를 1인칭 시점으로 전개 된다. 명선이는 자신의 배 위에서 죽은 엄마와 폭탄을 마구 떨어트리는 비행기 소리로 인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살아가는 전쟁의 어린 희생양이라는 점에서 <금지된 장난> 속 뽈레뜨와 많이 닮아있다. 전쟁이라는 참혹한 환경 속에서 윤리적 기준을 잃어버린 어른들로 인해 명선이는 살아남기 위한 권모술수를 배워갈 수밖에 없다. 이렇게 <기억속의 들꽃> 또한 <금지된 장난>과 마찬가지로 순진한 어린아이의 시각으로 전쟁의 비극을 사실적으로 묘사 하고 있다. 이렇듯 영화의 내러티브나 문학작품의 스토리를 순수한 어린아이의 시각으로 전개해 나감으로써, 관객이나 독자로 하여금 전쟁의 피폐한 잔상들과 비참한 현실을 더욱더 가슴 깊이 와 닿게 하며 전쟁 속에서 인간들의 윤리적 가치들이 허물어지는 것을 더욱더 강조한다. 또한, 위와 같은 시점이 독자와 관객을 극을 전개해나가는 어린아이들과 동일시하게 함으로써 어른들의 계산적이고 비인간적인 행동들로 인한 ‘전쟁’ 이라는 끔찍한 행위가 순수하고 천진한 아이들에게 정신적으로 얼마나 참혹한 영향을 주는지 체험하게 한다.




[신유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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