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의 댄스곡은 수준이 떨어질까?

글 입력 2015.03.26 18:24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요즘 많은 사람들, 특히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서

"아이돌 음악은 질이 떨어진다.. (아이돌 음악이 우세한) 우리나라의 음악 수준이 떨어진다"

등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많다.

특히 그 중에는 다른 음악 (클래식, 재즈, 락) 이나 이전 시대의 가요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많다.

그런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를 들며 아이돌의 댄스음악이 가요사적으로 퇴보라고 이야기 한다.

 

나는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진보라고 생각하고 있다.

1. 일부 사람들은 예전 가요에 비해서 코드진행이 단순화되었다고 비판한다.

이는 사실이다.


▲ 원더걸스의 So Hot 에는 G#m 와 E 의 2개 코드만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것은 자연스러운 시대 흐름을 반영한 것일뿐이다. 코드 구조가 복잡한 아이돌 곡들도 매우 많은 것들을 볼때, 요즘의 작곡가들이 실력이 없어서 이렇게 단순한 코드만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통신이 빨라지고, 인터넷 페이지는 1초만에 뜨지 않으면 사람들은 조급해 하게 되었다. 그런 흐름에 따라 가요도 코드 순환을 빨리 해주어야사람들이 덜 질루하게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한 마디마다, 혹은 그보다도 더 빨리 코드를 반복적으로 순환시키는 곡들이 인기를 끌게 되었다.

코드를 단순화 하는 것은 절대로 수준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클래식 음악계에서 미니멀리즘이 대두되었을때, 그리고 재즈에서 모달 재즈가 시도 되었을 때 모두 '복잡한' 음악 대신 단순한 음악을 지향했던 점이 공통적이었다. 이러한 시도에서도 코드의 진행은 최소화되었다.



2. 또한, 작곡가들이 실력도 없이 서로서로  비슷한 아류작을 너무 많이 낸다고 한다.  

사실 아이돌의 음악은 비슷비슷한 음악이 많다. 특히 구성이 매우 비슷한데, 점점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중독성있는 후렴구가 나오고, 최고조에 이르렀을때 한번 브레이크를 주면서 랩 파트가 나온다. 그리고 다시 끌어올려서 보컬의 애드립과 함께 후렴구를 재현하는 방식이 많다.

하지만 이 역시 음악의 역사와 함께하는 것이다. 모짜르트의 시대만 해도 모짜르트만 유명해져서 그렇지 비슷한 곡을 작곡하는 고전주의 작곡가들은 수없이 많았다. 그 때 구성은 지금보다도 훨씬 더 획일화되어 있었다. 우리가 잘 아는 소나타 형식이 대표적이다.

내가 좋아하는 재즈도 시대별로 아류작은 매우 많다. 하드밥 시대에는 듣고 또 들어도 처음보는 아티스트의 비슷한 스타일의 녹음이 계속해서 나온다. 이런 점은 단지 지금의 음악이 비판받을 만한 이유는 아닌 것 같다.

 
3. 그리고, 아이돌 노래들이 너무나도 상업성만을 추구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예술적인 것과 상업적인 것이 충돌하는 것만은 아니다. Mozart 도 당시 후원자들의 후원을 받기 위해 그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쓴 것이고 (당시의 대중음악이다), 오페라를 쓸때마다 히트시키기 위해 고심했다.

아이돌의 음악이 자극적이다 뭐다 하지만, 대중음악으로서의 본분은 히트시키는 것이니, 그런 음악이 히트를 친다면, 지금이 그런 음악이 전성하는 시대인 것이다.
 사실, 아이돌 작곡가들은 그들의 노래를 히트치기 위해 온갖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있다. 그것이 대중의 인기를 위해서 하는 시도들이라면, 매우 바람직한 진보라고 할 수 있다.


▲ 블락비의 Jackpot 에서는 후렴구 도입전에 비트를 급작스럽게 바꾸는 등의 신선한 시도를 했다.


이처럼, 내 생각에는 음악적으로 아이돌의 노래들은 이 시대 문화적 흐름을 잘 따라가고 있는 것 같다. 미니멀리즘- 코드의 간소화를 이루어냈고, 사람들이 더 쉽게 음악을 이해하고 흥겹게 춤을 출 수 있도록 했다.

나머지 비판들에는 이미 예전부터 그래왔던 것들이 많다. 음악하는 사람들에게 돈도 안보태주면서 "전위음악"을 하고 "상업적인 것은 추구하지 마라" 고 한다면 어떻게 음악이 발전할 수 있을까?

 또 아이돌들이 노래를 못한다고 비판을 하는데, 아이돌은 내가 봤을 땐 가수보다는 종합 엔터테이너이다. 쇼프로도 나오고, 춤도 추고, 노래도 한다. 노래는 작곡/작사가의 산물이고, 아이돌들은 단지 시키는대로 퍼포먼스를 할 뿐이다. 그들에게서 일종의 '끼'만 기대하면 되지 "노래"를 기대할 필요 없다. 우리 가요계에는 가창력으로 승부하는 다른 가수들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그 유명한 '마릴린 먼로' 도 노래 실력은 부족했지만 초기 뮤지컬에서 자주 주연을 할 수 있었던 건 그런 아이돌적 요소 때문이었다.


▲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음악이 음악성이 높은 것이 아니다. 목표가 '히트'였다면,  줄리어드 음대에서 '클래식작곡'을 배워서 고도의 작곡기술과 철학적 원리를 넣어서 오케스트라곡을 만들 수 있다 할지라도 그런것들을 다 모르는 척하고 "빠빠빠'처럼 단순하게 곡을 풀어내야한다. 


아이돌의 댄스음악은 전혀 수준이 떨어지지 않는다. 단지 대중들의 기호에 맞추어 나갈 뿐. 오히려 가요사의 발전 과정에서 여전히 진보 중이라고 생각한다.

[우지융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9.16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