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정 없는 격정의 삶을 비추다. - [리바이어던]

글 입력 2015.03.27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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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관객들에게 메세지를 전달한다. 영화뿐만 아니라, 모든 예술이 그렇다.
표현방식에 있어 차이를 보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알맹이, 즉 메세지다.
사실 이 영화는 메세지가 확고하다. 권력에 무참히 짓밟히는 소시민의 삶과 그의 저항,
세상을 바꾸려는 시도들에 대한 묵살이 바로 그것이다.
 
 
적어도 영화 예고편을 보고 관객이 직관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것들은,
이러한 삶에 굴복하지 않고 저항하는 생의 의지와 그 삶의 단편들일 것이다.
권력에 짓눌리고, 저항하고, 방황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세계와 그 단상에
대한 것 말이다.
 
 

 
그런데 영화는 볼수록 아리송하다. 아니, 오묘하다. 그러면서 상투적이다.
다혈질의 주인공과 불안한 그의 가정, 별볼일 없는 친구들.
알콜중독과 정서불안을 회개로 이겨내고 싶어하지만,
동시에 권력으로 실재하는 힘을 들먹이려 악쓰는 시장까지.
 
 
세상은 주인공을 극한의 상황에 치닫게 하고, 그는 방황한다.
인물들은 함께 고뇌하지만, 그 답은 짧고, 하나같이 단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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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영화의 전개는 '세련'이나 '친절'같은 단어와는 거리가 멀다.
차라리 날것 그대로에 가깝다. 담담하게 하나하나 읊어나간다.
인생이 다 그런 것이라고.
어떤 위로나 설명도 필요없다는 듯 무심하게 진행되는 터전의 철거 장면이 그렇다.
동그랗게 말려진채로, 바닷바람이 아픔을 씻어주기를 바라는 소년의 작은 등도 그렇게 말한다.
비슷한 구조의 교회 천장 아래서 벌어지는 서로 다른 것에 대한 숭배 또한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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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있자니, 이런 의문이 들었다.
'격정적인 삶의 매 순간이 격정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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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삶을 살아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그럴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세상에서는 너무나 많은 일들이 아무렇지 않은 듯 일어난다.
세상의 중심에 있는 '나'로서는, 그저 폭풍의 눈이 고요하기를 바랄 뿐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언제, 어디서나 개개의 존재들이 만나 맺어지는 갈등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안다.
그런데도 삶은 어떻게든 이어져나간다.
이 영화가 반드시 크나큰 격정을 표현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다.
다만 영화는 말없이 보여줄 뿐이다. 삶이 집요하게 '너의 주변을 살피라'고 채근하는 것을.
그 뒤에서 감독 또한 집요하게 따라다니며 '너에게 무엇이 남아있느냐'고 묻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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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없이 침잠하는 누군가의 인생을 들여다보았더니, 되려 수면에 떠오른건 내가 사는 세상이다.
영화는 상투적이고 불친절하지만, 거울처럼 우리 사는 곳을 비춰준다. 그래서 이해가 간다.
사는 게 뻔할 수도 있고, 결국 삶은 그 자체로 삶이니까.
설령 흔한 디자인에 손잡이가 없다고 해도, 거울을 미워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조건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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