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너스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사랑, 미와 풍요의 여신이다. 아프로디테와 동일시되면서 폭넓은 용어로 사용되게 되는데 그 뜻은 ‘아름다운 여성상’이다. 미술사에서 비너스는 자주 묘사되는 주제 중 하나이고 문명 시대 이전에 제작된 여인의 조각상들 또한 비너스 로 불리게 된다. 비너스상의 원형은 기원전 3만년 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지금도 많은 현대 미술가들이 비너스를 모티브로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이번 글은 거대한 미술사 속에서 제작된 다섯 종류의 비너스의 차이점을 그 당대의 미적 이상을 이용해 분석할 것이다.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는 기원전 3만 년 전에 제작된 작품이다. 이 당시는 추상적 사유가 발달해 보이는 대로 묘사하는 구석기시대와 다르다고 평가된다. 자연속의 운행 질서를 추론하고 자연을 어느 정도 지배했다고 생각하는 인간의 모습을 많은 인류학자들이 예측하고 있고 추상적 사유 또한 발달하여 자연주의적인 묘사보다는 사물의 특징을 추론하여 기하학적인 양식을 사용하는 시기라고 평가된다. 당대 사람들의 가치관 또한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생식 능력과 관련이 있는 유방과 둔부, 복부가 과장되는 등 생식과 관련된 부분이 과장되어 사실적으로 여인을 묘사하려는 것보다는 주술적인 의미가 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빌렌도르프의 비너스’의 묘사는 오늘날의 미의 기준과 많이 다르다. 이때는, ‘미’를 강조하여 작품을 제작했다는 것 보다는 그 주술적 의미와 숭배의 대상으로써의 의미에 더욱 집중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미적 이상의 맥락 속에서 작품을 해석하기 보다는 신석기 시대에 제작된 많은 작품들이 현대의 모더니즘과 같이 당시 사람들의 가치관과 생각을 포함하고 있고 이러한 작품을 통해 우리는 당시 사람들의 추상적 사유가 리얼리즘 적인 그 이전 시대보다 발달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번째 작품인 밀로의 비너스는 고대 그리스 말기의 대리석 비너스상이다. 독일의 미술사가 빙켈만은 그리스 예술을 다섯 시대로 구분했는데(고양식, 숭고양식, 미 양식, 모방 양식) 밀로의 비너스상은 미 양식에 포함되며 이는 우미가 중시되는 시대로 구분된다. 그리스 예술은 고양식 시대의 엄격함과 딱딱함으로부터 시작하여 숭고양식의 시대에 인체비례와 균형, 기계적 대칭이 발달하여 미 양식에 도착하게 된다. 미 양식은 아름다움을 강조하고 이전의 그리스 예술보다 인간적인 요소들이 증가하고 조각들의 동작이 다양해지게 된다. 밀의 비너스의 외형적 아름다움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데 이는 아름다움을 가장 중요시하던 우미의 시대에 걸맞은 작품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신석기 시대의 ‘빌렌도르프의 비너스’와는 외형적으로부터 많이 다르다. 인체 묘사보다는 주술적이고 도구적 조각인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는 신체의 각 부분을 상징적인 부분으로 정하고 과장한 반면에 밀로의 비너스는 인체의 비례나 생동감, 자태, 조각의 내용 등 모든 부분에 대해 고려한 흔적이 명백히 보이는 작품이다.

그리스 로마시대의 문화적 전통의 부활, 재생을 뜻하는 르네상스는 이탈리아 예술의 절정이라고 평가받는다. 많은 예술 작품의 주제 또한 고대 그리스 로마 신화를 주제로 한 작품들이 많았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루터의 종교개혁이 일어나고 인문주의 사상이 발달하여 인간 자체를 중시하는 학문과 예술이 발달하기도 하였다. 1485년에 완성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은 메디치 가문 일원의 별장을 장식할 용도로 제작되었는데 이 당시 피렌체 사람들의 별장에는 감상자들에게 즐거움과 편안함을 주고 지적 취향을 반영하는 작품들이 주로 전시되었다. ‘비너스의 탄생’을 자세히 보면 비너스의 신체 비율이 자연스럽지 않은 부분을 볼 수 있다. 목은 부자연스럽게 길고 어깨가 가파르게 쳐진 것과 눈에 잘 띄는 유난히 긴 왼팔을 볼 수 있다. 르네상스 시대에도 물론 고대 예술작품에서의 자연주의적 묘사를 발견하고 동경하였으나 그것을 뛰어넘고자 하는 시도도 생겨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완벽한 비율과 자연주의적 묘사를 중시하던 객관적 비례의 그리스 예술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자연을 뛰어넘으려는 시도로 평가받는다. 또한 ‘밀로의 비너스’에서도 볼 수 있듯이 고대 그리스 조각들의 얼굴에는 개성과 개별성이 없다고 평가받는다. 대부분 조각들의 얼굴은 이상적인 비율만 중시 할 뿐 조각 하나하나의 개성이라고 표현 될 것이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르네상스 시대에 제작된 ‘비너스의 탄생’은 아름다움을 뛰어넘어 실제로 존재하던 피렌체의 최고미녀라 불리는 베스푸치의 얼굴을 사용하여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그대로 보다는 작가의 그림에 대한 통제영역이 고대 그리스 예술보다 넓어졌다고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신의 모습을 한 인간의 얼굴을 넣음으로써 신을 무조건적으로 경배하던 전과는 달리 인간의 존재에 대한 의미가 커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치 지오토의 ‘그리스도를 애도함’에서 지오토가 인간화된 천사를 그려 넣은 것처럼 말이다.

후기 르네상스의 중심지는 피렌체에서 베네치아로 옮겨갔다. 베니스의 상인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베니스는 경제적 최고 전성기를 누리며 부를 축적하고 있었고 세속적 삶이 일상화 되어있었다. 티치아노의 ‘우르비노의 비너스’ 역시 결혼을 기념하기 위해 신혼부부의 침실용으로 제작되었다. 이전의 비너스 회화와 달리 ‘우르비노의 비너스’는 자연이 아닌 호화로운 저택을 배경으로 그림을 제작하였고 비너스의 시선 또한 비스듬한 측면이 아닌 정면을 응시하는 모습으로 묘사되어 유혹적이라는 평을 자아내었다. 또한 그림 안에는 당시 이탈리아의 혼수 가구로 사용되었던 카소네와 붉은 침대 시트, 부부사이의 충절을 상징하는 개 등 신혼부부의 침실에 걸맞게 많은 요소들이 첨가되어 르네상스 초기의 상징적인 비너스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구체적으로, 초기 르네상스의 회화는 대부분 주제와 관련된 내용을 다수 포함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보티첼리의 ‘프리마베라’와 같이 아름다움을 중시 하지만 내용만은 그리스 로마 신화 그대로 묘사한 반면 ‘우르비노의 비너스’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내용을 각색하는 위험을 감수하였다(비너스가 신혼부부의 침실에 하녀와 함께 누워있는 것). 왼팔은 ‘비너스의 탄생’과 마찬가지고 실제보다 길게 묘사되었고 허리 또한 현실적이지 않게 묘사되어 사실적인 기법보다는 아름다운 구성을 중시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로크 시대에는 교회의 권위가 다시 강해졌다. 베스트팔렌 조약, 종교통일 실패, 개신교의 등장 등 많은 종교적 분쟁이 있었지만 많은 바로크 양식의 교회가 건축되는 등 교회는 다시 강한 힘을 과시하였다. 벨라스케스의 ‘거울을 보는 비너스’ 혹은 ‘단장하는 비너스’는 침대에 누워있는 비너스를 묘사한다. 하지만 이는 특이한 현상으로 당시 스페인에서는 누드화가 금기시 되었는데 벨라스케스가 누드화를 그리고 싶어 ‘신화’라는 주제를 사용했다는 주장이 있다. 벨라스케스가 그린 두 개의 누드화 중 유일하게 남아있는 ‘거울을 보는 비너스’는 초기와 후기 르네상스의 비너스와는 다르게 현실적인 인체 비율을 보이고 있다. 또한 화려한 색채를 자랑하고 뚜렷한 선을 보이던 르네상스 회화와는 다르게 명암을 중시하고 뚜렷하지 않은 선을 사용하여 관람자로부터 더욱 풍요로운 느낌을 부여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바로크 회화 양식의 특징 중 하나인 복잡하고 역동적인 구도가 ‘거울을 보는 비너스’를 통해 나타난다. 그림 속에서 비너스는 두 가지의 동작을 보여준다. 누워있는 동작과 거울을 바라봄으로 인해서 생기는 시선과 쳐다보는 동작이다. 한 회화에서 인물이 두 가지의 액션 이상을 보여주는 것은 바로크 시대에 더욱 두드러진 특징이며 구성적으로 르네상스의 ‘비너스의 탄생’과 ‘우르비노의 비너스’는 아름답지만 바로크의 ‘거울을 보는 비너스’는 아름다운 구성과 함께 더욱 역동적인 모습을 자아낸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서 미적 이상 또한 달라지고 그 시대를 대표하는 회화는 그 시대의 미에 관한 좋은 자료를 제공한다. 회화와 조각 미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시대의 사회에 대한 거울이라는 말이 있듯이 회화에 관한 연구는 인간의 역사와 절대 떨어질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다.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비너스에서도 많은 역사적 사실과 사회사를 배울 수 있으며 특정한 작품이 명성을 띄기까지 많은 사회적 요소, 시대적 요소, 작가의 역량 등이 포괄적으로 포함된다는 것을 배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