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씨름’ 엇갈린 두 사내로 보는 전쟁과 강박

글 입력 2015.04.05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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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씨름’ 엇갈린 두 사내로 보는 전쟁과 강박


씨름.jpg




연극 씨름


일시: 2015.04.04 ~ 2015.04.12

시간: 평일 오후 8시, 주말 오후 4시

장소: 동양예술극장 2관

티켓가격: 전석 25,000원

주최: 서울연극협회,서울특별시

후원: 서울연극제 집행위원회

관람등급: 만 13세이상



 

44일 첫 공연의 연극 씨름은 관객과 함께 고사를 지내는 것부터 시작되었다. 우선 들어서자마자 무대가 눈에 띄었는데, 평면의 무대가 아닌 원형으로 돌출된 무대가 좀 특이하게 보였다. 하지만 공연을 본다면 이 무대가 장소를 나타내는데 얼마나 중요하게 쓰이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연극은 전쟁 중의 두 사내 건만과 웅치의 모습부터 비춘다. 같은 상황이지만 너무나도 다른 둘의 모습은 확연한 캐릭터의 차이를 드러내주고, 대화를 통해 서로를 어떻게 생각해왔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 성격엔 장단점이 있겠지만 전쟁 중에 아군으로부터 격리된 둘에게는 사내답고 의리 있는 웅치가 빛을 발한다. 이 때의 둘의 대화를 그냥 이미지를 확립하는 장면으로 보았었는데 스토리가 진행되고 나서 이 때의 대화, 특히 어린 시절의 이야기가 다시 떠올랐고 전쟁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을 것이란 예상과 다르게 인식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연극을 보기 전에는 전쟁사람을 얼마나 피폐하게 하는지에 대해 집중할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연극은 그 방향을 잃지 않는다. 마을의 어르신은 돌아온 건만에 대해 이장에게 건만의 어릴 적 이야기를 하며 경계한다. 그러면서 전쟁이 사람을 나쁜 방향으로 이끈다는 말을 잊지 않는다. 물론 건만은 전쟁을 겪으면서 많이 변화했다. 하지만 그 변화를 전쟁에게만 탓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어린 시절 건만의 아버지와 웅치에서부터 건만이 전쟁에서 홀로 돌아와 이장이 되어 마을을 번화하게 만들었을 때까지 건만에게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치마폭, 비실, 계집애 같은등의 단어였다. 이 시대는 남성상과 여성상이 뚜렷하게 획일화되었고 마초, 현모양처 의 이미지를 벗어난 초식남톰보이들은 고쳐야할 대상이었으리라.

사실 웅치와 건만이 전쟁에서 왜 엇갈리게 되었는지가 밝혀지고서도 건만이 웅치를 기다리다 왔는지 아닌지는 밝혀지지 않는다. 전쟁을 겪었어도 건만은 마을로 돌아와 좀 더 적극적인 인물이 되어 마을의 번영을 이끈다, 거짓이 섞여있긴 하지만. 그 야망만 제한다면 아직 건만은 정상적인 인물, 성실한 인물의 모습을 보인다.

 

문제는 건만이 돌아오면서부터. 건만에게 웅치는 자신만의 라이벌이자 적. 어린시절부터 자신이 능력을 떨친 현재까지도 자신을 가로막는 거대한 벽이었을 것이다. 웅치가 건만을 막아서려고 하진 않았지만, 마을의 어르신이, 건만의 아버지가, 주변의 사람들이 건만에게 사사건건 웅치와 비교하며 일방적인 패자로 만들었다. 웅치의 등장은 건만에게 다시 패배의 시간으로 돌아감을 의미했고, 알게 모르게 협조자가 된 군수를 찾아가 정의를 찾으려는 웅치를 무슨 수를 써서든 막아야만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혔을 것이다.

그렇다고 건만이 옳은 행동을 한 것은 아니다. 단지 전쟁에만 모든 공을 돌리고 탓하는 마을 사람들에게도 문제가 있었음을, 건만에게도 아픔이 있다는 것을 변호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안타깝고 가슴 아프게 느껴지는 인물은 단연 웅치가 먼저일 것이다. 하지만 전쟁 때부터 돌아와서까지 너무 정의롭고, 의리있는 그 성격이 결국 자신을 벼랑으로 몰고 가기도 했고, 보는 나에게는 결점이 없어 인간미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선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결국 웅치도 건만도 수아도 선호도 마을 사람들도 힘들고 고난한 삶을 살게 된 피해자임이 틀림없다. 이 연극을 보고도 지금을 사는 삶에 감사하지 않을 수 있을까



[홍승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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